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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0702 우리 아이들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하여...

by 굼벵이(조용욱) 2021.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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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7. 2 : 우리 아이들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하여...

 

모처럼 이틀간의 연휴를 맞아 제대로 놀아보겠다고 잔뜩 욕심을 냈었다.

하지만 금쪽같은 시간이 의미없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오전 내 테니스를 치느라 다섯시간이나 보냈다.

오후에는 큰애 숙제를 도와준다고 서너 시간은 족히 빼앗겼다.

큰애 숙제를 대신 해주면서 큰애를 또 아프게 했다.

그 녀석은 도대체가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숙제도 내용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마냥 덤벙대기만 한다.

결국 화가 나서 호되게 야단쳤다.

엄마, 아빠가 없으면 너 어떻게 살래?”

엄마, 아빠가 한평생 사는 게 아니잖아.”

내일이라도 엄마 아빠가 죽으면 너 어떻게 할거야?”

네 인생은 네가 책임져야 하는거야 임마!” 하면서 호되게 야단을 쳤더니

아빠는 나만 미워해...”하면서 집사람에게 소곤거렸다.

작은 애는 큰애와 조금 다르다.

나한테 혼나 가면서도 집요하게 게임을 즐긴다.

그런 측면에서 성격상 나를 많이 닮은 것 같다.

사실 이 아이들이 나는 무척이나 걱정스럽다.

도대체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가는 것 같기 때문이다.

비만 문제는 또 얼마나 심각한가!

아이들 비만 문제로 그동안 집사람과 셀 수 없이 다투었다.

아이들이 도대체 운동을 하려 하지 않는다.

거기다가 야채는 손도 안 대고 오로지 육류만 찾는다.

집사람에게 빵이나 과자, 아이스크림류를 사들이지 말라는 부탁을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한 번도 그 부탁을 들어준 적이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빵이며, 과자며, 아이스크림을 매일 입에 달고 산다.

밥을 먹을 때도 제 입맛에 맞는 반찬만 골라먹는다.

그래도 집사람은 이런 편식을 한 번도 지적한 적이 없다.

아니 오히려 그것을 조장한다.

내가 편식을 지적하면 지적하는 내게 그 자리에서 불만을 표시하기 때문이다.

고기반찬을 하는 날 식탁에 앉으면 온 신경이 곤두선다.

아이들이 돼지처럼 서로 많이 먹으려고 달려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집사람에게 이런 노래를 불렀다.

제발 별도의 접시에 필요량만 담아 아이들에게 주라고.

집사람은 단 한번도 나의 이런 요구를 귀담아 실천한 적이 없다.

특히 큰 애는 고기 한 점이라도 더 먹으려고 엄청 빠른 입놀림으로 몇 번 씹지도 않은 채 꿀떡 삼키면서 빠른 속도로 다른 고기를 집어넣는다.

그렇게 고기반찬의 절반 이상은 큰 애가 폭풍 흡입한다.

언제나 내가 나서서 아이들에게 그만 먹으라고 했지 집사람은 한번도 이를 제지한 적이 없다.

아이들은 개나 돼지처럼 무절제하게 먹고 나서는 배를 안고 꾸벅꾸벅 졸다가 잔다.

왜 아이들을 그렇게 개나 돼지처럼 키우냐고 수없이 불만을 토해도 말하는 나만 나쁘다고 한다.

부모인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 인생을 철저하게 망치고 있으면서도 부성애나 모성애로 죄의식 없이 포장한다.

덕분에 큰 아이는 결국 심각한 비만으로 지금껏 고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