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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로마제국의 쇠망(에드워드 기번)에서 배우는 정치와 종교의 기본 덕목

by 굼벵이(조용욱) 2012.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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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를 강대국으로 만든 것은 신성한 의무감으로 무장한 시민군의 덕(virtue)이었다.

충분한 재산이 있고 평등한 자유와 권리를 가진 로마시민들은

자신의 재산과 식솔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죽음을 무릅쓰고 전쟁에 임했다.

죽기 기를 쓰고 싸우는 사람은 반드시 이긴다.

시민 자신의 이익과 공동체 이익이 서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러니 늘 전쟁에 이기고 따라서 강대국으로 번성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덕에는 항상 부패(corruption) 개연성이 내포되어 있다.

임계점을 지나면 질적 변화가 오듯

전쟁에서 죽기 기를 쓰고 싸워 이기는 것이 자신에게 이에 상응한 부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시민 개인의 이익이 공동체의 이익과 엇박자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배고프면 돈과 권력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결국 자유롭고 독립적이었던 시민 개인은 공동체의 논리 앞에 더 이상 자유롭고 독립적이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미덕은 사치와 부패로 변질되었고 야만족 게르만에게 허망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화폐를 통해 서로의 물건을 교환하고 글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는 것이 문명사회의 기초인데

게르만은 화폐도 글도 없이 그저 재미로 전쟁을 벌일 정도 수준의 야만족이었다.

최고의 문명이 최고의 야만에게 무너져버린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개인의 미덕(virtue)과 공동체의 미덕이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알아야 한다.

개인은 자유롭게 자기완성을 도모하며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것은 소명이다.

하지만 개인이 뭉쳐 사는 공동체 즉 사회는 또 다른 사회적 소명이 있다.

개인이 소명에 몰입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사회적 소명이라고 나는 감히 주장한다.

사회는 개인이 서로 교감하고 화합하며 서로에게 이익이 되도록 win-win의 사회시스템을 이어가야 한다.

다시 말하면 개인의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이 일치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마의 쇠망에서도 우리는 이러한 자연의 섭리를 엿볼 수 있다.

공동체의 미덕인 정치를 개인적인 미덕(사익추구 등)으로 접근하다보면 공동체의 미덕이 무너지면서

나라나 민족이 터무니없이 멸망한다는 것을 그 화려했던 로마제국의 역사가 증명한다.

사익을 추구한 정치 지도자 한사람만 감옥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그런 사람은 정치하고자 하는 생각을 절대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종교도 마찬가지이다.

과거 미신(superstition)의 시대에는 어떤 신성한 사물을 숭배하는 습속이 존재 했고

공동체 안의 개인들이 서로 배타적이지 않게 자유로이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기독교는 달랐다.

기독교는 열정(enthusiasm)적으로 개인의 관념을 숭배한다.(흄의 생각)

사물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생각 즉 관념을 숭배하는 것이다.

따라서 배타적으로 자신들의 옳음을 주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독교인들만의 교감은 있을 수 있지만 전체 공동체 안의 개인들 간의 교감을 해한다.

사람들 사이의 교류를 가로막고 사회가 고립과 분열로 치닫게 된다.

물론 기독교적 신념(관념에 대한 숭배)을 가진 군대는 다른 군대보다 더욱 열심히 싸울 수 있다.

따라서 로마시대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기독교 전쟁을 독하게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종교는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나 절대 배타적이어서는 안 된다.

종교는 공동체이다.

그런데 종교가 사회적으로 위험(공동체 논리에 부적합)하다면 바람직한 종교가 아니다.

개인 간의 교류와 화합을 통한 win-win의 공동체 논리에 적합하도록 종교인의 관념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나는 그것이 진정한 신의 섭리라고 생각한다.

 

 

이상의 견해는 데이비드 흄의 기독교 관과 맥을 같이 하는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접하며 제가 공감하고 느낀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