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이와 전쟁 중이다.
지난 3. 6일 토요일에 녀석이 12시가 넘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자 제 어멈이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냈는데 신경질을 내면서 짜증을 내고는 아예 집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날은 문을 잠그지도 않았다.
녀석은 아예 집에 들어올 의사가 없었다.
다음날도 낮에 하루 온종일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녀석은 저녁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려는 시도를 했다.
나는 이미 오전에 경신이에게 대문 키 번호를 바꾸어놓으라는 지시를 해 놓은 상태다.
녀석은 몇 번 시도하다가 들어올 수 없음을 인지하고는 다시 나가버렸다.
결국 마음씨 좋은 제 형을 꼬셔서 11시쯤 형과 함께 집으로 들어왔다.
나는 녀석이 들어오는 과정을 인기척으로 들었지만 모른 척 했다.
그런 녀석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에 잠자는 녀석을 깨워 나오라고 했다.
녀석의 잘못된 행동에 대하여 조목조목 지적했다.
녀석은 지지않고 끝내 바락바락 대들었다.
군대가는 자신의 심정을 왜 알아주지 못하고 통금 제도를 만들었냐는 것이다.
형에게는 안 그랬으면서 내게는 왜 차별대우를 하냐는 것이다.
형은 늘 잘하다가 어쩌다 불가피하게 그런 일이 생긴 거고 사전에 허락을 받았지만 너는 약속을 제대로 지킨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형과 다르게 처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녀석의 말 태도는 이미 도를 넘었다.
제 친구나 아랫사람과 싸우듯
‘그래서요?’를 연발했고 내 감정을 극에 달하게 했다.
말꼬리를 잡아 말도 안 되는 궤변을 교묘하게 논리를 만들어 포장을 한다.
일테면 열 번 잘못하다가 한번 잘 한 것이 있으면 그것은 잘한 것이 있기 때문에 잘못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내가 논리적으로 아무리 설명해도 녀석은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논리만 강변했다.
녀석은 나와 논쟁을 벌여 이기고 싶었던 듯하다.
그런 궤변은 논리를 제대로 모르는 제 친구들에게는 혹 통할지 모른다.
그것도 일시적으로는 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속인 배신감으로 주변 친구들로부터 왕따가 되거나 얄팍한 사기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런 엉터리 궤변을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어서 그만 하라고 해도 녀석은 계속 이어간다.
그러면서 군대생활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아버지는 어떤 군대를 다녀왔냐는 것이다.
지금의 공익과 같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 아버지가 자신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느냐는 논리다.
아직 군대생활을 해보지도 않은 녀석이 말이다.
녀석은 자신이 이기기 위해서 상대방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비열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
전에도
‘영신이 아빠는 부장인데 아빠는 승진도 못 했잖아요’하면서 가뜩이나 승진탈락의 아픔을 겪고 있는 내 가슴에 비수를 꼽았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논리와 상관없는 상대방의 약점을 비열하게 치고 들어가 승리하려는 비인간적인 행태다.
이는 아마도 한참 인성이 형성되는 시기에 게임에 중독 되면서 잘못 만들어진 인지구조인 것 같다.
서로 죽이고 죽는 잔인한 내용들로 구성된 게임에 빠져 초등시절에 밤잠 안자고 그 짓을 했으니 당연히 잘못될 수밖에 없다.
이후 호신이와 나의 관계는 완전히 벌어졌다.
나는 더 이상 녀석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내리사랑이고 사랑은 콩나물에 물 주듯 계속 흘려보내야 한다지만 나는 더 이상 녀석의 행태를 인내할 수가 없다.
녀석에게는 벼랑 끝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반전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녀석도 내게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녀석은 자기 이외에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사스퍼거의 행태를 보인다.
얼마 전에 내가 퇴근 해 집에 들어 왔을 때 경신이는 나와서 인사를 하는데 녀석은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면서 얼른 제방을 들어가서는 나를 아예 본체만체 했다.
하루 온종일 잠만 자다가 저녁 무렵 어슬렁거리며 집을 나서는 녀석에게
‘너는 아버지에게 인사도 없냐?’ 했더니 아무 말이 없다.
‘똑바로 살아 임마’ 하면서 나무라자 녀석은 아주 침착하고 태연한 태도로
‘우리 집 가훈을 생각해 보세요.’하면서 룰루랄라 하면서 나간다.
뒤집어 말하면 ‘너나 잘 하세요’라는 말이다.
속이 뒤집혔지만 녀석은 이미 나가고 없다.
한심한 녀석.
이런 녀석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나...
별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나도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그런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꿀꺽 삼킨다.
군에 가서 무언가 다른 경험을 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생각의 변화를 가져오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군에 다녀와서도 변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녀석과 함께 생활 할 수 없다.
내가 그런 갈등상황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녀석 때문에 죽을 수도 있어 내가 살기 위해서는 녀석을 버릴 수밖에 없다.
이런 아이가 내 아들이라는 것이 상상이 안 간다.
********************
호신이가 아주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나와 말다툼을 벌였던 그날 이후 녀석은 아예 노골적으로 헬스를 안 나가고 있다.
자신의 부정적 감정상태를 다른 방식으로 알리려고 하는 거다.
지금은 어떻게 할 수 없다.
기다리는 수밖에...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 > 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0304 영어공부법/중동의 이해/국제협상론 (4) | 2024.10.11 |
---|---|
20100309 인생은 예술처럼 창조하며 가꾸는 것 (4) | 2024.10.11 |
20100301 넘쳐 나는 사랑을 늘 마음속에 담고 살아야 (5) | 2024.10.04 |
20100228 나를 최고의 술친구로 삼는 장인어른 (1) | 2024.10.04 |
20100227 유답교육으로 내면의 변화를 시도 (5) | 2024.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