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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상처로 숨쉬는 법(김진영) - 제15강. 두려움과 매혹 그리고 불면

by 굼벵이(조용욱) 2022.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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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강 두려움과 매혹 그리고 불면
​악마를 부르면 악마가 온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
​악마와 천사의 관계를 보면 악마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두려움의 대상이고 천사는 왔으면 하는 매혹의 대상입니다
​개인이 주체가 되기 위해서 가져야만 하는 존재의 공간이 고독입니다
​혼자있음엔 두가지가 있어요
무엇에 의해서 버려졌기때문에 혼자 있을 수밖에 없는 강요된 고독이 있고 또 하나는 자발적 고독입니다
자발적 고독의 공간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만날 수 있어요
​하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강요된 고독속에 버려져 있다는 거죠
​고독 속에 계속 머물러 있다 보면 고독은 광기로 변합니다
​집단화 된 광기는 환영이 되고 환영은 리얼리티가 돼요
​정신분석학에 두려움과 매혹의 변증법이 있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두려워 하는데 이상하게 그 두려움에게 매혹 당해요
우리는 동물의 눈을 오래 들여다보면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동시에 그 두려움은 매혹이기도 하다
​오래 응시 하면 서로를 알아봐요
​그런데 이 알아보는 시선이 언제나 나에 의해서 배반당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우리가 성공 하려고 하기때문에 우리가 천사를 부르려 하고 돼지꿈을 꾸려 하기때문에 약육강식의 세계 속에서 승리하고자 하기때문에 즉 우리가 어떤 환영에 빠져 있기 때문에 그 환영을 현실로 승인하고 있기때문에 그리고 그 현실에 종속 당해서 살고 있기 때문에 그래요
수없이 시선교환이 이루어져도 서로 알아보는 시선은 없다는 거죠
​계몽 된 사회가 아니라 전부 몽매한 무엇에 묶여서 꼼짝도 못하는 사회 객관적 권력의 메카니즘 속에서 개인이 하나의 톱니바퀴로 살아가는 사회를 신화사회라고 불러요
​우리는 일상을 통해서 흐르는 시간에 무언가를 자꾸 채우는 겁니다
내가 살아 있음을 시간에게 증명해 내는 거예요
​우리의 생이 공허한 시간의 범주내에서 이루어진다는 걸 전혀 생각하지 않지요
그러나 갑작스러운 불면을 만나게 되면 그때 알지요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모든 것들이 이 공허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었구나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아무일도 안 일어나요
밤만 있어요
​바쁘고 분주하게 살았으나 사실 아무 사건도 일어난 것이 없다
어떤 의미에서의 사건이냐 하면 내가 이루고자 했던 것들은 그 분주함 속에 있지 않았다는 거예요
오직 일상의 메카니즘만 있었다는 거죠
​바쁘고 분주했던 일상의 시간들도 실은 공허한 시간이었다는 겁니다
​불면의 시간은 내가 살아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분주함 속에 머물러 있느라 게을리 했던 배반 당한 나의 삶이 말을 거는 시간이다
'나를 살려 줘'라는 요청이에요
​손금을 가만히 보다 보면 되게 불쌍해요
​참 너 같은 인간도 여기까지 살아 왔구나
장하다
그러나 얻은 건 별로 없구나
이런 생각들 내가 살고자 했던 삶은 이 주먹을 쥐는 사이에 전부 빠져나갔는지 몰라요
​나 자신도 객관적 권력에 대한 성찰이 없었기 때문에 천사를 부르는 길이 악마를 부르는 길이 됐어요
나름대로 아웃사이더로 살려 했다고 생각하지만 들여다 보면 늘 성공 하려고 했었다는 거예요
아웃사이더들 다 인사이더들이예요
알고보면 다 욕망 덩어리에요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 무죄성을 얻어 내려는데 알고 보면 가장 권력주의적이죠
저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패배 했다고 생각하고요
이렇게 보면 내 손바닥은 모순의 조형물이죠
​삶을 돌아보면 늘 내가 놓쳤던 빈틈들만이 남아 있습니다
​불면의 시간은 우리를 성찰로 부르는 시간이에요
​'깨어나라 깨어나라'는 것이죠
​생에 대한 기쁨은 자기가 찾고 발견하고 만드는 겁니다
​우리가 생을 단두대 위의 시간으로 의식하고 발견하게 되면 우리는 삶을 도구화 하고 남을 위해서 쓸 시간이 없어요
바빠져요
​불면을 너무 무서워 하지 마십시오
나에게 일어나는 일 중에 이유없이 일어나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시말해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우리에게 말을 한다는 겁니다
그걸 듣고 못 듣고는 우리 책임이에요
​불면의 이유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깨어날 필요가 있다는거죠
이 객관적 권력에 대한 성찰과 연결되죠
객관적 권력은 우리를 지배하는 모든 것, 생의 기쁨을 빼앗아 가려는 모든 것, 우리의 자유를 박탈 하려는 모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