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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by 굼벵이(조용욱) 2013.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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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는 1516년 르네상스 시기에 출간되었다.

토마스 모어는 사계절의 사나이(A man of all seasons ; 1966작 영화)라 불릴 정도로

외부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한결같이 추구한 사람이다.(Saint)

토마스 모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대적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천일의 앤’의 주인공 앤 볼린과 사랑에 빠진 헨리 8세에 의해서 처형되었기 때문이다.

헨리 8세는 당초 형수였던 캐서린과 결혼을 했지만 아들이 없었고 

아들을 낳게 해 준다는 앤 볼린과 결혼하기 위해 캐서린과의 이혼을 교황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의회를 이용하여 왕권을 선포하고 교황의 지배에서 벗어나려했다.

앤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들에게 왕위를 계승하기 위해 왕위계승법을 만들고

토마스 모어로 하여금 선서를 강요했지만 그는 끝내 이를 거부했다.

그 결과 1534년 수감되었다가 1535년에 처형되었다.

그는 1517년 공직에 취임하여 1518년 궁정인이 되었다가 1529년에는 왕 다음 최고지위인

상서경까지 이르렀지만 1532년 상서경 지위를 사임하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형장으로 사라졌다.

 

유토피아는 그가 공직에 취임하기 전인 1516년에 발간된 책이다.

유토피아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나 누구나 꿈꾸는 이상향을 말한다.

르네상스의 복고풍을 타고 플라톤과 키케로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많고 

여행가이면서 철학자이고 예리한 관찰자인 라파엘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상국가란 무엇이고 어떤 조건을 가져야하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법이 정의롭고 공평하며 시민의 공동선을 고양하고 그 결과

시민 자신의 행복을 인간의 본성과 타고난 존엄성에 걸맞게 추구할 수 있는 국가가 이상국가이다.

 

이상국가가 되기 위한 조건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국가를 현명한 보호자에게 맡기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시민 모두가 국가에 관여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다.

전자는 현명한 철인을 왕으로 내세워 놓고 다른 사람들은 관조하는 삶,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체제이다.

하지만 이 체제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원치 않는 일이 발생하고

따라서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문제점이 있다.

후자는 시민 모두가 참여하고 행동하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다.

즉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이 각자의 재능을 발현하는 것이다.

세상은 연극무대와 같으므로 각자의 배역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순리이고

함께 어울려 공동선을 시현해야 한다는 키케로의 의견을 재확인한 것이다.

 

사실 왕들의 자문회의에는 철학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 철학은 그 자리에 들어서지 말고 떨어져 관조하는 삶을 살라는 경우와

오히려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왕들의 생각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는 개념이 충돌한다.

인문주의 철학자들은 현재 공연 중인 연극의 흐름에 자신을 적응시키면서

자신의 역할을 깔끔하고 적절하게 실연할 것을 원한다.

에라스무스는 끝내 현실정치에 참여하지 않았던 반면

모어는 요청을 받아들여 행동하는 삶을 택했지만 이로 인해 결국 목숨을 내어놓아야만 했다.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은 모어에게 헌정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라고 한다.) 

 

덕이 자연스레 드러나는 사람이 고귀한 사람 즉 귀족이다.

시민 모두를 그런 사람들로 구성할 때 유토피아가 만들어진다.

고대로부터 시민이 덕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난 그들의 생각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믿는다.

올바른 교육만이 올바른 시민을 만들고 올바른 시민만이 올바른 정치체제를 만들며

올바른 정치체제가 이상 국가를 만든다는 생각이다.

나는 국민 개개인이 자기실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이상국가의 유일한 기본이념이라고 본다.

국민 개개인이 소명에 몰입하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철인은 철인대로 기업인은 기업인대로 상인인 상인대로 농부는 농부대로

소명을 찾고 몰입하며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 이상국가의 유일한 이념이다.

정치는 모반을 하든 이합집산을 꽤하든 정치의 소명을 받은 사람끼리 할 일이지

철학의 소명을 받은 사람이 기웃거릴 이유도 필요도 없다.

그냥 정치인이 철인의 지혜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스스로 좌표로 삼으면 되는 것이다.

 

우주를 창조하고 지배하는 최고 존재에 대한 믿음을 미트라라고 한다.

이것은 이성적으로 설명되어질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믿음이 인간사회에 평화를 가져오고 종교 자체에도 도움을 준다.

그렇다고 이성적 탐구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미신만 난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성적 탐구와 영혼의 감동이 하나로 통합되는 신앙이 바람직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내 생각도 이성을 초월한 창조주에 대한 믿음은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인간은 마음으로 사는데 그 마음이 의존하고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