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이 갖는 문학사적 의미는
자유간접화법을 통해 입체적 관점에서 좀 더 사실에 가까운 묘사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는 수시로 화자의 관점을 옮겨가며 입체적 시각으로
사람이나 사물의 감정이나 느낌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방식을 통해 문학사에 커다란 획을 그었다.
작가의 주관을 철저히 배제하고 최대한 객관적 시각에서 서술하려는 객관적 심각성을 드러낸다.
'작가여 당신의 눈물과 생각을 드러내지 마라' 라고 하면서
'소설가란 신이 우주를 창조하듯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아우얼 바흐는 비개인성 소설이라고 칭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우주 속의 신과 같이 어디에나 존재하면서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아야 하오'
라고 하면서 '설명하지 말고 그려라' 라고 주문한다.
그 무엇에 대한 것이 아닌 것에 관한 소설,
문체의 내적 힘 만으로 지탱되는 그런 소설을 참 소설로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슬프다는 단어 없이 독자를 슬프게 하는,
아름답다 라는 단어 없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그런 문체만이
독자에게 가장 사실에 가까운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소재로 삼았다.
하지만 기존의 스토리 중심의 소설에서 벗어나 언어를 통해 느끼고 이해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려니 스토리보다는 문장 구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했고 따라서 퇴고에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
글 이라는 게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단어를 통해, 문구를 통해, 문단을 통해
독자가 다양한 맛과 멋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사람은 누구나가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멋진 것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순전히 상상이 만들어낸 이상이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과 괴리되는 현상에 괴로워하다가 때로는 현실을 부정한다.
상상(이상)을 현실로 믿어버리는 것이다.
마치 돈키호테가 종이 투구를 검증절차 없이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투구라고 믿듯이.
이런 돈키호테나 보바리 부인 같은 사람을 우린 미친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상상을 현실로 믿다가 현실이 상상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 죽음에 이른다.
돈키호테는 기사도에 관한 소설에 탐닉하다가,
보바리는 삼류 연애소설에 탐닉하다가 이상을 현실로 믿게 된다.
자유분방한 성격에 풍부한 상상력, 지나치게 제약되어있는 현실,
소설이라는 환상의 세계가 한데 어울려 마담 보바리나 돈키호테를 만든다.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다르게 상상하는 경향성을 보바리즘이라고 한다.
이런 보바리즘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특히 화려한 유아기를 보낸 사람들일수록 이런 경향성이 강하다.
일테면 공주병, 왕자병이 모두 그런 예에 속한다 할 것이다.
엠마는 이세상 어디에도 푸르른 남자는 없다는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순간 죽음을 선택한다.
돈키호테도 기사도 세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죽음을 맞는다.
이 소설들은 모두 이상을 현실로 살고자 하는 자가 의미 있게 선택하는 것이 죽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유아기에 가족을 통해 터질듯한 이상을 가슴에 품었고
동화 속 꿈나라에서 보바리즘에 젖었었다.
하지만 그것은 끝없는 도전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을 자극하는 생의 에너지이다.
따라서 자각의 순간 죽음으로 끝낼 일이 아니고
이상의 현실화를 추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내가 플로베르였다면 나는 자각의 순간에 남편이라는 현실을 푸르른 남자로 만들어가는 극적인 과정으로 반전시키면서 이상의 현실화를 추구하겠다.
혹자는 돈키호테나 엠마의 죽음은 부활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상같은 현실계를 살아가는 새로운 생을 예고하는 그런 부활을 의미한단다.
그렇다면 그들은 나와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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