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3(화)
지난 일요일엔 테니스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는 도중 결혼식 참여를 이유로 다른 사람보다 먼저 일어섰다.
일찍 집으로 들어와 규배 딸 결혼식장엘 갔다.
내 차가 교통사고로 수리 중이라 렌트카를 이용하는 것이어서 조금 불편했다.
규배네 결혼식장은 안양이었는데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식장에 들어가 규배에게 인사를 했다.
규배가 신랑을 소개하는데 나이는 들었지만 젊어보였다.
규배가 2층 뷔페식당에 친구들이 있으니 가보란다.
2층 뷔페식당은 입구부터 사람들로 많이 붐볐다.
예식 시작시간이 1시 30분이었으므로 점심시간과 겹쳐 더욱 많은 듯하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어디서 어떻게 식사를 해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던 중 초입에 앉아 있는 순영이와 왕기 길영이를 발견했다.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게 다리 하나 훈제연어 세 조각 얹어 오는데 30분은 족히 걸린 것 같다.
그걸 들고 자리로 오니 내가 앉을 자리는 여전히 없었다.
역시 시골 친구들의 생각은 짧다.
모든 친구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조금 넓은 자리로 이동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쩔 수 없이 뒤에 홀로 앉아 게 다리와 연어로 간단히 요기하고 식당을 나서 식장엘 들어갔다.
우리 아이들 치우려면 이런 결혼식에 자주 찾아다니며 행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유심히 봐둘 필요가 있다.
요즘 신랑 녀석들은 우리네와 사뭇 다르다.
하루 온종일 싱글 벙글 거리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친구 축가에 맞추어 그 많은 하객들 앞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제 친구가 사회를 보면서 노래 가사 중 ‘무조건’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무조건 신부에게 키스를 하라고 주문하고는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하는 가사가 들어있는 노래를 부르자 녀석은 정말 뻔뻔스럽게도 ‘무조건’이 나올 때마다 신부에게 키스를 했다.
체력테스트를 한다고 하면서 push up을 시키자 내려갈 때는 “수연아!”를 외치고
올라올 때는 “이 세상에 여자는 너 하나밖에 없다!” 고 외쳤다.
서너 번 push up을 했는데 모두 다른 내용의 사랑고백을 담은 것들이어서 신선한 재미를 더했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장중한 클래식 스타일의 혼례만 구경하다가 서민 정서를 듬뿍 담은 결혼식을 구경하니 신선한 느낌이다.
그걸 보는 내내 우리 아이들을 생각했다.
우리 아이들이 장가는 제대로 갈 수 있을까?
결혼식에서 저런 정도의 역할연기를 해 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어깨가 축 처지는 기분이다.
친구들은 오직 먹는 데만 눈이 팔려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식이 다 끝나고 나서 친구들을 찾았으나 모두 자리에 없다.
그냥 차를 주차해 놓은 곳으로 가 진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구가 전화를 받았으나 그는 내가 누군지도 모른다.
내 전화번호가 바뀌어서 못 알아본 것이겠지만 조금은 섭섭한 느낌도 들었다.
녀석들은 아직도 뷔페에서 진을 치고 술을 마시고 있는 모양이다.
그냥 먼저 가겠다고 하고 서울로 향했다.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집에 와 잠시 잠을 청한 후 patrick lencioni의 three signs of a miserable job을 정리했다.
그러던 중에 전무님과 처장님께 편지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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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외교안보연구원 교육요원 조용욱입니다.
그 추웠던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날이 왔습니다.
회사는 혁신의 소용돌이 속에서 바쁘게 사시느라 그 온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봄은 왔습니다.
어제는 낚시 동호회 친구들과 충주 인근의 남한강가에 가 보았습니다.
햇살이 얼마나 곱고 다사롭던지 버들강아지가 여기저기서 고물고물 고개를 내밀고 있더군요.
어느 시인은 그런 봄의 아름다운 모습을 ‘대책 없는 충동’이라고 했는데 정말 너무 멋진 표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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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에는 외교안보연구원 입교식이 있었습니다.
연구원장님 인사에 이어 국립현충원 참배도 다녀왔습니다.
40명의 교육생들 중에는 30%가 고위공무원단이고
고위공무원단에 소속되지 않은 이사관과 부이사관, 서기관이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중앙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이 골고루 섞여있고
공기업 직원이 10%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아침 아홉시부터 오후 다섯 시 까지 학습 커리큐럼이 비교적 빡빡하게 짜여있습니다.
