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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상처로 숨쉬는 법(김진영) 8강. 타자에 대한 꿈

by 굼벵이(조용욱) 2022.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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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 타자에 대한 꿈
​제일 중요한것은 상처를 아프게 하면 안되는 거예요
사랑을 통해서도 상처를 아프게 하면 안됩니다
​노동은 인간과 대상을 관계 맺는 거예요
​살아 있는 것들은 살지 않으면 안되는 운명을 껴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운명들은 우울해요
슬퍼요
이 운명을 수행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투쟁해야 합니다
이 투쟁이 우리의 운명 속에는 들어 있지 않은 인간적인 것에 눈뜨게 만들죠
그것이 멜랑꼬리에요
슬픔이라는 것 산다는것을 들여다보면 아시겠지만 너나 나나 다 가엾어요
불쌍해요
​연민이 없는 사람은 순 거짓말이에요
​산다는 건 인간과 인간이 관계 맺는 거죠
​그런데 현대사회는 인간관계도 기능화 되고 자동화 될 수밖에 없어요
​자동화된 테크놀로지의 폭력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우리가 근본적으로 잊어 버리는 게 무엇입니까
그건 바로 사이에요
사람과 사람 사이 그 사이가 없어집니다
오로지 즉각적 관계만이 가능해져요
사이가 없어지면 다가가기가 없어져요.
다가가면서 생기는 망설임이 없어져요.
연애가 뭡니까
이 다가감 속에서 일어나는 망설임의 기쁨이죠
​원래 노동은 인간과 사물 사이에서 다가가기 관계였어요
이것이 완전히 없어지고 기능화되고 자동화되어 버렸어요
​내가 테크놀로지의 지배를 당하면서 마지막에 남는것은 나의 고독이죠
소외입니다
내가 관계로부터 배척당해요
​욕망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어떤식으로든 다른 곳으로 가서 실현 되게 되어 있습니다
​포기 되는 법도 없어요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들 속에는 꿈과 욕망이 들어가 있어요
꿈과 욕망이 없는 것들은 절대로 없습니다
어쩌면 자연 속에는 꿈과 욕망이 없는지 몰라요
오로지 자연 법칙만 있을 뿐
그 꿈과 욕망을 읽어야 되요
가진 게 상처밖에 없다면 그것으로 숨을 쉬어야 해요
​우리는 외로우면 자기를 나눠요
외롭고 싶다 혼자 있고 싶다는 것은 자기를 확인하는 굉장히 안온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에 의해 버려지기 마련입니다
​버려짐은 갈곳 없음 이에요
​현대인의 삶이 무엇이냐면 근본적으로 버려짐의 상태입니다
우리의 인간관계가 파괴된 후에는 그것이 꼭 연애관계가 아니더라도 나와 타자의 관계가 서로 버려짐의 상태로 되어 버릴수밖에 없다는 거죠
​카사노바는 끊임없이 여자들은 주유하지만 사실 한 여자라는 집을 그리워 했던 거죠
​상품이 대량 생산되면 상품은 태어나자마자 쓰레기가 될 운명을 이미 껴안고 나온다
벤야민은 자본주의 사회를 사산의 사회라고 불러요
태어나자마자 애들이 죽어요
즉 상품은 새것으로 태어나지만 곧 쓰레기가 되어 버린다는 거죠
또 다른 새것들이 나오기때문에요
​여가의 첫번째 의미는 중지입니다
내가 살아왔던 사회적 영역에서 나를 격리 시키는 거죠
​우리에게는 인테리어가 없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다름 아닌 내밀한 공간이에요
그 곳에서만 우리는 나를 만날 수 있죠
나를 만날 수 있을 때만 우리는 타자의 꿈이 생겨요
그리고 타자의 꿈이 생길때만 타자를 찾아 나가기 위한 출발 혹은 여행에의 꿈이 생기겠죠
​가정은 가족관계로 맺어 지는것이 아닙니다
누가 경제적 역할을 하느냐 그걸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관계에요
그레고르 잠자가 갑충으로 변하지 않고 돈벌이를 하고 있을 때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이동생도 다 그의 편이에요
그런데 갑충이 된 다음부터는 전부 떠나 갑니다
나중에는 결국 먼지처럼 작아져서 쓰레기통에 내던져져요
이게 가족입니다
아이에 대한 애착과 열정이 결국 뭡니까
아이를 재테크 하는 거예요
​재테크 잘하려고 애들 옆에서 엄마도 잠 안자고 공부 시키죠
​제가 볼 때 한국 사회는 자식 재테크의 사회에요
수미일관 해요
집이 전부 재테크에요
집 자체도 집 내부도 거기에 있는 가족관계도 재테크입니다
​집은 어느 사이엔가 거주 공간이 아니라 쓰고 내버리는 깡통처럼 되었죠
아도르노가 말합니다
여기에는 사람이 없다
경제적 권력만이 작동한다
그래서 이 집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집이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노숙자에요
타자를 욕망 할 수 있고 출발을 꿈꿀 수 있는 집이 있나요?
쥘리에트의 밀실
인테리어 없는 공간을 가지고 계세요?
​사람은 집이 있어야 되거든요
안전하게 머물고 자기를 만나고 꿈을 꾸고 타자와 미지의 연인을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지만 우리는 개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