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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소장 생활/광양지사

어느 여름날 황전에서

by 굼벵이(조용욱) 2013.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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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위원장님들을 비롯한 동부권 사업소 몇몇 분들끼리

매년 계모임을 한다며 저를 초청했습니다.(8.9)

대부분 내외가 함께 모이신다는데 그날은 한분만 부부동반하셨습니다.

남도 음식이 대단하다더니 정말 겁나게 상을 차려부렀습니다.

애피타이저로 장어구이/ 삼겹살 구이부터 시작하더니  

메인 음식이 나오는데 .....

내가 태어나 처음보는 음식이 나옵니다.

 

우선은 정자에 이렇게 점잖게 좌정합니다.

요 앞의 커다란 찜통에 정말 해괴한 음식이 들어있습니다.

 

바로 요놈들입니다.

몸에 좋다는 것은 다 들어있습니다.

전복에

오골계에

자라까지...

두려운 마음으로 처음 접하는 음식을 조금 먹어보았는데

닭고기인지 자라고긴지 구분이 안갑니다.

 

몸에 좋다는 5년 숙성 35도짜리 오가피주, 매실주 등등..

그날 김동호 대리님 담금주 몽땅 아작을 낸것 같습니다. 

집 빌려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술이며 기타 먹거리까지...

김동호 대리님께는 너무 미안해서 고맙다는 말도 못하겠습니다.  

 

박종록 실장님이 먹기 좋게 안주거리를 찢어놓습니다.

 

드디어 진수성찬이 마련되었습니다.

 

 

통마늘에 전복까지 넣어 푹 고은

토종닭까지...

 

마파람에 게눈감추듯 한다더니

순식간에 그 많던 음식이 사라집니다.

5년 숙성한 저 오갈피술 댓병을 몇개나 넘어뜨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위원장님이 드디어 토종닭과 씨름을 합니다.

 

이렇게 밤은 깊어가고...

 

죽까지 맛나게 먹었는데...

가지 끝에 주먹만한 꽃뭉치를 매단 배롱나무 꽃들도

토종닭이 먹고싶은지 흔들 흔들 흔들거립니다.

 

즐겁고 신나게 사는 사람들입니다.

웬만큼 부지런 떨지 않고는 이런거 준비 못하는데...

 

이렇게 술자리와 더불어

따뜻한 정도 새록새록 여물어 갑니다.

 

다시 야외에서 3차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한운섭 실장님 드디어 꼭지점에 도달하신 것 같습니다.

포즈가 심상치 않습니다.

 

 

카메라에 흔들림이 많다는 건 제가 그만큼 취했다는 증거입니다.

요기까지 보고 저도 꼭지점에 도달해 먼저 잠자리에 듭니다.

혹여나 밤새 멧돼지와 기싸움이라도 벌일일 없을까 했는데

깨보니 아침이고 코 끝 모기장 바깥쪽으로

모기떼만 다닥다닥 붙어있더군요

 

아침은 이렇게 찬란하게 시작했어요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아침을 보셨나요?

 

천국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저 끝으로 하늘길이 열려있습니다.

어젯밤 바람결에 흔들거리던 흰 배롱나무꽃과 달리

화사한 연분홍이 숲속의 아침을 화려하게 열어줍니다.  

이 얼마나 고요하고 아름다운 숲속의 아침모습입니까?

정말 부러워 죽겠어요.

고독할 겨를 없는 일거리가 있고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갈아입는 산과 숲이 있고

좋아하는 막걸리 한 통만 있으면

세상 부러울게 뭐가 있겠습니까?

이 아름다운 세계에 나를 초청해준

위원장님, 김동호 대리님 이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엔 정식 회원자격으로 다시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