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제 15강 두려움과 매혹 그리고 불면
악마를 부르면 악마가 온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
악마와 천사의 관계를 보면 악마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두려움의 대상이고 천사는 왔으면 하는 매혹의 대상입니다
개인이 주체가 되기 위해서 가져야만 하는 존재의 공간이 고독입니다
혼자있음엔 두가지가 있어요
무엇에 의해서 버려졌기때문에 혼자 있을 수밖에 없는 강요된 고독이 있고 또 하나는 자발적 고독입니다
자발적 고독의 공간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만날 수 있어요
하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강요된 고독속에 버려져 있다는 거죠
고독 속에 계속 머물러 있다 보면 고독은 광기로 변합니다
집단화 된 광기는 환영이 되고 환영은 리얼리티가 돼요
정신분석학에 두려움과 매혹의 변증법이 있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두려워 하는데 이상하게 그 두려움에게 매혹 당해요
우리는 동물의 눈을 오래 들여다보면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동시에 그 두려움은 매혹이기도 하다
오래 응시 하면 서로를 알아봐요
그런데 이 알아보는 시선이 언제나 나에 의해서 배반당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우리가 성공 하려고 하기때문에 우리가 천사를 부르려 하고 돼지꿈을 꾸려 하기때문에 약육강식의 세계 속에서 승리하고자 하기때문에 즉 우리가 어떤 환영에 빠져 있기 때문에 그 환영을 현실로 승인하고 있기때문에 그리고 그 현실에 종속 당해서 살고 있기 때문에 그래요
수없이 시선교환이 이루어져도 서로 알아보는 시선은 없다는 거죠
계몽 된 사회가 아니라 전부 몽매한 무엇에 묶여서 꼼짝도 못하는 사회 객관적 권력의 메카니즘 속에서 개인이 하나의 톱니바퀴로 살아가는 사회를 신화사회라고 불러요
우리는 일상을 통해서 흐르는 시간에 무언가를 자꾸 채우는 겁니다
내가 살아 있음을 시간에게 증명해 내는 거예요
우리의 생이 공허한 시간의 범주내에서 이루어진다는 걸 전혀 생각하지 않지요
그러나 갑작스러운 불면을 만나게 되면 그때 알지요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모든 것들이 이 공허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었구나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아무일도 안 일어나요
밤만 있어요
바쁘고 분주하게 살았으나 사실 아무 사건도 일어난 것이 없다
어떤 의미에서의 사건이냐 하면 내가 이루고자 했던 것들은 그 분주함 속에 있지 않았다는 거예요
오직 일상의 메카니즘만 있었다는 거죠
바쁘고 분주했던 일상의 시간들도 실은 공허한 시간이었다는 겁니다
불면의 시간은 내가 살아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분주함 속에 머물러 있느라 게을리 했던 배반 당한 나의 삶이 말을 거는 시간이다
'나를 살려 줘'라는 요청이에요
손금을 가만히 보다 보면 되게 불쌍해요
참 너 같은 인간도 여기까지 살아 왔구나
장하다
그러나 얻은 건 별로 없구나
이런 생각들 내가 살고자 했던 삶은 이 주먹을 쥐는 사이에 전부 빠져나갔는지 몰라요
나 자신도 객관적 권력에 대한 성찰이 없었기 때문에 천사를 부르는 길이 악마를 부르는 길이 됐어요
나름대로 아웃사이더로 살려 했다고 생각하지만 들여다 보면 늘 성공 하려고 했었다는 거예요
아웃사이더들 다 인사이더들이예요
알고보면 다 욕망 덩어리에요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 무죄성을 얻어 내려는데 알고 보면 가장 권력주의적이죠
저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패배 했다고 생각하고요
이렇게 보면 내 손바닥은 모순의 조형물이죠
삶을 돌아보면 늘 내가 놓쳤던 빈틈들만이 남아 있습니다
불면의 시간은 우리를 성찰로 부르는 시간이에요
'깨어나라 깨어나라'는 것이죠
생에 대한 기쁨은 자기가 찾고 발견하고 만드는 겁니다
우리가 생을 단두대 위의 시간으로 의식하고 발견하게 되면 우리는 삶을 도구화 하고 남을 위해서 쓸 시간이 없어요
바빠져요
불면을 너무 무서워 하지 마십시오
나에게 일어나는 일 중에 이유없이 일어나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시말해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우리에게 말을 한다는 겁니다
그걸 듣고 못 듣고는 우리 책임이에요
불면의 이유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깨어날 필요가 있다는거죠
이 객관적 권력에 대한 성찰과 연결되죠
객관적 권력은 우리를 지배하는 모든 것, 생의 기쁨을 빼앗아 가려는 모든 것, 우리의 자유를 박탈 하려는 모든 것입니다
'삶의 지혜를 찾아서 > 인문학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처로 숨쉬는 법(김진영) - 제17강. 우둔함과 사치 (0) | 2022.03.13 |
---|---|
상처로 숨쉬는 법(김진영) - 제 16강. 죽은자와 산자에 대하여 (0) | 2022.03.13 |
상처로 숨쉬는 법(김진영) - 제14강. 사랑의 도덕 (0) | 2022.03.10 |
상처로 숨쉬는 법(김진영) - 제13강. 미인 (0) | 2022.03.08 |
상처로 숨쉬는 법(김진영) - 제12강. 여자의 고고학 (0) | 2022.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