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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상처로 숨쉬는 법(김진영) - 제12강. 여자의 고고학

by 굼벵이(조용욱) 2022.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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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강 여자의 고고학
​욕정이 광기의 상태라는 건 다름이 아니라 뭘 가리지 못한다는 거예요
섬세의 정신을 완전히 상실해 버리는 거죠
그러나 ​합리성이 우리의 정념을 너무 눌러버리면 그 정념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합리성을 먹어 버립니다
자연성이란 그런 거예요
자연이기때문에 자기의 어떤 부분을 눌러 버리면 그것이 다시 돌아와요
문명이 자연을 억압만 하다 보면 결국 약육강식의 자연상태가 되고 만다는 것이죠
돈버는 게 뭡니까
사냥하는 거죠
근본적으로 약자를 찬탈하는 약육강식의 원칙을 벗어나 있느냐 말입니다
절대 못 벗어나요
좌파 우파 얘기하면서 어느 한쪽 만을 맹목적으로 밀고 나가는 이런 사람들 분명히 회식자리에서 여자들 들어오고 시끄럽게 놀 거예요
​단순한 이 문법적 차이만을 주장하는 그 에너지 가 정욕입니다
​여성은 원초적으로 이중적 기호성을 가져요
하나는 언제라도 지배와 폭력의 대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약자의 모습이에요
우리가 반려견을 쓰다듬는 손길이 언제라도 반려견을 목조를수 있는 손길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강자는 모든 약자들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폭력 충동이 있어요
이런 폭력 충동은 나르시시즘에서 오는 거죠
내가 승자라는 나르시시즘
​잘 아시다시피 성경을 보면 마리아가 2명이죠
한명은 매춘녀고 한명은 성모입니다
사실 마리아는 한 여자에요
매춘녀 마리아가 언제라도 성모 마리아가 될 수 있으며 성모 마리아가 매춘녀 마리아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걸 누가 하느냐
남자가 해요
매춘녀 마리아는 남자들에 의해서 언제라도 돌 맞아 죽을 수 있는 거예요
​화장은 원래 매춘녀들이 하는 것이었어요
남자가 원하는 존재가 되려고 하는 거예요
​​오늘날 사회는 겉보기에는 자유 주의적 사회 같지만 알고보면 끊임 없는 순응을 요청하는 강박사회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을 거기에 맞도록 화장 해야 되요
이게 여자의 문제 만이겠습니까
남자들은 더 불쌍한수도 있어요
​하이힐의 패러독스는 군화예요
군화하고 하이힐은 아주 다른 것 같지만 비슷해요
​둘은 엄청나게 도전적이죠
도전성과 도발성이 근본적으로 군화와 하이힐이 가지는 유사성이에요
순종을 도전으로 바꾸려고 하고 순종의 화장을 도전의 화장으로 바꿔 나가는 여자들
이것이 소위 근대화 과정에서 여성들의 모습으로 재현 되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오늘날 근대적인 여자들은 강자에게 미미크리 한다는 것이죠
약자성을 벗어나지 못한 존재들이 상황에 따라 펼쳐 나가는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동일한 현상이라는 것이죠
​커리어 우먼으로서 남자를 뛰어넘어 성공의 가치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여자들은 결과적으로 알게 된다는 거죠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약육강식의 정글 속에서 자신은 결코 사자가 될 수 없다는 걸요
하이에나 밖에 못 돼요
사자가 먹다 남겨 놓은 거 있으면 가서 먹는 게 하이에나 아닙니까
남자들이 떨어뜨려준 영역에서만 복수를 수행할 수 있어요
복수의 한계성이에요
​우리 교육이 뭡니까 독서를 배우는 겁니다
읽는 걸 배우는 거죠
​연애의 기쁨이 뭐죠
안전의식입니다
이 사람하고 같이 있으면 외부로부터 단절 될 수 있어
바로 이 안도감과 안전성이죠
보호 받고 있다는 것
​여성의 에로스는 처음부터 폭력의 대상이었다는 거죠
그래서 여성은 성적관계에 대해 태곳적 두려움이 있어요
이건 남자도 있다고 해요
여자는 근본적으로 자기 순수성을 지키려고 해요
그래서 여자의 운명은 이중적이에요
여자는 남자들에 의해 자궁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해요
성행위는 근본적으로 뭐죠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남자들의 침입에 의해 더럽혀 지는 거예요
그런데 또 하나의 여성의 운명이 있어요
여성의 자궁은 뭘 위해 존재 합니까
생산 해야 되는 거예요
이 딜레마가 있다는 것이죠
여자는 두개의 여성성을 지니고 있는데 하나는 자궁을 끝까지 보전 하려는 의식이고 또 하나는 더럽혀 지려는 것이죠
​연애는 무엇이냐 하면 늘 distance가 있는 거예요
​늘 이 distance를 지키면서 다가가는 것
예컨대 우리가 어떤 대상을 사유할 때 그것을 금방 개념화 하는 것이 아니라 차츰차츰 distance를 좁혀 가려는
하지만 완전히 distance를 없애 버리지 않는 상태로 관계를 맺어 나가는 것
이것이 부드러운 사유 과정이라고 얘기 하거든요
그리고 이것이 주체가 객체와 관계를 맺는 과정이에요
그리고 그것이 사랑의 원칙이기도 하다는 거예요
내밀성은 서로가 서로에게 소유 되는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다가가면서도 distance를 잃지 않는 상태에서 나오는 것이에요
​사랑이란 뭘까요
달팽이의 육체처럼 한없이 부드러운 것입니다
그것이 여성의 에로스라고 아도르노는 얘기하죠
그렇다고 해서 그 누군가가 자기를 소유 하려고 하면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오는 거예요
사랑은 한없이 부드럽지만 절대로 얕보이지 않는 부드러움이다
이것이 아도르노에게 사랑의 정의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