20100227(토)
'유답'의 교육 프로그램에 다녀왔다.
유답은 2008년도 겨울호 사보에 내가 글을 실었던 적이 있는 정신교육 전담 컨설팅회사다.
그 때는 내 책을 출판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이고 유답의 사보를 만드는 기자가 그 책을 읽고 나름대로 감명을 받아 내게 원고 청탁을 했었다.
아침 8시 30분에 외교안보연구원에 집결하여 이천 동원 아카데미로 출발했다.
아카데미로 가던 중 재미있는 일이 하나 생겼다.
휴게소에 잠시 정차했다 다시 출발하려는데 누군가가 차 문 앞에 갑자기 나타나 차안으로 들어가는 우리 일행들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그러더니 차에 들어와 마이크를 잡고 자신을 제천축산농협의 홍보팀장이라고 소개한 뒤 세계 약초박람회 개최에 관한 설명을 했다.
이어 천마의 한의학적 효능에 대하여 설명하기 시작했다.
언제 준비했는지 그는 비디오물까지 상영했다.
유명 한의사가 천마에 대하여 언젠가 방송에 나와 이야기 한 것을 편집한 내용이다.
그러더니 갑자기 천마로 만든 약을 팔기 시작했다.
아무도 그가 어떻게 해서 그 버스에 탑승하기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원래 한 달 분 30포에 20만원인데 자기가 직접 나와서 홍보차원의 보너스를 더 얹어 3개월 치를 한 달 치 가격으로 주고 거기다가 술을 글라스로 먹어도 꺼떡없다는 환약 한 상자를 덤으로 주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비굴하게 보일 정도로 우리에게 예를 갖추었다.
그가 남달리 성실해 보이자 그를 신뢰한 많은 사람들이 너도 나도 약 주문에 들어갔다.
먼저 주문서에 주소만 써서 주고 돈은 나중에 주면되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으므로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그걸 샀다.
내 옆좌석에 앉았던 수출입은행의 이광인 부장 조차도 그걸 샀다.
나는 그게 별로 필요치 않다고 생각했다.
뇌경색을 앓고 있는 신운섭 차장 와이프에게 사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을 뿐이다.
고시 출신 고위 공무원들인 데에도 모두 약장사의 감언이설에 넘어갔다.
공무원들이 비교적 정직하고 남을 잘 믿는 속성이 있어 이런 약장사의 말솜씨에 오히려 쉽게 넘어가는 듯하다.
좋게 얘기해 순진한 거지 사실 세상물정 모르는 거다.
우리는 이렇게 이천의 동원그룹 연수원에 도착했고 유답 담당자들로부터 1박2일의 정신교육을 받았다.
유답은 내 안에 답이 있다는 의미로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집단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이다.
혼자 하기는 어렵지만 집단으로 함께 하면 쉬운 내용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상대방의 눈을 1분 이상 서로 지긋이 바라보는 프로그램이라든가 Blind Leading 같은 것들이 그런 예다.
단전호흡과 기체조를 중간 중간에 함께 섞어 진행하는데 반드시 다른 사람과의 교감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머리도 중요하지만 주로 잠자는 몸을 일깨우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
‘happy maker’ 박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간이 날 때마다 진행시켜 많은 사람들이 서로 상대방과 즐거운 감정을 교감하도록 하였다.
‘좋아’ ‘좋아’ ‘좋아’ ‘좋아’ 하며 서로 손을 맞부딪친 후 마지막 다섯 번째 ‘좋아’는 대각선으로 손을 교차하여 오른 손으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이어서 상대방을 응원하기 위해 ‘우~’ 하고 박수를 치며 성원하다가 두 손으로 손가락 권총을 만들어 상대방에게 Happy Maker를 외치는 것이다.
강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이나 지혜보다는 주로 그동안 억눌려 있던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 잠자는 감성을 일깨우는 것들이 많았고 나름 의미가 있었다.
일테면 서로 상대방의 손을 마주잡고 지그시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사랑과 감사를 교감하는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 그렇다.
집에 와서 꼭 실천해 보고 싶었던 것은 아이나 집사람과 서로 눈을 마주보면서 1분 이상 교감을 한 후 안아주는 프로그램이다.
두 손을 마주 잡은 후 서로 눈을 바라보다가 10초 정도 꼬옥 안아주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 ㅇㅇ부 ㅇㅇㅇ국장과 눈맞춤을 했는데 그의 눈 안에서 어두운 그림자를 읽었다.
내 눈을 제대로 응시하지 못하고 불안해 하고 힘들어 하는 느낌을 받았다.
판단컨대 지나온 자신의 과거사에 아집과 독선이 심했고 그로 인해 자기도 모르게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어린아이의 눈을 바라보면 하염없이 바라보아도 꺼리낌이 없고 볼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의 눈 속에 순수의 바다가 들어있고 그 안에 풍덩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인의 눈을 바라보면 그안에 그사람의 복잡한 삶이 들어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본다.
상대방의 눈 속에서 자신의 아픔, 독선, 불신 따위를 발견하고는 분노하기도 하고 슬퍼하거나 불안해한다.
나도 처음에는 ㅇㅇㅇ의 눈을 바라보면서 내 눈가가 떨리며 불안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때 나는 마음속으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를 외쳤다.
그랬더니 정말 거짓말처럼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며 상대방의 눈을 지그시 응시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둘째 날 이어진 절 명상이 내게 많은 호감을 주었다.
절은 우선 경건한 마음을 갖게 한다.
머리를 아래로 굽히면서 우주 자연에 복종하는 자신의 겸손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 어려운 동작도 아닐뿐더러 힘들면 자신이 편한 방식으로 변형해도 무방하다.
절하는 과정에 그것이 절대자든 다른 사람이든 그 누군가에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느낌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온 몸의 근육을 골고루 풀어주고 땀을 내어 운동효과도 탁월하다.
특히 내장 운동에 도움을 주고 굽혀진 척추도 교정이 된다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집사람과 경신이에게 절 명상을 소개했다.
그리고 매일 100배씩 하자고 했다.
경신이에게 100배를 시켜보았다.
경신이가 땀을 흘리며 힘들어했다.
힘들어도 계속 해서 녀석이 건강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녀석의 비만을 보면 속이 많이 상한다.
저녁 잠자리 들기 전에는 집사람과 눈 마주치기를 했다.
두 손을 마주잡은 뒤 서로 사랑을 교감하며 1분 정도 눈을 마주치고 10초 동안 서로 껴안아 주었다.
그랬더니 집사람이 눈물을 흘렸다.
사랑과 감사와 기쁨이 교감하면서 벅찬 감동을 일으켜 눈물이 솟구치게 한 것이다.
그러면서 쑥스러운지 왜 나는 울지 않느냐며 불만조로 묻는다.
그 때 나는 억지로라도 울었어야 했다.
집사람을 침대에 눕히고 활공을 해 주었다.
어깨부터 허리까지 주물러 주고 머리 백회주변을 두드려주고 머리 지압도 해 주었다.
집사람이 좋아하는 것 같다.
앞으로 자주 그런 것들을 시도해 보아야겠다.
아이들에게도 계속 눈 마주치기와 껴안기 그리고 몸 주물러주기 따위를 해 주어야겠다.
그게 스킨십이고 사랑의 교감이다.
스킨십을 억지로 하기보다는 그렇게 하면서 상대방의 근육을 풀어주고 마음까지도 풀어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절망 좋은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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