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수)
자꾸만 비참한 생각이 든다.
내가 만들어 놓은 다면평가제를 없애는 방안에 대하여 TF를 구성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신운섭차장이 전화로 전하면서 내 양해를 구했다.
사실 이젠 그걸 고수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생각의 방향도 달라졌고 회사에 대한 매력도 자꾸만 잃어간다.
그동안 밖에서 바라본 회사 안 사정들이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를 내 친 사람들을 생각하면 입에 쓴물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신운섭 차장에게 신세한탄 비슷한 이야기를 몇 마디 했다.
그가 공감해 주었다.
아마도 김유상 차장이 전화를 할 것이라고 했다.
권태호는 지난해에도 내게 비슷한 말을 했었다.
그 때 나를 전력연구원으로 보냈다가 신분변경을 하는 방안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었다.
결국은 권태호 장난에 놀아났다는 것으로 유추할 수밖에 없는데 이친구가 내 목을 친 후 내게 직접 전화를 걸어 그 내막을 설명하지 않고 비열한 방법으로 부하직원을 통해 대신 전해왔었다.
내게 직접 못하니 안중은 부장에게 부탁해 대신 전화를 걸어 나를 교육원으로 보낸다는 통보를 한 거다.
예고한대로 김유상차장이 전화를 했다.
내가 거기 가서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를 물었다.
그는 모른다고 했다.
내가 김차장에게 하소연을 했다.
내가 인사처 있을 때 무슨 일을 얼마나 잘못했기에 날 이렇게 혹독하게 내치느냐는 질문을 했다.
그는 답변이 없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인지 계속 물었다.
그는 아무 말이 없다.
내가 잘못 없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누가 이런 결정을 했는지 물었다.
그는 답변을 회피했다.
그렇다면 내가 사장에게 직접 이야기를 해도 되겠냐고 했더니 그가 화가 났는지 말리지 않을 테니 마음대로 하란다.
당신이 무슨 잘못이 있겠냐며 아무튼 고맙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계속 TV만 봤다.
욕망에 불타는 두 가문간의 극적인 대립을 다룬 드라마 자이언트를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
한 시간이나 채 잠들었을까?
12시 반경에 잠에서 깨어 줄곧 잠을 못 이룬다.
자꾸만 분노가 치솟는다.
그냥 생각의 방향을 돌리고 새로운 출발을 갖자고 아무리 마음속으로 외쳐도 자꾸만 분노가 치솟는다.
누군가는 내게도 이런 분노의 감정을 가졌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건 業報다.
그냥 겸허하게 업보로 받아들이고 귀양살이 하는 기분으로 새로운 삶을 살자고 다짐한다.
그래도 자꾸만 불편한 감정이 치솟으며 잠을 못 이루게 한다.
심지어는 죽음의 문제까지 생각하기에 이른다.
내가 죽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처자식에게서 찾는다.
우리 아이들이 나만큼 절실하게 삶을 이해하고 치열하게 살려는 노력을 해 주기를 바라는데 녀석들은 마음 같지 않아 속상하다.
아무러면 어떠하리.
그저 봉급만 잘 나온다면 그냥저냥 버티어나가는 수밖에...
용수가 전화를 했다.
결국 보험을 들어달란다.
지난번에 힘들게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했었는데 그게 보험을 목적으로 한 이야기였다.
5만 원짜리 화재보험이라도 들어달란다.
머뭇거렸더니 3만 원짜리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가 잘 생각해 보고 나중에 통화 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어려운 친구를 돕는 셈치고 그에게 3만 원짜리라도 들어줘야겠다.
계속 잠을 설치다 새벽에 한 두 시간 정도 잠을 잔 것 같다.
라디오 알람을 꺼 놓고 다시 잠을 청하지만 잠이 안 온다.
그냥 잠자리를 떨치고 일어났다.
계속 마음이 착잡하다.
그래...나보다 못한 사람들도 있겠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 노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걸로 생각하자.
어쩌면 찬스일지도 모른다.
강명균 처장 말 맞다나 정 안되면 거기서 1(갑) 승진하면 된다.
내가 어떻게 변신하는지 똑똑히 보여주리라.
이 역경을 딛고 일어서 어떻게 멋진 재기를 이루는지 보여주리라.
인생은 10년 마다 한번씩은 고비가 온다.
그걸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이루어내자.
남들에게 측은하게 보여 진다는 것은 그만큼 동정을 산다는 것이다.
세상 살면서 그런 불쌍한 삶도 살아봐야 한다.
그래야 완성도 높은 인간이 된다.
아 어쨌거나 가슴이 답답해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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