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04(화)
엊그제 저녁에 ppt 숙제를 하다가 잠드는 시간을 놓쳐 11시 반 경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무언가 몸과 마음의 균형이 깨졌는지 흉몽을 꾸면서 계속 잠에서 깨었다.
ppt 만든다고 몰입의 시간을 몇 시간 가졌더니 깊은 잠이 드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어제 강의시간에 조금 졸았다.
평화연구원에서 온 강사의 강의는 재미없기도 했지만 강사 자신의 자신감이 많이 부족한 듯했다.
내가 보기에는 그가 주장하는 내용은 상당부분 공감이 가고 정설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훌륭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혹시 다른 사람이 다른 주장을 하면 어떻게 할까 하며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어서 연구자로서는 적합하지만 강사로서의 자질은 좀 부족한 것 같다.
오후에는 골프연습장엘 갔다.
골프연습을 마치 직업처럼 하는 아줌마가 내게 와서 오늘이 스승의 날이니 1만원을 내라고 한다.
나는 레슨을 받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끔씩이라도 날 지도해 준적도 없는 레슨 프로를 위해 돈을 내라니 조금 이상한 것 같다.
하지만 그냥 지금은 돈이 없다며 내일 주겠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선생은 언젠가 나의 스승이 될 수 있고 혹여 지나다가 원 포인트 레슨이라도 해 줄지 누가 알겠는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외환은행에 들러서 용돈을 300,000원 찾았다.
집사람이 저녁 반찬으로 골뱅이를 준비해 주었다.
운동을 해 목이 많이 말라있는 상태여서 맥주 한 캔에 소주 한 잔 정도 타서 마셨다.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저녁 아홉시쯤 되었을까 안중은 부장이 전화를 했다.
“어디세요?”라고 묻는 질문에
“집이야” 라고 답변을 했더니 그는 전화를 끊었다.
무언가 상의할 일이 있어서 전화를 했었던 듯한데 나도 몸이 많이 피곤해서 내가 먼저 술 한 잔 하자는 말을 못했다.
아마도 밖에 있으면 같이 술 한 잔 하려 했었던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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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은 잘 잤니?
훈련이 고된 날은 잠을 잘 잘 수가 있을 거야.
그것도 자연법칙이야.
하느님은 참으로 공평하시지.
피곤하고 힘들게 일하거나 공부한 날은 아주 달콤한 잠을 주신다.
하기야 너나 네 형은 오히려 너무 잠이 많아서 문제지 뭐.
아빠는 그걸 자연법칙이라고 불러.
아빠는 자연법칙을 무척 좋아하잖니.
자연법칙은 이렇게 우리생활 주변에 널려있지.
자연법칙대로만 살면 절대 잘못됨이 없단다.
힘들게 일한 만큼 죽음처럼 달콤한 잠을 자야하는데 불면의 밤을 보낸다면 그 사람은 못 견딜 거야.
곧바로 몸에 탈이 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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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네게 주고 싶구나.
이 시는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시 중의 하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 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정말 멋지지 않니?
이 시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겼단다.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심’과 ‘관계’의 의미와 연관성을 알아야 한단다.
너와 나의 관계는 부자지간이라는 관계가 있지.
네가 여자친구를 사귀었다면 ‘남여 친구관계’가 형성 될 거야.
군에서 동기 친구를 사귀었다면
‘군대 동기’라는 관계가 형성되지.
그런데 그런 관계는
‘관심’이 전제가 되어야 한단다.
만일 네가 친구에게 관심을 갖지 않으면 관계가 점점 소원해지면서 관계가 멀어지다가 결국에는 관계가 끊어질 거야.
그래서 관계를 유지하거나 돈독하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진리를 담고 있는 매우 좋은 시다.
진정 네가 다른 사람의 무엇인가가 되고 싶거든
부지런히 그의 이름을 불러 주거라.
그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관심을 표명하는 거지.
또한 다른 사람이 네 이름을 부르게 할 수 있도록 너만의 아름다운 향기와 빛깔을 가지려무나.
지각하겠다.
담에 보자.
이제 훈련 마지막이구나.
그동안 훈련받느라 고생했다.
엊그제 5월 5일 날은 시골 할머니 댁에 다녀왔다.
할머니가 네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
‘할머니’가 갖는 ‘손자’에 대한 특별한 ‘관심’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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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신아!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계속 변화하는 거야
육체적인 성장과 더불어 정신적인 성장이 뒤따르고
그 사람을 지배하는 성격유형이 형성되지.
그런데 그 성격유형은 고착된 것이 아니고 변화한단다.
사실 심리학에 관한 초기이론은 프로이트에게서 나왔는데
프로이트는 출생과 성장의 과정에 어떤 경험을 했는가에 따라 성격이 고착된다고 주장했지.
하지만 이후에 아론 벡 이나, 앨리스, 빅터 프랭클 같은 인지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성격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어.
아빠도 이들과 같은 견해란다.
간단히 빅터 프랭클의 예를 들어보자.
그는 아우슈비츠 라는 죽음의 유태인 수용소에서 3년 동안 살다가 운 좋게 살아남은 정신과 의사인데 죽음 같은 수용소 생활 속에서도 어떤 사람은 돼지처럼 행동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성자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 선택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진리를 발견했단다.
먹이를 보고 침을 흘리는 개는 무조건적으로 반응하지만 사람은 여러 가지 선택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침을 흘릴 수도 있고 안 흘릴 수도 있잖니.
그 어려운 수용소 생활 가운데에서도 어떤 사람은 희망이 가득한 미래를 꿈꾸며 즐겁게 생활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어차피 가스실에서 죽을 목숨이라고 생각해 동물적 본능에 충실한 삶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지.
결과적으로 보면 동물적 본능에 따라 선택하고 개, 돼지처럼 행동하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적극적인 사고방식으로 인간다운 고귀한 삶을 선택한 사람들은 어려운 수용소 생활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여 생존할 수 있었단다.
네가 나치의 입장이라도 개, 돼지를 죽이는 것은 쉽지만 자신과 같은 ‘사람’을 죽이는 것은 쉽지가 않았을 거야.
그리고 그런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은 지난번 아빠가 말했던 벼룩이 유리천장과 같이 힘든 경험을 토대로 엄청난 성장을 했고 대부분 노벨상 수상자가 되거나 여러 분야에서 현재의 미국을 세계 최강의 국가로 만드는데 공헌하게 되지.
군대 생활도 마찬가지다.
네가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다.
개나 돼지처럼 사는 것 보다는 인간답게 고귀한 선택을 통해서 한번 뿐인 네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아빠가 조금 바쁘구나.
네 형은 네게 편지도 없지?
그건 네가 형에게 편지를 한번도 안 썼기 때문이야.
자대 배치 받으면 또 연락하자.
2010. 5.7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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