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곧 자유야. 그렇죠, 아버지.
하지만 그 자유를 얻으려면 일에 몰두해야 하죠.’
하지만 주인공 벤은 일에 몰두하지 못한다.
무엇 때문일까?
내면에서는 끈질기게 사진작가를 원하는데 내게 정작 돈을 주는 일은 변호사다.
그러니 몰두하지 못하고 변호사 일도 메인 스트림을 타지 못한다.
사진을 계속 찍어대지만 그것도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왜 그럴까?
바로 다음 내용이 이를 설명해 준다.
‘일단 인기를 얻으면 어디서나 그 사람을 찾는다.
미국문화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은 늘 무시된다.
무명은 무명으로 계속 남는다.
그러다가 문이 열리고 빛이 들어온다.
행운의 밝은 빛에 휩싸인 후로는 갑자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반드시 써야 할 인물이 된다.’
일단 한 번 이름을 날리면 별거 아닌 게 별거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행운의 밝은 빛이 깃들기 전에는 아무리 고군분투해서 별거를 만들어도
사람들은 별거로 보지 않는다.
잭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제 와서 가장 참기 힘든 게 무엇인줄 아나?
언젠간 죽는다는 걸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는 거야.
변화를 모색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거나
다른 생을 꿈꿀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 양 살아왔다는 거야.
인생은 미로 찾기 입니다.
부모가 자신이 겪었던 경험으로 아무리 Shortcut을 가르쳐 주려해도
아이들은 들으려 하지 않고 마치 미로 속의 쥐처럼 여기 저기 부딪치며 힘들게 길을 찾습니다.
그 여정이 길고 복잡할수록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선임변호사 잭의 유언 같은 인생해설은 자신의 소명을 찾기 위한
좌충우돌 미로 찾기 식 도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가족의 덫에 걸려 못했던 여행을 은퇴 후에 즐긴다면 훨씬 더 중후하고 그윽한 향기로 채울 수 있다.
조금 미루어 놓는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운명이 벤에게 게리의 인생을 살게 하듯 어느 순간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하늘이 우리를 이 땅에 보낼 때는 분명히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종교라도 있었다면 무릎을 꿇고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제가 전에는 그토록 하찮게 생각했던 삶을 제발 돌려주십시오......
제가 선택한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더 이상 불평하지 않겠습니다.
딱 한번만 기회를 더 주십시오.”
허송세월하는 젊은 아들을 바라보는 것만큼 울화가 치미는 순간도 없습니다.
언젠간 아들 녀석도 벤이 했던 이 말대로 딱 한번만 기회를 더 달라고 조르겠지요?
하지만 그런 기회는 영원히 다시 오지 않습니다.
우리는 태어났지만 다시 태어나야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철저하게 자신을 죽이지 않으면 절대 다시 태어날 수 없습니다.
다시 태어나고 싶다면 현재의 자기를 철저하게 죽여야 합니다.
정말 한 순간에 모든 걸 다 빼앗길 수 있는 게 삶이야.
우리 모두는 그런 순간이 언젠가 다시 오겠지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거야.
나는 개인적으로 이 대목이 이 책의 주제어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삶이 두렵습니다.
내 모든 걸 다 빼앗길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이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벤이 그렇게 자신을 죽이고 게리로 환생했듯 그런 위기의 순간이 언제 닥칠지 몰라 두려운 거죠.
지나간 위기엔 감사기도를 드리고 다가올 위기도 그저 기도에 의존합니다.
내가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destiny 이기 때문입니다.
세밀한 묘사가 없는 이야기는 맥없고 심심할 수밖에 없으니 좋은 글을 쓰려면 균형감을 유지해야 한다.
글 전반에 작가 자신의 시각이 담기지 않으면 독자는 작가가 관찰한 바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없다.
루디워렌은 몬태나의 이름난 술꾼이지만 글을 쓸 때 세부 묘사와 전체적인 주제 사이에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글을 쓸 때 필요한 결정적인 조언입니다.
큰 그림과 작은 그림들이 제대로 조화될 수 있도록 작가의 관점이 전반에 흐르게 해야 한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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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쳐를 보고 몇가지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멘티 지연이와 주제토론을 하기 위해서지요.
할 일이 참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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