제가 78학번인데 그 정도면 대충 고참반열에 드는 연령대 이더군요.
영어는 상중하 레벨을 다시 세부적으로 나누어 매일 한 시간씩 배정이 되어있고
주 2일간은 제2외국어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은 반 편성을 위해 Level test를 한다고 합니다.
(수차에 걸쳐 비교적 정확히 하더군요)
자율 학습도 만만치 않아서 매주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시행하고 이를 발표하도록 되어있고
한달에 한번씩 자발적으로 봉사활동도 다녀와야 합니다.
모두가 국가의 나리들이어서 긴장이 많이 되더군요.
박규호 부산본부장님이 전기에 너무 열심히 해 주시고 가셔서 제가 부담이 많이 됩니다.
박본부장님과 함께 교육을 받은 선배와 1시간 동안 대화시간을 가졌는데 정책현장 견학 때 한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자랑을 해 주더군요.
지방 현장견학이 한달에 한번정도 있는데 춥고 배고픈 고위 공무원들에게 회사가 정책적으로 조금만 신경을 써주면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열심히 해서 나와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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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얼마 전 미국의 유명한 경영 컨설턴트 Patrick Lencioni의 ‘The Three signs of a Miserable job’을 읽었는데 눈이 번쩍 뜨이는 이야기가 있어 원문을 그대로 보내드립니다.
Managing People takes a lot of time. It's a full time job. Not something you do in between in your regular work. Most managers don't see it that way. They see management as an extra activity, something you do when and if you have time. So the last thing they are going to do is sit down and talk to their staff about their lives(부하직원 관리가 다른 일보다 최우선이라는 주장)
I recently came to the conclusion that the best managers are the ones who spent less time at the register and dealing with customers, and more time giving employees immediate feedback about what they are doing wrong or right.(관리자는 고객관리 보다도 부하직원의 잘잘못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에 더 많은 시간 할애)
I think people deserve to like their jobs, and that it's up to managers to make that possible.(일을 통한 부하직원의 자아실현을 돕는 것은 관리자의 의무)
God didn't create people to serve themselves. Everyone ultimately wants and needs to help others, and when they cannot, misery ensues.
I have come to the realization that all managers can -and really should- view their work as a ministry. A service to others.
특히 마지막 부분은 정말 엄청난 이야기였습니다.
신은 인간을 창조할 때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도록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비극이 따른다고 합니다.(탈무드 정신하고 일맥상통함)
관리자는 자신의 일을 마치 목사 등 성직자의 일처럼 여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직자의 일이란 바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돕는 것이지요.
그래서 ‘관리자는 부하직원을 마치 성직자가 다른 사람이 올바른 삶을 살아가기 위해 도움을 주듯 부하직원의 성장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대목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이 글을 전무님과 처장님께 전상서(7)로 보내드렸다.
그렇게 매 주 한통씩은 보내드릴 예정이다.
그렇게 하면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글을 52주 동안 적어도 50통은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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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인 22일은 사실상 교육의 시작이나 다름없다.
교육과정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주를 이루고 영어수업을 어떻게 편성하는 것이 좋을지 영어 원어민 강사가 직접 레벨 테스트를 했다.
한사람씩 직접 불러서 대화를 유도하면서 어느 정도의 영어를 구사하는지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질문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었지만 내 생각을 전달하는 데는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케빈이 준 정철선생이 최근에 직접 썼다는 영어책을 일요일 아침 두시간만에 다 읽었다.
그만큼 정철선생은 쉽게 설명해 놓았는데 그게 나름 도움을 주었다.
회화를 할 때는 우선 주어 동사부터 찾아야 한다.
다른 무엇에 앞서 주어 동사만 나열해도 상대방은 무슨 이야기를 하려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있다.
우리나라 말은 대부분 동사가 맨 뒤에 나와 결론이 수미일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칫하다간 엉뚱한 옆길로 새기가 쉽다.
그래서 ‘조선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는 이야기가 생겨나지 않았나 싶다.
내가 봐도 영어에 관한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말 책을 잘 썼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니 영 아쉬웠다.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척 하는 것 보다는 자신의 현상을 제대로 보여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가는 것이 더 좋을지 모른다.
