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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강 죽은자와 산자에 대하여
'나는 신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우리가 신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지한 일이다'라고 롤랑 바르트가 이야기 합니다
계몽은 귀신들을 없애는 것이었어요
유령은 태곳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존재예요
죽은자를 따라가고 싶다는 것은 상실의 아픔만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언술일 수 있다는 거예요
슬픔의 표현이지만 또한 혼자 남은 시간을 계속 살아야 되는 고독하고 어려운 삶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이죠
이 언술은 또다른 의미에서 보면 인식입니다
삶에 대한, 시대에 대한, 사회에 대한 인식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사회는 슬픔을 통제 해요
우리가 깊은 슬픔에 빠지면 그러잖아요
차라리 죽고 싶다.
살 수 없다
그래서 사회는 언제나 슬픔을 관리하려 한다는 것이죠
가장 비인간적인 사회는 슬픔을 사회화 하는 것이라고 아도르노는 얘기합니다
사회화 한다는 것은 일정한 처리 방식을 따라 가도록 만든다는 것이죠
필립 아리에스가 주목하고 있는것은 공간의 통제예요
오늘날 사회가 죽음과 죽어가는 자의 슬픔을 관리하기 위해 공간을 지배한다는 것이죠
옛날에는 모든 사람들이 집에서 죽었으나 오늘날에는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이죠
병원에 들어가면 진료실로 그다음에 검사실로 그다음에 진료실 입원실 중환자실 마지막에 영안실로 들어가요
이렇게 공간 이동을 하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크게 보면 두가지에요
하나는 죽어 가는 과정이 전부 시장화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병원은 근본적으로 산업이죠
기업이에요
그래서 병원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병을 고치는 것 같지만 내적으로 보면 끊임없이 이익 추구를 하는 장소라는 거죠
이익 추구가 이루어지는 과정이 시장화 과정이에요
이 시장화 과정에서 상품이 뭐냐 죽어 가는 사람입니다
병 들어서 영안실까지 가는 과정은 병원쪽에서 보면 투자하는 것보다 더 많은것을 얻어 내는 과정이라는 것이죠
물론 테크놀로지가 관계 돼요
죽어 가는 과정에 생체 실험이 이루어져요
치료 과정이 곧 모르모트가 되는 과정이기도 하지요
죽어 가는 자와 산자의 관계는 어떻게 변하느냐
한사람이 병원에서 죽어 가면 그를 사랑하는 산자들은 그와의 관계가 끊어져요
같이 있지 않고 얘기하지도 않다 보면 둘 다 고독한 관계가 되어 버립니다
죽어 가는 자도 산 자로부터 위안을 얻을 수 없게 되며 산자들도 자신의 사랑을 죽어 가는자에게 마음껏 표현할 수 없게 돼요
대신 이 가운데를 누가 장악하느냐 병원이 장악해요
의사가 장악하고 테크놀로지가 장악 해요
요새는 영안실마다 상조회사와 관계가 있어서 사람이 죽으면 상조회사에서 다 하고 이런단 말이에요
여기서 격리가 일어난다는 거죠
슬픔은 인식인데 슬픔은 이제 인식 기능을 빼앗겨 버렸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누군가가 죽어 가고 있을 때 편지등의 형식을 통해서 슬픔을 전달할 통로가 있었다는 거예요
그 통로는 다름이 아니라 어법입니다
이만큼 슬퍼할 때는 그 슬픔을 전달할 수 있는 언어의 통로가 사회적으로 있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오늘날 누가 죽어 간다고 이런 식의 편지를 써서 보내면 이상하게 여길 거예요
이것이 비형식화 과정이에요
죽어 가는 사람 앞에서 슬픔을 재현해 낼 수 있는 단어들과 어법들이 점점 세월이 지나면서 사라져 갑니다
때때로 우리는 병문안을 가서머쓱해지죠
할말이 없어요
죽어 가는 자나 살아 있는 자나 그런 슬픔을 드러낼 장치가 사라진 사회 시스템 속에 살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대체로 병문안 가서 가만히 있어요
그리고 그 절망의 진공상태가 고통스러우니까 딴소리를 해요
밖에 비가오네 진달래가 예쁘게 피었네 이런식으로요
그리고 걸어 나올때 쓸쓸해지죠
그래서 병문안 가는 건 되게 힘들어요
이것이 노베르트 엘리아스가 이야기하는 언어의 상실입니다
이렇게 됨으로 해서 우리는 죽어 가는 자에 대해서 산자들이 가지고 있는 사랑을 표현할 길이 없으며 나 자신도 이러한 슬픔의 관리 통제 시스템 속에서 죽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적들이 무엇 입니까
우리의 context 안에서 보면 죽은자와 산 자 사이에서 맺어져야 하는 정의로운 관계를 관리 통제 하려는 객관적 권력이죠
우리는 나날이 죽은 자들과 산자들의 정의로운 관계에 대한 자유를 박탈 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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