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략)
저녁엔 일찍 집에 들어가려고 회사를 나와 전철을 타려는데 경신이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 왔다.
녀석이 나랑 저녁식사를 같이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치킨 집에 먼저 가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더니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안경이 신통치 않으니 새것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녀석을 데리고 안경점엘 갔다.
' GLACIER' 라는 안경점 상호를 달고 있다.
나는 경신이가 시력검사를 받고 있는 동안 주인에게 왜 그런 상호를 썼는지 물었다.
흔한 상호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말로는 ‘빙하’라는 뜻인데 한글도 아니고 안경과 전혀 관련이 없는 영어단어를 쓴 이유가 무언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주인은 내가 원하는 수준의 답을 주지 않았다.
그는 구체적인 히스토리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만일 내가 사장이라면 간판에도 스토리를 담을 것이다.
왜 그런 상호를 담았는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꾸밀 것이다.
그게 살아있어야 모든 것이 활기를 띌 수 있다.
작은 것이라도 모든 것에 혼을 담아야 한다.
안경점 주인은 정말 꼼꼼하게 시력을 테스트하더니 눈이 짝짝이어서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렌즈에 프리즘 효과를 넣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보통 안경알 값의 두 배를 내야 한다고 한다.
값이 너무 비싸다.
녀석이
“어떻게 할까요?”
하고 묻는다. 나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했더니 녀석은 안경점 주인의 권유에 따라 19만 원 짜리 안경을 선택했다.
안경은 자신의 얼굴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걸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렇게 하도록 한 것이다.
녀석과 닭발과 꼼장어를 파는 집엘 갔다.
‘황정원 닭발과 꼼장어’라는 간판을 걸고 장사를 하고 있다.
(이하생략)
'각종모임,취미생활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신이의 제대(20091203) (0) | 2009.12.03 |
---|---|
멘토링 오프라인 모임에서... (0) | 2009.11.27 |
아버지 사표(20091111) (0) | 2009.11.11 |
관심(20091110) (0) | 2009.11.10 |
소형차의 아픔(20091104) (0) | 2009.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