자기소개를 하는데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내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우선
“한전에서 온 조용욱입니다.
학번은 78학번이고 84년도에 한전에 입사했습니다.”
“저는 평소에 늘 조용합니다만 가끔은 욱하기도 합니다.”
하니 한바탕 웃음이 나왔다.
“또, 저는 평소에 조용하지만 가끔은 욱길 때도 있습니다.”
하니 한 번 더 웃음이 나온다.
“저는 테니스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고 특히 견지낚시를 좋아합니다.
맑은 강을 찾아 강물에 발 담구고 매운탕 끓여 신선놀음 하시고 싶은 분이 계시면 언제든지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라고까지 말했으나 그동안 준비한 내용 중에서 무언가 빠진 것이 있는데 영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를 솔직하게 고백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겠다고 준비를 했는데 잠시 까먹었습니다. 가서 보겠습니다”
하고 내 자리로 수첩을 가지러 가는 동안 박장대소가 일어났다.
그리고는
“저는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인사는 잘합니다.(고개를 약간 숙임)”했더니 또 웃음이 나왔다.
“저는 인사 분야에만 23년간 근속해서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부문의 인사까지 인사와 관련된 일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그리 뒤지지 않습니다.”
라고 했다.
아울러
“먼저 2기 선배님이 한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는데 2기에 참석하신 우리 회사 분은 매우 뛰어나신 분이었습니다만 저도 그런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최선을 다 해 노력하겠습니다.” 라고 하며 말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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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이가 제 동생 알바 대타를 뛴단다.
낼 모레가 시험인데 동생이 제 친구 공연에 구경을 가야 하는 관계로 알바에 갈 수 없게 되자 사장이 하루만이라도 대타를 뛰어달라고 통사정을 한 모양이다.
거절을 못하는 경신이가 시험이라는 중요한 시기에도 불구하고 이를 허락한 것 같다.
바보 같은 녀석들...
철없는 호신이도 문제고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 경신이도 문제다.
오늘 아침에 호신이 녀석을 깨우는데 제대로 일어나질 않아
“이 녀석아, 약속은 입으로 지키는 게 아니고 행동으로 지키는 거야!”하고 한마디 던졌다.
아이들 생각만 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쇼는 밖에서만 하는 게 아니고 집에서도 계속 되어야 하는가보다.
비록 마음에 없어도 최선을 다해 안 그런 척 해야 하는 모양이다.
그러니 부모를 죽이는 건 결국 자식이란 이야기가 맞는 것 같다.
오래 살고 싶으면 빨리 자식과의 끈을 놓아야 한다.
자식에 연연하면서 속을 끓이다가 결국 그 때문에 명이 단축되는 거다.
지난 23일 남매 모임이 있던 날 엄마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십여 년 전 엄마 어깨에 손을 얹었다가 엄마가
“이 새끼가 재수 없게 어디다 손을 올리고 그래!” 하며 날 밀쳐냈다는 이야기를 했다.
큰누나와 작은 누나가 “어머나!” 하면서 놀란다.
이어서 초등학교 시절에 엄마한테 가위로 머리를 한대 얻어맞고 집을 나가겠다고 봄무들기 까지 나갔다가 돌아온 이야기도 했다.
작은 누나도 큰누나도 형도 모두가 나서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힘들게 보냈던 과거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자란 사람들이라 우리는 제대로 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이야기 도중 작은 누나가 특히 내게 무언가 불만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은 누나는 말끝에 내게 주로 받아만 봐서 남에게 주는 것을 잘 못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어릴 때 나는 자라면서 큰 누나건 작은 누나건 신세를 많이 졌다.
그런데 그 공을 모르고 제 잘난 멋에 사는 동생이 야속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과거는 과거일 뿐인 것을!
어쨌거나 앞으로라도 내가 누나들에게 좀더 잘 할 일이다.
4남매가 모이면 나는 대체로 입을 다문다.
할 말은 많지만 내가 비집고 들어설 자리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늘 말을 삼가게 되고 주로 듣는 입장을 취한다.
어쩌다가 술이라도 취하면 잠시 허튼 소리나 늘어놓을까.
만나봐야 별로 재미도 없는데 작은 누나는 무조건 한 달에 한번씩 만나잔다.
그러면서 환갑이 돌아오는 큰누나에게 2백만 원을 주자고 한다.
아무도 그녀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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