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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들/마지막 리더(2010)

빅터 프랭클(Viktor E. Frankl)

by 굼벵이(조용욱) 2017.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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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Viktor E. Frankl)

  인지행동주의 심리학자 가운데 빼 놓을 수 없는 사람 중의 하나가 빅터 프랭클이다. 그는 당초에는 프로이드 심리학을 배우며 자란 운명론자였다. 그러나 지옥 같은 유태인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3년 동안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며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들을 깨알같이 적어 몰래 숨겨두었다가 나중에 살아남게 되자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제목으로 출간하였다. 스티븐 코비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번째 습관’을 쓰게 된 동기도 바로 이 책을 읽게 된 데에 기인한다고 한다.
  비록 나치들이 수용소 주변 환경을 통제하고 그의 육체는 원하는 대로 다룰 수 있었지만 정신만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 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정신적으로는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모든 환경적 요인들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극과 그것에 대한 반응 사이에 그 반응을 선택 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선택은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자아의식, 상상력, 양심, 독립의지 따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림 15 자극과 반응사이에 존재하는 선택의 자유>

  자  극
반  응
선택의 자유
자아의식
상상력
양  심
독립의지


  그와 함께 있었던 수용소 동료 중에는 주로 동물적 본능에 따라서만 반응함으로써 개나 돼지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있었던 반면 인간다운 선택을 통해 마지막까지 존엄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은 내면에 이 두 가지의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어떤 것을 취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그 사람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한다. 아무리 나치라 하더라도 개나 돼지는 쉽게 죽일 수 있었지만 그 자신도 인간이기에 차마 인간을 죽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생존자의 대부분은 이렇게 인간다운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는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데에는 세 가지의 중심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우리에게 발생한 일을 통해 얻는 경험적 가치, 우리가 어떤 것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 가치, 그리고 우리가 주변 환경이나 상황에 대처하는 반응인 태도적 가치가 그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태도적 가치가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우리는 불치병과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절망과 공포로부터 편안한 마음을 찾을 수 있도록 생각의 패러다임을 재구성한다. 이와 같은 것들이 태도적 가치인데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삶으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기대하는가 보다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삶의 의미에 대하여 질문하는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한다고 한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삶으로부터의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여진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것이라고 하면서 삶을 의미 있고 목적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빼앗기지 않는 영혼의 자유라고 주장한다.

  그는 ‘로고테라피’(logotheraphy)라는 정신치료 이론을 창시하였는데 이 이론은 인간 존재의 의미는 물론 그 의미를 찾아나가는 인간의 의지에 초점을 맞춘다. 즉 인간은 원초적으로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고자 하며 이것이 삶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욕구와 본능의 갈등 보다는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의 좌절이 노이로제의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인간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긴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가치 있는 목표, 즉 자신의 자유의지로 선택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간의 정신 한쪽 끝에서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불러내고 다른 한 끝에서는 그 의미를 실현시켜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실낙원 이후 낙원에서나 누릴 수 있는 그런 안전함은 이제 영원히 인간에게 불가능하므로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삶에서 마주치게 되는 각각의 상황이 개인에게는 도전이며 그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인간은 자기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를 묻기 보다는 삶으로부터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으며 그 해답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른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때에만 삶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삶에 대한 책임감이 삶을 살아가는 이유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진정한 삶의 의미는 인간의 내면이나 그의 정신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구조적 특성을 그는 인간존재의 자기초월이라고 했다. 이는 인간은 항상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또는 다른 어떤 것을 지향하거나 그 쪽으로 주의를 돌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잊으면 잊을수록 더욱더 인간다워지며 자기 자신을 더 잘 실현시킬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소위 자기실현이라는 것도 이를 목표로 열심히 추구해서 얻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무엇인가에 봉사할 이유를 찾거나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는 따위와 같은 자기초월의 부수적인 결과로서만 얻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성공이나 행복도 직접 추구하는 게 아니라 다른 노력, 일테면 일이나 취미 따위에 몰입한 결과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그는 또 삶의 의미를 세 가지 방식으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첫째,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함으로써
  둘째,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남으로써
  셋째,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삶의 의미에 다가설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운명과 마주쳤을 때에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그것을 통해 유일하게 인간의 잠재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빅터 프랭클은 수용소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자극과 반응 사이에 존재하는 선택의 자유를 발견했다. 우리는 이 선택의 자유를 통해 돼지가 될 수도 있고 성자가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프로이드는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에너지 즉 원동력을 이드(id)로 보았다. 즉 무의식적 본능인 성욕이나 공격욕 따위를 삶의 원동력으로 본 것이다. 반면 빅터 프랭클은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을 생의 에너지로 보았다. 그러기에 생의 추동이 프로이드와 같이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이다. 다시 말하면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그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며 특히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욱 더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삶으로부터의 도전과 응전을 통해 인간이 성장하기 때문이다. 삶이 나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찾아내고 올바른 답안을 선택하여야 하며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인간은 어느 상황에서건 스스로 건강한 진화를 거듭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선택에 따라 변화와 발전이 가능한 것이다. 칼 로저스의 완전히 기능하는 사람도, 매슬로우의 자기실현 단계에 오른 사람도, 칼 융의 자기를 깨달은 온전한 사람도 모두 자신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하여 진화한 사람들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은 주로 내면적 성찰을 통해 깨달은 반면 빅터 프랭클은 바깥세상으로부터의 도전에 응전하는 과정을 통해 그 결과적 부산물로 자기실현을 얻었다는 점이 다르다. 그런 면에서 보면‘카르마 경영’이나 ‘시크릿’에서 말하는 우주법칙과 유사한 측면도 없지 않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는 의사결정이다. 어떠한 상황에서건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 존재하는 선택의 자유를 둘러싼 내면적 인식체계가 건강해야 한다. 그가 예를 들어 제시하는 자아의식, 상상력, 양심, 독립의지 따위가 이에 포함되는데 리더는 이러한 것들이 건강하게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리더는 일상의 생활 속에서 올바른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삶으로부터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한 것들이 건강한 인식체계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올바른 선택과 결정 그리고 이에 기초한 행동만이 개인과 조직 모두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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