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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들/마지막 리더(2010)

엘리스(Albert Ellis)

by 굼벵이(조용욱) 2017.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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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Albert Ellis)

  엘리스는 인간의 성격을 세 가지 측면에서 조명하였다.
  첫째는 생리적 측면으로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선천적인 경향성 외에도 비합리적으로 생각하여 스스로를 해치려는 경향성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이를테면 자살충동과 같은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고 생각될 때 자신이나 타인 또는 세상을 두루 비난하는 경향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회적 측면으로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선량하고 가치 있는 사람으로 믿을 것이라는 경향성이다. 이러한 경향성이 지나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면서 절대적이고 긴박한 상황으로 몰아가 불안과 우울을 만들어낸다.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에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려는 이 우월욕망으로부터 군주와 노예가 생겨났고 결과적으로 인간의 역사는 이 우월욕망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고 주장한다.
  셋째는 심리적 측면으로 우리가 삶의 과정에서 합리적이지 못한 신념을 가지게 되면 정서적으로 혼란을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기를 향상시키는 행동보다 자신을 파괴하는 행동을 더 쉽게 배운다고 한다. 이러한 생각과 행동을 고치려고 애를 쓰지만 종종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 버린다.

  자신을 파괴하는 비합리적 신념은 주로 당위성을 강조하는데서 기인한다. 나는 무엇을 해야만 한다거나 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자신에 대한 당위성(I must~), 다른 사람에 대한 당위성(Others must), 조건에 대한 당위성(Conditions must)이 주로 비합리적인 신념을 낳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 스스로에게 부과한 당위성에 미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자아 불안이 생기고 그것이 지나치면 자아 우울이 생겨난다. 그리고 주변의 삶의 조건에 대하여도 스스로 불편을 감내하지 못하면서 불편장애를 겪는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접하게 되는데 신념체계가 바르지 않으면 행동이나 정서가 부적절하게 나타나고 이것이 반복되고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심한 장애를 겪게 된다.

  그가 제시한 비합리적 신념의 예를 살펴보면
  - 우리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항상 사랑과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
  - 우리는 모든 면에서 반드시 유능해야 하고, 성취해야 한다.
  - 세상엔 사악하고 야비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사악하고 야비한 행동은 반드시 엄벌을 받아야 한다.
  - 내가 바라는 대로 일이 되지 않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 인간의 불행은 외부 환경 때문이며 인간의 힘으로는 이를 바로잡을 수 없다.
  - 언제든 위험하거나 두려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바로 커다란 걱정의 원천이다.
  - 어떤 난관이나 책임에 직면하기 보다는 회피하는 것이 더 쉬운 일이다.
  - 우리는 타인에게 의존해야만 하고 내가 의존해야할 더 강한 누군가가 필요하다.
  - 우리의 현재 행동과 운명은 과거의 경험이나 사건에 의하여 결정되며 우리는 이러한 과거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 모든 문제에는 가장 완벽한 해답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찾지 못하면 파멸이다.

  이와 같은 비합리적 신념을 바로잡기 위해서 그는 REBT 이론을 제시하였다. REBT란 Rational-Emotive Behavior Therapy의 약자로 합리적 정서적 행동치료를 의미한다. ABCDE 모형이 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문제의 원인을 신념체계에 두고 논박을 통해 비합리적 신념체계를 합리적으로 바꾸어주는 심리치료 방법이다.

<그림 14 정서적 행동치료를 위한 ABCDE 모형>

자극(S)
Activating Event
반응(R)
Consequence
매개요인(O)
Irrational Belief
사  건
비합리적 생각
부적절한 정서적/
행동적 결과
합리적 생각
효과(적절한 정서적/행동적 결과)
Rational Belief
Effect
논  박
Dispute


  어떤 사건(A)에 대해 비합리적 신념(B)이 작동하면 부적절한 정서적 혹은 행동적 결과(C)가 나타나게 된다. 이를 논리적 반박(D)을 통해 합리적 신념체계로 바꾸어 적절한 정서적 또는 행동적 결과(E)로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REBT의 6가지 주요 원리를 보면
  - 인지는 인간 정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 비합리적 신념은 정서장애의 주원인이다.
  - REBT는 우리가 사고하는 것을 느끼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사고의 분석부터 시작해야 한다.
  - 비합리적 사고와 정신 병리를 유발하는 것은 유전적이고 환경적인 영향을 포함한 다중요인에 기인한다.
  - 행동에 대한 과거의 영향보다 현재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 비록 쉽지 않지만 신념은 변화한다고 믿어야 한다.

