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화)
지난주는 매우 바쁘게 보냈다.
목요일인 20일은 인천본부장 이인교처장이 교육요원들을 본부 테니스장으로 불렀다.
그는 테니스장에 막걸리며 맥주, 닭 강정은 물론 각종 과일과 찐빵 만두까지 준비시켜 놓았다.
테니스가 끝난 후에는 단골 고기집으로 데려갔다.
인천 명물 삶은 꽃게와 소고기 안주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술도 능력껏 마실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각자가 자신이 마실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자신의 술 양을 직접 소맥을 제조하게 한 후 모든 사람들이 함께 건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폭탄을 돌렸다.
훌륭한 본부장의 지휘 아래 진정 달라질 인천본부의 내일을 기대한다며 ‘진달래’를 외쳤다.
내 이야기가 조금 길어질 듯하자 권춘택이가 주제넘게 나서 건배사를 짧게 하라는 주문을 했다.
그런 주문이 없어도 스피치의 길이는 내가 알아서 결정한다.
권 자신도 자신의 건배사를 길고 지루하게 이어갔으면서 남의 건배사까지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직급이 높아지니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려는 경향성이 나타나는 듯하다.
反面敎師로 삼을 일이다.
나이 들수록, 직급이 높아질수록, 입을 조심해야 한다.
가급적 말을 삼가고 오히려 듣는데 치중할 일이다.
술이 끝나고 나서는 간장게장 찬에 밥을 내었다.
내빈을 응접하는 단골집인 데에다 해산물이 풍부한 지역특성을 감안해 고객감동을 실천하는 음식점인 듯하다.
덕분에 우리는 임금님 수라상 같은 대접을 받았다.
거기다가 7인의 초청객들에게 간장게장과 어리굴젓 선물까지 하나씩 안겨주었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 대리운전하는 권춘택이 차에 동승해 왔다.
항상 받은 것보다 더 주어야 한다.
늘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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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새벽 우리가족은 작은 아들이 복무중인 양구로 출발했다.
집사람은 아들 면회 때문에 안달이 나 있었다.
나는 전날 12시 경에 들어왔지만 아침 다섯 시 이전에 일어나 컴 앞에 앉았다.
집사람이 충분히 잠을 잘 수 있도록 일부러 깨우지 않았다.
집사람이 스스로 일어나 늦었다며 준비를 서둘렀지만 7시 20분경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평소 집사람에게 왜 주말 아침엔 출발을 서둘러야 하는지를 체험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오늘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88도로부터 막히기 시작하더니 경춘 고속도로가 점입가경으로 대책 없이 막혔다.
오후 한 시가 다 되어서야 양구에 도착했다.
아이는 동반입대한 호신이 친구 윤기네 부모가 미리 데리고 양구로 나왔다.
아이가 통닭을 먹고 싶어 했다.
그 때는 늘 그런게 먹고싶은가 보다.
나도 99보병여단에서 한 달간 훈련받고 나왔을 때도 제일 먹고 싶었던 것이 통닭이었다.
통닭 한 마리와 500CC 세잔을 먹고 마셨었다.
그래도 배가 고팠었다.
저녁에는 삼겹살이 먹고 싶다기에 삼겹살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어서 노래방엘 갔다.
호신이는 노래를 참 잘 부른다.
고음처리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그쪽 방면으로 나가도 대성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질이 보인다.
그런데 이 아이도 나를 닮아서 고음처리가 잘 안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게 답이라면 충분히 연습해 그길로 가도 괜찮을 것 같다.
문제는 인내심 있게 한 우물을 제대로 파지 못한다는 데 있다.
돌아와 잠을 청하지만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다.
다음날 아침 새벽에 일어나 양구 서천으로 낚시를 하러 나갔다.
전날 저녁에 했었던 포인트에 들어가 낚시를 흘려보았지만 대물의 움직임은 없었다.
산천어도, 끄리도, 잉어나 누치도 붙지 않는다.
오로지 피라미들과 마자 한 마리, 모래무지 한 마리가 붙었을 뿐이다.
나는 아침으로 짬뽕을 먹고 싶었다.
호신이가 동의해 중국집엘 갔고 호신이는 훈련병 답게 아침식사인 데에도 탕수육을 시켰다.
짬뽕과 짜장은 각각 한 그릇을 시켜 넷이서 나누어 먹었다.
아이들은 낚시나 강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PC방에서 게임을 하길 바랬다.
녀석들이 원하는대로 녀석들을 PC방에서 놀게 하고 우리는 강으로 달렸다.
