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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강 미인
소명이란 무엇이죠
신이 인간을 창조 할 때 무엇을 특별히 줬으면 그것이 신의 의도대로 쓰여야 하는 거예요
아름다움이 축복이고 은혜라면 그리고 더군다나 소명이 그 안에 들어 있다면 아름다움은 무엇을 위한 것이죠
행복을 위한 것입니다
결국 자신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어떠한 태도를 지니고 있는가의 문제예요
성공을 위해 사랑을 포기하면서 행복을 추구할 때 그 행복은 유감스럽게도 아름다움이 소명으로서 지니게 될 행복하고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거죠
아름다움의 소명으로 보면 교환을 잘 못하는 거예요
이렇게 됐을 때 불행한 미인이 태어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예쁜 여자는 뭘 하든지 예뻐요
예쁜 척 안하는 게 더 예쁘게 만들죠
아름다움이 소유 되면 그다음에 남는 운명은 뭐냐
낡아 가는 것 밖에 없어요
소유된다는 것은 물화 되는 것인데 물질의 운명이 뭐예요
노화 되는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여인은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많아져요
이것이 소유될 수 없는 아름다움의 본질입니다
이 본질로서 빛나던 여인이 이후에 그 아름다움을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아름다움으로 바꿔 나가는 모습을 볼 때 그 여인을 사랑했던 마음은 참담 해져요
'그 사람이 아프다' 사랑한다는것은 그런 것이죠
그 사람은 타자이지만 그 타자와의 관계가 오래 될수록 그사람은 나에게 들어와서 신체의 장기처럼 되는 겁니다
나중에 헤어질때 왜 그렇게 아픈가 보면 두가지 고통때문에 아파요
그 사람을 잘라내는 게 아프기도 하지만 그 사람을 잘라내는 것이 곧 내 장기를 잘라내는 일이기 때문이죠
객관적 권력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의 인간은 무능력해져요
즉 자기를 못 지켜요
자기에게 주어진 귀한 것을 지켜 낼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자신을 파괴해 버리죠
오늘날 우리가 무슨 힘으로 살아가는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해하는 힘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요
자기를 지키는 일을 스스로 포기하고 사회적으로 요청 된 것에 맞추어서 자기를 바꾸면서 살아가는거죠
아도르노식으로 얘기하면 아름다움은 나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타자를 위해 있어요
저는 그것이 연민과 인식이라 생각합니다
자, 나의 아름다움이 타자를 사랑한다는 것은 곧 타자를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죠
이것이 사랑이에요
처음 볼 때는 왜 저렇게 생겼어 할수도 있지만 사랑을 하다 보면 다 예쁘게 보이잖아요
그건 내가 자꾸 아름답게 해 주는 거예요
객관적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 속에서는 사실 그 누구도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알고보면 다 지저분 해요
왜 그래요
살려고 하다 보니까 나를 무엇에 맞춰야 되는 거예요
나를 그 무엇에 맞추는 것은 기형화 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자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두가지 성찰이 있어야 해요
하나는 타자가 추하다는 것에 대한 인식입니다
또 하나는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저렇게 추하다니 라는 연민이에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아름다워야 하는 사람인데 저렇게 추할 수밖에 없구나
이런 연민이죠
그다음에는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그사람이 왜 추해졌을까에 대한 인식입니다
이 두가지가 함께 있어야 해요
가엾이 여기는 마음과 냉철한 문제의식이 함께 있어야 되는 겁니다
사람은 무언가를 이해할 때 비로소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연민과 인식은 그 이후 어떻게 되길래 이 추할 수밖에 없는 타자를 아름답게 만들게 되는가
여기에는 실천이 있다는 것이죠
현대예술은 전통예술에 대한 저항으로 태어난 것이기 때문에 제일 먼저 저항의 성격으로 나타나는 것이 형식이에요
찌그러져 있고 왜곡 돼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형식 파괴라든지 열린 형식이라고 하죠
예술의 운명이 뭡니까
아름다움이에요
악의 꽃도 꽃이죠
그런 의미에서 현대 예술은 하지만 아름다움을 위해서 추를 선택하는 것이에요
현대예술은 어떤 대상을 아름다운 것으로 사랑 하려 하지만 그 대상이 추한 거예요
현대예술은 연민과 인식 두가지가 축이 되어 나온 예술입니다
본래 아름다운 것이 되어야 하는데 추해져 버린 것에 대한 연민이에요
연민은 파토스에요
그냥 불쌍하게 여기는 게 아니라 저항 의식이 들어가 있는 거예요
파토스만 있으면 뭐해요
아무것도 못 해요
통찰이 있어야죠
그것이 인식이에요
현대음악은 전통적인 형식을 전부 파괴 시키면 스스로 추한 것으로 계속 변해 가요
타자를 사랑하려고 하는 미인은 필연적으로 점점 추녀가 될 수밖에 없어요
이 추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기때문에 그래요
이 마지막 얼굴을 저는 다름 아닌 미인이라 불러요
그런데 이 미인의 얼굴들이 아름 답습니까
추해요
왜 추합니까
누군가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타자를 위해서 다 주어 버리고 나면 남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이것이 사랑이에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의 에너지를 자기가 아닌 그 무엇에게 다 주어 버렸어요
그래서 마지막에 남은것은 허물 밖에 없어요
불면 날아갈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남아 있어요
무엇을 위해서?
프루스트에게 그건 작품이에요
버지니아 울프에게도 그것은 작품이에요
벤야민에게는 역사에요
바로 그것이 사랑입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것을 추한 것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남김없이 다 줘 버리고 남게 되는 건 무엇이냐
추입니다
그래서 미인이 그 아름다움 속에 약속 되어 있는 행복을 추구하게 되면 마지막에 추녀가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추가 아름답지 않습니까
사랑은 운명이에요
자기를 지키려 하는 사람이 자기를 아름답게 만들려고 하는 사람 자기에게 소명으로 주어진 아름다움을 잘 보존 하려는 사람은 사랑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 사랑의 운명이 뭐예요
나중에는 추가됩니다
아도르노는 그것을 현대 예술 혹은 현대음악으로 설명했고 저는 역사 속에서 남달리 사랑이 강렬했던 사람들의 마지막 얼굴로 얘기했습니다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오래된 사랑을 끝나게 만들 권리가 그 새로움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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