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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알베르 까뮈의 異人(이방인)

by 굼벵이(조용욱) 2013.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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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독스런 가난 속에서 자랐지만 다행히 스승의 도움으로 다시 태어난 천재작가다.

일반적으로 지독스런 가난은 사람을 뼈 속까지 좌익이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도 뼈 속까지 좌익이다.

기존의 1인칭 소설형식을 완전히 파괴하고 중성의 무색채 글쓰기를 시도했다.

일반적인 과거형 서술방식을 탈피하여 현재를 기준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것 외에도

문장이 간결하면서도 쉽고 군더더기가 없으며 일상의 구어체 언어를 사용하여

접근성이 매우 좋지만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난해한 스토리를 구성한다.

사르트르는 그의 문장 하나하나가 하나의 독자적인 섬인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극도로 절제된 섬세한 언어로 숨은 그림을 만들어 놓아 고난도 퍼즐을 즐기게 한다.

1,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의 주인공 뫼르소와 2부의 뫼르소는 너무나도 다르다.

2부에선 뫼르소이긴 뫼르소인데 뫼르소가 아닌 뫼르소로 나타난다.

1부에서 그려진 현실 그대로의 뫼르소를 2부에선 찌그러진 거울에 반사시켜 타자나 독자를 왜곡시킨다.

까뮈는 철학자가 되고 싶으면 소설을 쓰라고 하면서

자신이 살아온 부조리한 삶을 ‘시지프 신화’를 통해 소개한다.

부조리란 단절을 의미한다.

희구하는 정신과 그것을 좌절시키는 현실과의 단절이다.

부조리의 본질적 특성은 대립이고 분열이고 불일치이다.

부조리는 인간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세계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인간과 세계의 공존에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부조리는 인간과 세계를 이어주는 유일한 끈이라고 한다.

사르트르는 부조리를 하나의 사태를 지칭하는 동시에

이 사태를 인식하는 명철한 의식을 지칭한다고 했다.

異人은 부조리를 마주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異人은 외형상으로는 1인칭이지만 실질적으로는 3인칭소설에 가깝다.

즉 화자와 인물 사이에 괴리가 있다.

화자는 나로 위장하고 있지만 삼인칭의 부조리한 별종이다.

프로스트는 또 다른 나에서 문학작품은 일상에서 보여주는 나와는 또 다른 산물이라고 했다.

진실한 나가 있고 내가 보는 나가 있고 제 삼자가 보는 나가 있다.

나는 이 세 가지가 서로 일치하지 않기에 부조리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세계는 태생적으로 부조리할 수밖에 없다.

나도 異人이고 너도 異人이고 그도 異人이고 모두가 異人이다.

모두가 서로 다른 異人들이 뒤엉켜 부조리를 이룬다.

우리는 진실과는 다른 부조리한 異人들끼리 모여 현실세계를 살아가며

찌그러진 거울로 서로를 달리 해석하고 있다.

소설 속 타자나 독자들은 뫼르소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실 어떤 것이 정상이고 어떤 것이 이상한 것인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각자 현상학적 관점에서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아 그걸 정상이라고 규정할 뿐이다.

그러니까 우린 그냥 너그러운 마음으로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며

異人들끼리 서로서로 이해하고 감싸 안아야 한다.

작열하는 태양과 싸우고 죽음을 극복한 뫼르소는

이상한 사람인 동시에 전혀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