파로호로 흘러드는 동면 방향의 천에 쏘가리와 산천어가 산다고 들었다.
강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고 들었다.
내가 차를 운전하며 달리는 도중 집사람을 살펴보니 영 시큰둥해 하며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번 물에 들어가면 잘 나오지 않는 내 낚시꾼 기질을 잘 알기 때문이다.
물길을 따라 계곡을 둘러보던 중 천혜의 견지터를 하나 발견했다.
도저히 그냥 갈 순 없었다.
하지만 아침에 서천에서 낚시를 마치면서 이제 낚시를 그만 할 거라며 덕이를 모두 강에 풀어버렸었다.
이럴 땐 주변 낚시점을 둘러보고 덕이가 없으면 지렁이라도 가져가면 된다.
주변 낚시점을 알아보던 중 낚시점을 겸업하고 있는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하나 찾아내었다.
다행이 덕이를 판다.
이런 횡재가 있나!
하늘의 뜻이다!
덕이 한 통에 2000원이란다.
두통을 사서 다시 그 천혜의 견지터로 향했다.
물이 차갑고 색깔이 백옥이다.
물 속에 들어가는데 기분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넣자마자 갈견이가 물고 늘어진다.
버들치와 갈견이를 한 시간 반 동안 아마도 50여 마리는 잡은 것 같다.
처음에는 잡는 즉시 방생을 거듭하다가 물색이 너무 좋고 고기가 깨끗해 물고기를 가져가 요리해 먹기로 했다.
아침을 11시에 마쳤는데 집사람은 두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오후 한시에 점심을 먹어야 한다고 안달이다.
정말 답답한 사람이다.
그냥 낚시하는 내가 미운거다.
그건 PC방에서 한참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조금 더 있다가 가자고 해서 1시 반에 나오기로 약속했다.
약속대로 낚시를 마치고 양구시내로 돌아와 아이들과 점심을 먹었다.
아이들이 이번에는 피자를 먹고 싶단다.
피자로 점심을 대신하고 파로호로 갔다.
파로호는 호수를 가로질러 강 중심까지 다녀올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았다.
놓여진 수상 다리 길을 따라 호수를 한바퀴 돌아 나왔다.
그곳에서 네잎클로버를 네 개나 발견했다.
나중에 코팅해서 아이들에게 하나씩 주어야겠다고 생각해 책갈피에 꼽았다.
저녁은 롯데리아에서 먹고 싶어 했다.
저녁으로 버거 셋트 하나씩 먹은 후 팔랑리 호신이 부대로 향했다.
윤기네 식구는 먼저 도착해 있었다.
모두들 마지막 휴가시간이 도달할 때까지 귀대 신고를 하려하지 않았다.
사람이 자유를 빼앗기는 것 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
그렇다고 귀대시간까지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것도 딱히 없는데 안 들어가려 한다.
자유를 상실했다는 마음이 힘들고 어렵게 하는가보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 아이를 성숙하게 하는 것이다.
위기와 어려움 만큼 커다란 스승은 없다.
어려움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모색하며 극복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성숙하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엄청 오래 걸렸다.
결국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졸음이 쏟아져 도저히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집사람이 운전하게 하고 나는 잠에 빠졌다.
다음날인 일요일은 배탈이 났다.
전날 먹은 점심이 소화도 되기 전에 저녁을 먹은 때문인 듯하다.
아니면 아침밥으로 날계란에 참기름과 간장을 비벼 아침 식사를 했는데 그게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
하루 온종일 설사를 하고 트림이 올라왔다.
트림에서는 상한 냄새가 올라왔다.
다음날도 계속 그렇더니 아침을 굶고 점심때쯤 되니 몸이 괜찮아졌다.
집사람이 밥을 끓여주어 먹었는데 더이상 속이 부대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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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백재현 팀장이 주관하는 교육생 모임에 나갔다.
김홍연 처장과 권춘택, 김종수, 문태영 처장 이외에 박영구 부장과 배전의 정익중 부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또 K처장의 행태가 눈에 거슬렸다.
지나치게 자신을 과시하려는 경향성이 짙다.
나는 가급적 말을 삼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직급이 높을수록 입은 닫고 귀를 열어야 한다.
모처럼의 기회에 아랫사람들이 얼마나 말을 많이 하고 싶겠는가!
그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면서 보다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한다.
저녁을 마치고 2차를 가는데 배탈을 핑계삼이 그냥 집으로 향했다.
만일 맥주를 더 마셨다면 배탈이 다시 도졌을지도 모른다.
일찍 들어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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