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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무들기 생각

설렁탕 한 그릇

by 굼벵이(조용욱) 2013.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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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인심이 흉흉해져

불알친구끼리 고소고발하는 사례도 생기고

해가 갈수록 고향이 멀어지는 듯 합니다. 

나도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로 올라가

지금껏 외지에서 살았으니 고향도 나를 버릴만 합니다.

하지만 13대 종손집안으로 조상님 모두 거기 계시고

어머니도 아직 그곳에 살아 계시며

은퇴 후 돌아와 조용히 여생을 거기서 보내라는 아버지 뜻도 있어

멀지 않은 장래에 물려주신 터전에 보금자리를 틀어야 합니다.

지난 해에는 형님과 함께 버스를 대절하여 어르신 관광여행을 보내드리면서

돈만 덜렁 보냈을 뿐 자리를 함께하진 못했습니다.

불현듯 이번엔 직접 고향에 내려가 어르신들에게

점심라도 대접해 드리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동네 불알친구가 집 근처 휴게소에서 식당을 개업했기에

개업인사 겸해서 거기 모셔다가 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9. 28일 아침 집사람과 함께 고향을 찾았습니다.

 

친구가 개업한 식당입니다.

 

집에서 음식을 차려야 하지만 친구가 하는 설렁탕에

떡과 과일만 추가로 준비했습니다.

어르신들도 어차피 개업인사 삼아 모두들 좋아하시네요.

 

머지 않아 이분들의 뒤를 이어

우리들이 나중에 그자릴 차지하겠지요.

아버지 친구분이 맛나게 음식 드시는 모습을 보니

아버지의 빈자리가 너무 크더군요.

 

식사를 마치고 나오셔서 모두 댁으로 모셔다 드렸습니다.

 

집에 들러 어머니가 가꾸는 화단을 둘러보다가

화분속 군자란 이파리 사이에서 위장술의 대가 청개구리를 만났습니다.

 

놈은 이렇게 앙증맞은 자세로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루 온종일 움직임도 없이 때를 기다리다가

기회가 오면 긴 혀로 낼름 먹이를 잡아채지요.

인생의 기회도 번잡떨며 여기저기 기웃거릴 일이 아니고

이놈 청개구리처럼 잡아야 하지 않을 까요?

 

설렁탕 한그릇에 수건 한장 들고 즐거워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가슴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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