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일찍 귀가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림질도 해 보았습니다.
늙어갈수록 고독을 즐기는 연습해야 한다고 합니다.
제가 한 이야기가 아니고 2500여 년 전 옛 성현들이 하신 말씀입니다.
다림질 하는 내내 즐겁고 신기했습니다.
서울에서 내려올 때 다리미를 하나 사가지고 왔습니다.
삼성전자 대리점엘 갔더니 반값 세일하는 다리미가 있었습니다.
찬찬히 사용법을 읽어본 후 지난 주에 입었던 셔츠들을 다림질 합니다.
세탁도 그렇게 쉬울 수가 없습니다.
세탁기에 적힌 대로 일정량의 세제만 넣고 시작버튼만 누르면 ‘빨래 끝’입니다.
그걸 베란다 빨래걸이에 말리면 다음날 아침엔 완전히 뽀송뽀송해집니다.
밥은 어떤가요?
쌀 씻어서 눈금에 맞게 물 부으면 ‘취사 끝’입니다.
밥솥이 알아서 밥하는 동안 컴퓨터에 앉거나 TV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세상이 편한데 혼자 못살 게 없는 것 같더군요.
가끔 뜨거운 김이 다리미 바닥을 통해 자동으로 ‘폭폭’ 나오면서 온갖 구겨진 것들을 말끔하게 펴냅니다.
우리네 세상도 이렇게 예쁘게 다시 펴낼 수 있는 다리미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끔씩 블랙아웃을 경험합니다.
나는 도저히 기억해 낼 수 없지만 남들은 다 아는 그런 부분이 존재하는 거죠.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무척 불안하고 그래서 괴롭습니다.
혹시 실수나 하지 않았나 하고 이사람 저사람 수소문하며 자신의 행적을 꿰맞춰 갑니다.
아무 일 없으면 남몰래 한숨을 내쉬지만 혹여 실수의 흔적이라도 있는 날이면 마음이 무척 괴롭습니다.
무의식 속에서 억눌려 있던 콤플렉스 덩어리가 술 때문에 나약해진 자아의 태만을 틈타
세상 밖을 헤집고 다니면서 자신의 페르조나를 짓밟아 버린 거지요.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사회속의 일원으로 살아가려면 콤플렉스가 자아를 타고 넘지 못할 수준까지만 음주를 즐겨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 그 단계까지 가지는 못했기에 계속 연습하렵니다.
세상에 연습으로 안 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술은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나 부처님이나 모든 성현들이 음주를 삼가도록 권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난날을 다림질로 펼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지금부터 이어지는 마음의 다림질은 지난날의 구겨짐을 갈색으로 변색시키면서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애잔한 추억으로 만듭니다.
어제부터 처음 시작한 다림질은 마음의 다림질과 함께 계속 고독의 벗으로 삼으렵니다.
勝者만이 아름다운 과거(추억)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금년엔 꼭 1등의 영광을 되찾아 와야 하지 않겠어요?
마음이 모든 걸 결정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2012. 5. 31
조용욱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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