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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11

20110113 내가 배우고 깨우치며 가야 할 길이 참 멀다

by 굼벵이(조용욱) 2025.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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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UAE 사업단 식구들과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현상철 처장의 처신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는 다른 처실로부터 밥을 얻어먹으면서도 술자리를 주도했다.

음식점 종업원에게 된장 하나를 주문하면서도 봉사료로 1만 원짜리 한 장을 내민다.

별것 아닌 것 같고 우습게 보이지만 아주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연출한다.

이어서 다른 여종업원에게도 다른 이유를 달아 1만원을 건네준다.

우릴 초대한 손님들 좌석 사이사이를 돌며 친근하게 다가가 살살 웃으며 술자리를 주도한다.

상대적으로 나는 인사처장 옆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고 앉아 있다.

그런 자리는 교류가 뜸해 낯이 설은 원자력직군 고위 간부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며 교감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자리인데 그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배우고 깨우치며 가야 할 길이 참 멀다는 생각이 든다.

 

권춘택 노무실장과 김남수 위원장이 내 자리로 와 이야기를 함께 나누던 중 김주영 위원장이 이번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 나섰다는 걸 알게 되었다.

따라서 김주영 위원장에게 선거자금이 많이 필요해 여러 사람들로부터 십시일반으로 모금을 하고 있는 중인데 이 참에 나도 동참하면 어떻겠냐고 한다.

당연히 그래야 되어서 권실장에게 얼마쯤 지원하는게 좋을지 자문을 구했더니 50에서 100을 이야기한다.

100은 내게 무리여서 1층에 내려가 ATM에서 50만원을 찾아 내가 이번에 쓴 책 책갈피에 넣어 노조 박흥근 처장 사무실에들렀다.

예나 지금이나(in all ages) 나를 만나면 그는 신경이 날카롭다.

말 한마디 나눌 때마다 신경질적으로 말꼬리 잡는 버릇도 여전하다.

어찌 보면 내가 지금껏 겪어 온 어려움도 그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와 그의 그런 관계를 잘 아는 권태호가 나를 다시 인사제도팀장으로 컴백시키기는 어려웠을 거다.

원칙에 입각한 인사라면 나를 다시 그자리로 컴백시키거나 일반직으로 돌려 지방사업소로 내보냈어야 했다.

나를 중심으로 형성된 관계의 끈은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엮여있다.

그 모든 것이 실은 모두 내 잘못이다.

내가 목표에 대한 절박성이 부족했고 따라서 목표행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나를 관장하는 수호천사조차 나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격려금을 넣은 책을 박에게 전달하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이치훈 부장과 30분 가까이 통화했다.

그는 설비진단팀 발령과 관련하여 팀원들 모두를 연고지에 배치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아울러 앞으로 그가 생각하는 노조의 구도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김주영 노조가 당연히 무너진다고 보고 있다.

그를 대체하며 새로이 구성되는 노조는 자신과 연대를 이룰 것이고 그 때는 천지개벽이 일어날 것이니 나보고 몸조심 하라는 충고까지 해주었다.

그게 충고인지 경고인지 모르지만 진정으로 나를 아끼는 마음에서 한 이야기란 걸 알기에 고맙게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