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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모비딕

by 굼벵이(조용욱) 2014.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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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은 소설을

'진실을 말하는 위대한 예술'이라고 했다(great art telling the truth)

그는 모비딕을 통해 인간 삶의 어두운 진실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인생은 역경을 헤치고 견디면서 결과적으로는 해탈에 이르는 과정이다.

 

“자신의 내면에 수천의 영혼이 숨 쉬고 있고,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수많은 강줄기가 모여 미시시피 강을 이루듯이

자신의 내면에는 과거와 현재의 복잡한 생각들과 사상이

쏟아져 들어와 대화를 이루고 있다.”

실존의 삶은 늘 이렇게 알량한 생각들로 복잡하다.

 

아합은 머리로 살아가며 카리스마가 넘치고 자기 확신이 강한

절대주의자, 전체주의자이다.

반면 이스마엘은 성경 속 이스마엘 처럼

평범하거나 천한(사생아) 사람이고

그래서 가슴으로 살아가며 모든 것을 포용하고 인간적으로 살아간다.

흰고래 모비딕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신비의 상징적 인물이다.

흰색의 의미 자체가 일면 삶의 신비나 초월적 존재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신비의 일면에는 존재의 근원적 결핍이나

악마적 표상 까지도 함께 지니고 있는 것이다.

 

멜빌은 모비딕을 통해 미국사회의 다양성과(다양한 선원들) 

민주주의의 이상과 한계를 설명하고 싶어 했다.

 

“미국사회가 민주주의의 원리에 의하여 운영되는 것 같지만

미국인들은 전체로부터의 소외를 걱정하고 있다.

다수의 의사결정으로 삶의 방향이 결정되지만

소수의 입장에 서는 것을 두려워한다.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접고 다수의 의견에 따르게 된다“는 토크빌의 주장은

아합의 선동으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불합리한 집단의식을 통해

민주주의의 한계를 설명한다.

바다는 미지의 세계이며 신비를 품고 있어

도전과 경쟁, 독립성, 남성적인 힘과 생명의 시작, 약육강식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반면 육지는 거친 파도와 싸우고 돌아와 안주하는

가정의 포근함이며 안주와 정착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우리네 삶은 인종적으로도 다양하지만 삶을 인식하는 시각도 다양하다.

같은 대상이라 할지라도 각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렇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자연의 한결같음이고

그 안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일 뿐이다.

인간의 탐욕이 자연을 황폐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자연은 변함없이 인간에게 관용과 사랑을 베풀며 기회를 준다.

그래서 사랑은 곧 자연이고 신인 것이다.

이스마엘이 퀴퀘크가 자신의 죽음을 대비해 만들어 놓은 관으로 구조되는

일련의 과정은 자연과 인간의 이러한 교감을 장엄하게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