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312 내가 사장에게 즉보하는 위치라면...

by 굼벵이(조용욱) 2021. 12. 9.
728x90

2003. 3. 12()

 

아침 1120분쯤에 전무님 방에 가서 OO직 관련 검토서에 대한 결재를 맡았다.

결재 끝에 전무님은 나보고 그냥 앉아있으라고 하시면서 인사처장과 Y부장을 불렀다.

두 분이 전무님 방에 도착하자 전무님은 그 자리에서 사장 지시사항을 말씀하셨다.

승격심사위원회를 현재 직군별로 혼합하여 1개의 위원회만 구성하던 것을 사무, 배전, 송변전 및 기타의 3분야로 나누어 각각 20인 이내로 구성하라는 거다.

전에 내가 부장이나 처장을 스킵하고 직접 전무에게 제안했던 내용 그대로 지시하신 거다.

그러기 위해 오늘 중으로 규정 개정까지 끝내라는 주문이다.

부랴부랴 검토서와 규정 개정안을 동시에 만들어 오후 2시에 결재를 올렸다.

아침에 상임인사위원회가 열렸는데 승격과는 관련 없는 회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승격심사를 위한 상임인사위원회가 열린 것으로 잘못 알려져 전화가 빗발치는 바람에 가뜩이나 바쁜 나의 마음을 더욱 바쁘게 했다.

덕분에 그동안 평소에 전화 한 통화 없었던 사람들까지 전화와 방문이 이어졌고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공문이 나간 이후 이에 관한 문의 전화가 계속 걸려 와 설상가상으로 나를 무척 힘들게 하였다.

그 와중에 급하게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정신을 집중해야 했으므로 웬만한 전화는 C에게 넘겼다.

그녀도 400명의 파견자 급여 입력 하느라 많이 바빠하는 눈치다.

그래도 어쩔수 없어 그녀에게 전화를 돌리거나 당겨서 받게 했다.

KM은 남들이 승진운동 한다니까 덩달아서 꼴뚜기처럼 이리저리 뛰고 다녔다.

다가오는 미래가 불확실하고 앞으로 전개될 나와의 역학관계가 걱정되는 모양이다.

아침에는 나보고 왜 승진 운동을 하지 않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덕분에 그 친구에게 걸려 오는 전화까지 해결하려니 더욱 신경이 곤두섰다.

탑다운 방식의 지시다 보니 결재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순식간에 부사장까지 결재를 낸 뒤 전무님께 보고하였다.

전무님은 감사가 문제를 제기할까 싶어 먼저 사장에게 가서 보고를 한 뒤 처장님으로 하여금 직접 감사 사인을 받게 했다.

종전 같으면 몇 날 며칠이 걸릴지 알 수도 없는 것을 단 몇 시간 만에 끝을 내었다.

기업 운영은 이래야 한다.

내가 고위 간부고 사장에게 즉보하는 위치라면 먼저 사장과 공감대를 형성하여 이런 방식으로 순식간에 정책을 결정할 것이다.

감사실을 포함한 주변의 지나친 간섭이나 불필요한 에너지, 감정 낭비 없이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리저리 불필요한 간섭에 막혀서 하세월 공회전만 거듭하는 게 견제와 균형을 내세우는 대규모 관료제 조직의 속성이다.

***************

저녁에 Y가 순대국밥을 먹고 싶어 했으므로 팀원 대다수가 함께 순대국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