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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by 굼벵이(조용욱) 2021.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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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바우만의 지적에 따르면 국가를 통해서건 혁명을 통해서건

위로부터의 구원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 버린 이 시대의 전형적인 특징은 분노를 동반한 항의 운동이다

그런데 이 운동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지 않는 지는 알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른다

그들은 공격을 가하지만 언제 어느 방향으로 튈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유동화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있을까

있다

우리가 유동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그런 사회를 이해하고 극복하려면

새로운 수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면 된다

​내 성공의 비밀은 젊었을 때 내가 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데 있다

자신이 신이 아님을 깨닫고 자신의 행위를 항상 의심 하면서

지난 삶을 충분히 잘 살지 못했음을 자각 하는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만 나머지 시간을 더 잘 보내려고 노력할수 있다

이슬람의 히잡은 기호학적 현상이다

히잡이 비판을 받는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 낼 목적으로 착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소속이나 정체성을 드러내는것을 뭐라 할 순 없다

'이슬람' 이라는 책에 얼굴과 머리카락을 가리는 히잡이

이미 이슬람 시대 이전에도 일상화 되어 있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주로 기후적인 원인에서 말이다

코란은 여성들에게 단순히 정숙하게 입을 것을 요구했다

너희는 오직 너희 남편의 마음에 들도록 해야 한다

너희가 다른 남자의 마음에 들지 않으려고 노력할수록 남편은 더욱 흡족해 할 것이다

하느님은 너희가 베일을 쓰기를 원하신다

아마 남들이 너희 얼굴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유대인은 결코 농사를 지은적이 없다

그래서 자신들을 받아 준 국가의 생산적 활동과는 항상 단절된 채 살아왔다

그걸 상쇄 하기 위해 그들은 오직 금융업 그러니까 돈과 황금의 소유에만 집착 했다

그들은 태생적으로 유목민이어서 늘 메시아적 희망을 가슴속에 품으며

자신들을 너그럽게 받아 주는 국가를 다시 떠날 준비를 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단 하나다

바로 전 재산을 쉽게 들고 나갈 수 있는 것으로 바꿔 놓아야 한다

이스라엘 유대인의 타고난 특징이 바로 팔레스타인 땅을 초현대적인 방식으로 개간하고

모범적인 농장을 건설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싸우는것도 자신들이 오랫동안 살고 있는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다

 

​우리가 위인중에서 확실하게 독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칸트 뿐이다

심지어 헤겔도 결혼했다

헤겔 같은 사람이 바람둥이일 거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지만

어쨌든 그는 식탐이 많았던데다가 사생아 아들까지 하나 있었다

젬마는 단테에게 헬레나는 데카르트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다만 남편들이 쓴 역사는 아내들을 익명으로 숨겨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죽음은 태어날때부터 원래 우리 삶의 일부였고 현자는 평생을 죽음과 함께 살아간다

종교 수업 시간에 단 하나의 종교만 가르치는 것,

예를 들어 이탈리아에서는 가톨릭만 가르치는 건 문화적 측면에서도 위험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종교엔 엄청 관대하면서도 정치적인 이념엔 너무나 편파적이다)

 

​모든 독서는 창의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

독자는 책 속에 자기만의 고유한 것을 집어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산문은 실제 또는 실재라고 상상하는 사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만일 딱총 나무를 이야기에 쓴다면 서술자는 당연히 그게 어떤 나무인지 안 뒤 상황에 맞게 묘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나무를 언급할 수 없다

따라서 산문의 원칙은 사물이 먼저고 말은 그 다음이다

반면 시는 정반대다

시인은 먼저 말과 사랑에 빠지고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온다

말을 먼저 장악하면 사물은 절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 여성 당원은 자신의 정당이 승리하는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제 그 정당이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다수의 사안에 예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좌파 정당은 그녀로서는 상상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든 일에 오직 아니오라고 말하는 영웅적이고 고집 센 좌파 정당만 그녀의 머릿속에 각인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좌파는 항상 분열 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시말해 영원히 세포 분열의 운명을 타고난 세력이었다

정권을 잡지 못한 것도 그들의 복일지 모른다 

좌파는 예라고 말하는 순간 그 도덕적 순수성을 잃어버린다

용서를 구하는 기술이라는 제목 아래에 이렇게 적혀 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사죄 할때 자신을 피해자로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용서를 구한다는것은 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통제와 힘의 상징으로서 이성으로의 즉각적인 회귀를 의미한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것은 해방의 몸짓이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밖으로 내보냄으로써 그것을 좀 더 강렬하게 체험하는 것이다

결국 용서를 구한다는것은 계속 살아나갈 에너지를 채워주는것이나 다름없다

이미 세상을 떠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갈릴레이의 재판에 대해 사죄 한 것이 그 지침이 될 수 있다

즉 잘못을 저지른 건 전임 교황이지만 당사자가 없을땐 그 합법적인 후배 후계자가 사죄해야 한다

​그러므로 예수의 십자가 형에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은 이탈리아 대통령이어야 한다

유동 사회란 중심을 잃고 표류하는 사회다

다시말해 정체성 위기와 가치의 혼란에 빠져 방향타가 되어줄 기준점을 상실한 사회다

신은 죽고 인간성에 대한 확신은 사라지고 자아는 파편화 되고 비판적 이성 대신 도구적 이성이 판치고

삶의 의미는 형해화 되고 공동체의 삶은 무너지고 각자의 이익만 목청껏 외치는 이기적인 아우성만 남았다

대신 돈이 나머지 모든 가치를 몰아내고 중심 자리를 차지했다

거기다 더해 이제는 인공지능에 의해 파괴적 혁신이 이루어지면서

우리가 한번도 경험 해 보지 못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