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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총, 균, 쇠(제레드 다이아몬드)

by 굼벵이(조용욱) 2017.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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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특성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1532년 11월 16일 잉카의 황제 아타우알파와 스페인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페루의 고지대 도시인 카하마르카에서 최초로 마주친 사건이 가장 극적이다.

168명의 스페인 오합지졸로 수백만의 백성이 있는 자기 제국이 있고 다른 인디언과 전쟁에서 막 승리를 거둔 8만 대군이 둘러싼 형국에서 두 지도자가 얼굴을 맞대고 미처 몇분이 지나기도 전에 피사로가 대뜸 아타우알파를 사로잡아버린 사건은 유럽인들이 신세계를 식민지로 만든 직접적 요인(군사기술, 전염병, 중앙집권적 정치조직, 해상기술, 문자 등)을 말해준다.

피사로는 8개월간 인질로 잡아놓고 역사상 가장 많은 몸값을 뜯어냈다.

가로 6.7M, 세로 5.2M, 높이 2.4M간 넘는 방을 가득 채울 만큼의 황금을 받은 후 아타우알파를 처형해 버린 것이다.

피사로는 비센데 데 발데르데 수사를 보내 아타우알파에게 보내 하느님과 스페인 국왕의 이름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율법에 복종하고 스페인 국왕을 받들 것을 요구했지만 아타우알파는 성경을 보여달라고 요구했고 성경을 보더니 얼굴이 벌개지며 홱 집어던졌다.

수사는 피사로에게 돌아오면서

"나오시요 기독교인들이여 하느님의 일들을 거부하는 개같은 적들을 물리치시요."

하자 대장은 칸디아에게 신호를 보냈고 칸디아는 당장 총을 쏘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나팔소리가 울려퍼지면서 갑옷 입은 스페인 군대가 기병과 보병을 막론하고 각각 숨어있던 곳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관장에 가득 메운 비무장 인디언들을 덮쳤다.

가마를 들고있는 인디언들을 죽이고 아타우알파를 끌어내려 사로잡은 것이다.

그렇게 7천명 정도를 죽였다.

말은 20세기 초반 1차세계대전까지 장장 6000년 동안이나 위력을 발휘한 군사무기였다.

두번째는 스페인 이주민들이 파나마와 콜럼비아에 도착한 이후부터 남아메리카 인디언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한 천연두 때문이다.

이로인해 내분이 발생했고 국력이 분열되었다.

천연두, 홍역, 인플루엔자, 발진티푸스, 선페스트(흑사병)들은 다른 대륙의 많은 민족들을 몰살시킴으로써 유럽인들의 정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 것들이 죽인 인구는 95%에 이른다.


실제로 유랑생활을 하는 수렵채집인들은 수유기 무월경, 금욕, 유아살해, 낙태 등을 통해 4년정도의 터울을 유지한다.

그와 대조적으로 정주형 사회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필요가 없으므로 제대로 먹을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나을 수 있다.

농경민족의 산아 간격은 약 2년이다.

수렵채집에서 농경으로 돌아선 원인은 우선 야생 먹거리가 감소한데 있다.

대형 포유류의 멸종에 있다.

인간이 가는 곳엔 언제나 동물의 멸종이 이어진다.

뉴질랜드에 정착한 폴리네시아인들은 모아새를 멸종시키고 바다표범의 수를 격감시켰다.

닭이 주요 식량이 된 것은 야생조류와 돌고래를 잡아먹기가 쉽지 않게 된 후였다.

두번째는 야생 작물화에 따른 보상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어 각종 기술이 발달하고 인구밀도의 증가가 이어졌다.

식량생산이 단위 면적당 얻을 수 있는 식품 열량의 양을 증가시켰는데도 식량생산자들은 오히려 영양상태가 나빠졌는데 그 모순은 인구밀도가 먹거리 증가에 비해 좀더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일부 식물들은 씨앗을 바람에 날리거나 물에 뜨도록 하여 확산되고 맛 좋은 과육으로 감싸 그 색깔이나 냄새로 잘 익었다는 걸 알려 동물들이 자기 씨앗을 운반하도록 계략을 쓴다.

많은 야생식물들은 동물의 배 속을 통과해야만 발아할 수 있다.

흙돼지의 배설장소처럼 인간의 배설장소도 최초의 무의식적 품종개량자들의 실험장이었다.

