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3(월)
아침 새벽에 원장과 나눌 대화의 실마리를 시나리오로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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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잠깐 드릴 말씀이 있는데 시간 좀 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실 엊그제 이도식 전무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요즘 제가 잠을 잘 못잡니다.
잠깐 잠들었다가도 1시간도 안되어 이내 잠이 깨어서는 밤새도록 뒤척입니다.
생각의 방향을 바꾸어 씩씩하게 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전무님 만나 뵙고 제 어려움을 말씀드리고 일반직으로 전환시켜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전무님께서는
“인사처에서 그게 좋다고 하길래 그런 줄만 알았지 자네가 그렇게 힘든 줄은 몰랐었네.”
하시면서 월요일에 사무실에 들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화요일에 외교안보연구원 졸업식이 있으니 졸업식 끝나고 들르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더니 그러라고 하셨습니다.
인사처에서 직제나 직무에 대한 아무런 검토 없이 그냥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저를 보냈기에 원장님도 많이 힘들어 하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본의 아니게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전문원 규정에 의하면 원래 전문원은 일반직 직위에 보직할 수 있으며 부서장 직속에 두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처장급인데 팀원으로 일한다는 것은 정말 견디기 힘든 일입니다.
정말 남 보기가 부끄러워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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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준비해 갔는데 막상 원장 앞에 가서는 쩔쩔매며 더듬거리다 한소리 듣고 말았다.
그는 주로 압박화법을 통해서 상대방의 생각을 원천차단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내 어려움을 들어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직감한 후 더듬거리며 전무님을 만나 뵌 이야기만 했다.
그는 본사 영역은 본사 영역이니 내가 알 바 아니라며 일언지하에 말을 끊었다.
그리고 그다음 할말이 무엇인지를 물으며 내가 머뭇거리기라도 하면 찬찬히 들어주려는 자세보다는 다그쳐 생각이나 말을 막는 공격적 태도를 보였다.
참으로 차가운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전무님을 찾아갔었고 그래서 혹시 본사에서 전화가 올지도 모르기에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 보고하는 것이라는 정도만 이야기한 듯하다.
그는 내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하여 다시 한번 조목조목 이야기 하고는 내가 그 역할만 열심히 해 줄 것을 지시했다.
그의 가슴에서 따뜻함이라곤 도무지 찾을 수 없다.
김쌍수 사장의 경영 스타일을 판박이로 닮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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