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누나는 연어들이 자신의 모습을 다른 연어들의 입을 통해 알게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연어들은 남들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입에 올리기를 좋아하는 습성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왜 가자미는 눈이 한 쪽으로 쏠려 붙은거지?"
"그건 가자미가 자기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려고 애쓰다가 그렇게 된거란다."
누나는 사랑이 간섭이 아니라는 것을 모른다.
오히려 묵묵히 바라보거나 나란히 헤엄치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정말 누나는 모르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언제나 동무들의 숫자보다 적들의 숫자가 더 많다.
별들이 저렇게 반짝이는 건 누군가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거야
나 여기 있다고 아무일 없이 잘 있다고.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연어만이 사랑에 빠질 수 있는거야
속이 깊은 강일수록 겉으로 흐름을 드러내지 않는다.
강물은 아래로 흐르면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을 가르친단다.
내 삶의 이유는 내가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거야
그건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지.
별이 빛나는 것은 어둠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지.
우리는 누구나 우리가 아닌 것의 배경이 될 수 있어.
"사무친다는게 뭐지?"
"아마 내가 너의 가슴 속에 맺히고 싶다는 뜻일거야"
"무엇으로 맺힌다는 거지?"
"흔적......지워지지 않는 흔적"
구두는 짓밟히면서 발걸음을 옮겨주는 일을 해
하지만 잊어야만 훨씬 더 행복한 기억을 갖게 될지도 몰라.
#################################
연어 이야기
기력이 떨어진 겨울은 봄에게 계절의 주도권을 넘기기 위해 이주 깊고 높은 산골짜기를 찾아간다.
산골짜기 응달에 남아있던 고집쟁이 잔설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그 고집쟁이를 어르고 달래 하얀 각서 한 장 받아낸 뒤에야 겨울은 알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진다.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네가 보고 싶어서 물결이 쳤다.
나비는 겨울이 되면 알에게 이불이 되어 주려고 눈이 되어 내려오는 거야.
"그리워하면 변할 수 있는 거야?"
"간절하게 그리워하면 가능한 일이지"
수달이 말하길...
우리는 물을 사랑해
그래서 물로 뛰어들지 않고 스며들지.
스며드는 것은 소리가 나지 않아.
귀를 기울일 필요도 없지.
침묵으로 말하는 거야.
밤에는 그림자도 너처럼 잠을 자.
물 속에 사는 것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단다. (인연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시간도 보이게 된단다.
그러니까 이세상의 가장 낮은 곳, 이렇게 밑바닥까지 가보는 게 우리의 삶이지.
왜가리가 한 쪽 다리로 서 있는 것은 신발 하나를 물 속에 빠뜨렸기 때문일거야.
별들이 깜박이는 건 울고 있다는 뜻이야.
저 수많은 별 들 가운데 슬픈 전설을 간직하지 않은 별은 하나도 없거든.
나는 이미 너한테 물들어버린 걸.
물든다는 것은 마음이 마음을 만나 따뜻해 지는 거지.
사랑한다는 말은 입술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가벼워지곤 하지.
네가 맑은 눈으로 보기 때문에 내 눈이 맑게 보이는 거야.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을 우리가 언젠가 우리의 죽음으로 덮게되는 것처럼,
그리하여 새로운 알이 태어나게 되는 것처럼.
강바닥에 코를 박고 강물냄새를 한껏 들이마셨지.
연어라는 말 속에 강물 냄새가 나야 하니까.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는 인디언 속담이 있다.
'삶의 지혜를 찾아서 > 인문학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자란 무엇인가(안경환) (0) | 2017.08.10 |
---|---|
총, 균, 쇠(제레드 다이아몬드) (0) | 2017.08.03 |
책은 다시 도끼다(박웅현) (0) | 2017.07.12 |
유대인 이야기(홍익희) (0) | 2017.07.05 |
하버드대 행복학 명강의 느리게 더 느리게(장샤오형) (0) | 2017.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