과육의 맛이 좋은 식물은 동물에 의해 종자를 퍼뜨리지만 그 과육 속의 종자는 맛이 없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종자까지 씹어먹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올챙이 배를 하고 있는 것은 양은 많지만 단백질이 부족한 식사를 할 때 나타나는 특징이다.

뉴기니의 전통적인 고지대 사회의 식인풍습도 궁극적으로는 단백질 결핍 때문이었다.

모든 야생동물은 한번쯤 가축화의 기회가 있었지만 실패한 것들이다.

사회적 동물들은 목축에 적합하다.

이런 동물들은 우세한 지도자를 본능적으로 따르며 인간을 지도자로 여기기에 양치기나 목양견이 쉽게 몰고 다닐 수 있다.

또 비좁은 우리 속에서도 잘 지낼 수 있다.

동물들의 무리는 서로 배타적인 세력권을 지키는 경우가 많다.

또 교미철이 되면 각자 세력권을 지키고 다른 동물의 접근을 참지 못하며 싸움을 벌인다.

대부분의 사슴류나 영양류가 그렇다.

농업의 힘은 결코 비무장 상태에선 생기지 않는다.

농경민들은 더 지독한 병원균을 내 뿜었고 더 나은 무기와 갑옷을 가졌으며 더 강력한 기술을 소유했다.

근대사의 주요 사망원인이었던 천연두, 인플루엔자, 결핵, 말라리아, 페스트, 홍역, 콜레라 같은 여러 질병들이 동물의 질병에서 진화된 전염병 들이다.

과거의 전쟁에서는 가장 훌륭한 장군보다 가장 지독한 병원균을 퍼뜨리는 군대가 승리할 때가 많았다.

세균도 기본적으로는 다른 생명체와 똑같이 진화한다.

가장 효과적인 새끼를 낳아 그들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장소에 전파시킬 수 있는 개체들을 선택한다.

다음 숙주에게 먹힐 때까지 기다린다. (생선회)

곤충의 침 속에서 편승하여 옮기기도 한다. (모기, 체체파리, 벼룩 등)

매독이나 풍진은 여자에게서 태아로 전달되어 감염되도록 하는 놈들이다.

감염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은 열을 내는 것이다.

체온을 높이면 결과적으로 그런 병원균들은 우리보다 먼저 죽는다.

다른 방법은 천연두와 같이 항체를 형성하여 면역하는 방법인데 예방접종이 그 예이다.

인류역사상 가장 지독한 유행병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발생한 인플루엔자로 2100만명을 죽였다.

흑사병(선페스트)는 1346~1352년도에 유럽인구의 1/4을 죽였다.

소나 돼지같은 사회적 동물들을 가축화시켰을 때 주로 발생한다.

코르테스는 지독하게 군사중심적인 인구 수천만의 아스텍 제국을 정복하기 위해 600명의 스페인 인을 이끌고 멕시코 해안에 착륙했다.

아스텍 수도인 테노치티틀란에 입성하여 병력의 2/3만 잃고 탈출하여 해안까지 돌아갈 수 있었다.

1520년 천연두에 감염된 한 노예가 퍼뜨린 유행병은 거의 절반에 가까운 아스텍족을 몰살시켰다.

2000만에 달했던 인구가 1618년에는 160만으로 곤두박질쳤다.

1531년 피사로가 168명을 거느리고 수백만 잉카제국을 정복하기 위해 페루해안에 상륙했을 때도 1526년 육로를 통해 들어온 천연두가 잉카족 대부분을 몰살시켰다.

이로 인해 내전을 벌이는 틈을 타 피사로가 정복해 버린 것이다.

해안에 찾아온 스페인인에게서 전염된 해안지방 인디언들로부터 퍼져 스페인인들보다 먼저 상륙한 천연두 덕이다.

북아메리카도 콜럼부스가 도착한 이후 한두세기에 걸쳐 인디언 인구는 최대 95%가 세균으로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근대에 와서 문자는 무기, 세균, 중앙집권적 정치조직 등과 나란히 행진하면서 정복을 도왔다.

문자는 주로 식량생산을 시작한 지역에서 발생했다.

제도화된 종교는 서로 무관한 개인들이 서로 죽이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데 보탬이 된다.

아울로 유전적인 이기심을 떠나 타인을 위해 목숨을 걸고 희생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남북 아메리카에서 식량생산을 못했던 단 한가지 이유는 바로 가축화, 작물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앙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에서 가축화한 동물은 개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