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10

20100613 공무원을 더이상 정치판에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by 굼벵이(조용욱) 2024. 11. 13.
728x90

0613()

벌써 교육기간의 절반이 지났다.

이루어놓은 게 별로 없다보니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불안하다.

영어를 포함해 이렇다 하게 무언가 발전의 단서를 찾기가 힘들다.

지난 금요일엔 한기수 국장, 김원진 공사와 함께 술을 마셨다.

마침 점심시간에 골프연습을 마쳤기 때문에 오후에 딱히 할 일이 없고 수업이 조금 일찍 끝나다보니 시간적 여유가 생겨 맥주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떠올라 하교길에 술 한잔 하자고 했다.

차신희 국장은 골프 연습 하러가야 한다며 완강히 거부해 한기수 국장과 같이 가다가 김원진 공사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시간이 된다고 해 자리를 마련했다.

김원진 공사도 딱히 누가 불러주는 사람 없이 외롭게 지내는 것 같다.

공무원 사회 만큼 정치적 영향을 많이 받는 집단도 없는 것 같다.

국장급들의 경우 그게 더욱 심하다.

정치권에 줄을 서야하고 어느 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운명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Technocrat가 아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어찌보면 Policrat 에 더욱 가깝다.

우리의 경우나 별반 차이가 없다.

우리도 직급이 높아질수록 정치적 영향력이 심해진다. 

 

어쨌거나 공부는 계속 열심히 해야 한다.

공부는 일종의 보험이기 때문이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은 어떤 일이든 실패하더라도 쉽게 대안을 찾아 일어설 수 있다.

비록 정치적 영향력을 많이 받는다 하더라도 능력이 검증된 사람은 이와 상관 없이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장이나 김공사는 현 정권에서 밀려난 과거 정부 실세였던 듯하다.

두 분이 나누는 대화의 내용을 살펴보면 내가 그동안 만나봤던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있다.

그들은 6.25를 논하고, 김일성을 논하며, 중국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일본의 현재를 논한다.

6.25의 숨겨진 비화들을 들춰내 그 속에서 한국의 미래를 읽는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엘리트 고위관료들이기에 그들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그들의 대화 속에서 살아 숨쉬는 대한민국의 역동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경청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6.25 당시 맥아더는 주로 일본 기지에 있었을 뿐 한국에 체류한 시간은 24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신선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의 상당부분이 왜곡되어 있는 듯하다.

역사를 미사여구로 꾸미고 치장하지만 이면 깊숙히 들어가면 지나칠 정도로 단순하고 엉성하며 우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의 의사결정도 사실 그렇지 않은가!

내가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회사가 필요로 하는 정책을 만들어 제안하더라도 내 상사나 사장이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릴 때가 어디 한 두 번인가!

어떤 경우에나 시행착오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내가 아무리 올바른 길을 안내하려 해도 호신이는 언제나 제 길을 고집하다가 충분한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되돌아오곤 했다.

그러면서도 녀석은 언제나 자신의 책임이 아니고 남의 탓이라며 자기 합리화에 열을 올리곤 했다.

생맥주 담화가 끝나고 한기수 국장이 한 잔 더 해야 한다고 우겨 순대 국밥집에서 순대 철판볶음을 안주삼아 소맥을 말아먹었다.

많이도 먹고 마셨다.

어쨌거나 술이 떡이 되어 들어왔다.(be lost in the sauce)

덕분에 다음날인 토요일은 정말 일어나기 힘들었다.

술도깨지 않은 상태인 데에다 온 몸이 피곤해 꼼짝하기 싫었다.

더군다나 비가 내려 테니스를 하러 갈 수가 없었기에 골프연습을 하러 아트센터에 갔다.

골프연습 하기가 엄청 힘들었다.

그래도 억지로 했다.

집에 돌아와 컴 앞에 앉았지만 졸음이 쏟아져 좋아하는 영화마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책 읽기는 더욱 힘들었다.

잠이라도 자야 하는데 잠시 누워 한 시간을 침대에서 뒤척였지만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오후에는 100페이지 정도 책을 본 것 같다.

월드컵 축구를 보았다.

우리가 그리스를 2:0으로 이겼다.

박지성이 침착하게 두 사람을 제치고 골을 성공시키는 것을 보고 해외에서 명성을 떨치는 친구라더니 무언가 남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집사람과 둘이서 경기를 보던 중에 경신이가 캔맥주와 육포를 들고와

월드컵 축구를 그렇게 재미없게 보세요?” 한다.

많이 컸다.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데에다 지방선거에서 대참패를 하면서 속이 많이 상해있다.

나로호에 작은 희망을 걸었지만 2분도 못가 폭발해 버려 국운이 쇄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었다.

그러기에 그에게는 월드컵에 거는 기대와 희망이 컸다.

다행히도 김연아든 박지성이든 운동선수들이 잘 해주어 체면을 유지하게 됐다.

정치판도 이러한 국민정서의 흐름을 잘 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