  어떤 생각이 합리적이고 비합리적인지를 어떻게 구별할까? 이와 관련해 우리가 유의해야 할 사항은 이를 구분하는 절대적인 또는 선험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사고나 규범에 맞는 사고 또는 논리적으로 흠결이 없는 사고만이 합리적인 사고가 아니다. 합리적인 사고와 비합리적인 사고를 구분하는 기준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첫째,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당위적 사고는 대부분 비합리적인 경우가 많다. 모든, 반드시, 꼭, 결코, 당연히, 항상, ~이어야만 따위의 것들은 당위적 생각을 표현하는 단어들이다. 예외 없는 법칙이 없듯이 피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다른 생각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다 보면 정서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 마음속에는 어느 정도 ‘인간적으로 가치 있는 사람이 되려면 매사에 유능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자기실현 경향성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완벽하다는 것은 자아이상에 불과할 뿐 현실이 아니다. 이상은 추구해야할 목표이지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들을 이루어 가면 되는 것이다. 이상에 지나치게 집착해서 심리적 좌절을 겪다보면 정신건강을 해치게 된다.
  셋째, 기능적 유용성이다. 이는 ‘내가 가진 생각이 현재 내가 행복하게 사는데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가?’와 관련되어 있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행복보다는 불행을, 기쁨 보다는 슬픔을, 희망보다는 절망을, 성공보다는 좌절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면 합리적이라 할 수 없다. 지금까지 자신이 가져왔던 신념과는 다르지만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행복과 기쁨을 가져다준다면 기능적 유용성이 있는 것이므로 이를 포기하기 보다는 신념 자체를 수정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중국이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주장하며 경제적인 관점에서 공산주의 이념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엘리스는 또한 아래와 같이 11가지의 정신건강 기준을 제시하였다.
  - 자기 관심(Self-interest) :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 관심을 가지고 내적인 성장을 위해 몰두한다.
  - 사회적 관심(Social-interest): 인간은 집단 속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자 한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은 집단 속에서 유리되지 않고 관계적인 맥락 속에서 인간에 대한 관심을 지니고 있다.
  - 자기지향(Self-direction): 인간은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자신의 문제를 독립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타인의 지지나 협동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지지를 억지로 요구하지는 않는다.
  - 관용(Tolerance): 성숙한 사람들은 타인의 실수에 대해 관용적이며 실수하는 사람들을 비난하지도 않는다.
  - 융통성(Flexibility): 건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에 대해 융통성이 있으며 변화에 대해 수긍하고 타인에 대해 편협한 견해를 가지고 있지 않다.
  - 불확실성의 수용(Acceptance of uncertainty): 성숙한 사람은 자신이 불확실성의 세계에 살고 있음을 알고 받아들인다.
  - 헌신(Commitment):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바깥세상에 헌신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세상에 헌신하고자 한다.
  - 과학적 사고(Scientific thinking): 성숙한 사람은 사람과 사물을 보다 깊이 있게 느끼고 구체화 시킬 수 있다. 정서나 행동의 결과를 깊이 있게 관찰함으로써 어떤 규칙을 찾아낼 수 있다.
  - 자기수용(Self-acceptance): 건강한 사람은 그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들의 기본적인 가치를 다른 사람이나 외부적 성취에 의해서 평가받으려 하지 않는다.
  - 위험 무릅쓰기(Risk-taking):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일부러 모험을 시도한다.
  - 비이상주의(Nonutopianism): 성숙하고 건강한 사람은 실현 불가능한 이상향을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비합리적 신념을 자주 만들어낸다. 유아기 이전까지만 해도 유아독존적으로 성장해 왔다. 모든 주변 사람들이 나를 위해 존재했고 늘 누군가가 주변에서 나를 보살펴 주었다. 내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신념체계 까지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성장하며 홀로서기를 연습하다 보니 점점 여러 가지 역경에 부딪히고 모든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신념체계에 혼란이 생겼고 결국 부정적, 비합리적 이미지가 각인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런 비합리적 신념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은 이와 같은 비합리적 신념을 포함하여 초월한다. 포함하여 초월한다는 것은 비합리적 신념도 받아들이면서 합리적인 신념체계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건강한 정신을 갖게 되는 것이다.
  리더가 건강한 정신을 갖지 못하면 조직은 건강할 수 없다. 따라서 리더는 비합리적 신념을 포함하여 초월하는 합리적 신념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비합리적 신념이 때로는 강한 성취동기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고의 유연성이 있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만일 리더가 지나치게 독선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면 혹시 불합리한 신념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자신은 그 판단이 어려우므로 주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이런 성향을 발견한다면 스스로 다르게 생각하는 연습을 하여야 한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전에 상대방의 의견을 먼저 듣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연습을 하여야 한다. 인본주의 심리학자가 주장하는 공감적 이해 그리고 무조건적 긍정적 수용은 이러한 경우에 매우 유용한 자기변화의 도구가 된다. 뿐만 아니라 조직구성원의 발전과 성장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이런 연습을 지속하다 보면 대부분의 경우 유능한 리더로 거듭날 수 있다. 이는 상대방과의 관계를 좋게 할뿐더러 자신의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매우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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