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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1230 노동사무소 진정사건 회사측 진술

by 굼벵이(조용욱) 2022.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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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아침에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곧바로 강남지방노동사무소로 갔다.

O부장과 P부장이 진정인 대표로 나와 있다.

노동사무소 앞 찻집에서 KT과장과 L노무사를 먼저 만나 잠깐 동안 대책을 논의했다.

담당 감독관은 KSC이다.

그를 만나기 위하여 6층 사무실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기다리다 진술하러 들어오는 O부장과 P부장을 만났다.

O부장은 나를 만나자마자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며 자기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 달란다.

나는 하얀 거짓말도 잘 못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야 그러고 싶지만 사장을 대리해 회사 측 대표로 나온 만큼 회사 측 입장에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개인적으로 진술하는 것이 아닌 만큼 서로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도 O부장은 회사를 강하게 비난하며 나에게 유리한 진술을 강요하였다.

P부장은 O부장 부탁으로 함께 출두한 듯하다.

그는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공감해 주었다.

예정된 수순에 따라 KSC감독관은 쌍방에 대한 상견례를 하도록 한 후 먼저 우리를 밖에 나가 있게 한 후 거의 12시가 다 되도록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감독관이다.

근로조건이 나쁜 것도 아닌데 왜 그러고 있느냐며 전적을 권유한 듯하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진정인들은 자신의 말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릴 뻔하기까지 했단다.

역시 소문대로 근로감독관 생활 30년의 능구렁이 베테랑이다.

우리에게도 그는 감정에 호소하며 그 큰 회사에서 그 작은 걸 못 받아주면 어떻게 하느냐며 협박 반 회유 반으로 접근했다.

최고 인사권자가 누구냐고 묻기에 사장이라고 답변했더니 그다음은 누구냐고 물었다.

관리본부장이라고 답변했더니 그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했다.

그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었지만 최대한 말을 아끼며 그에게 순종하는 척했다.

대부분의 근로감독관은 노동분쟁에 관한 한 자신이 형사적 권한을 가진 사법경찰임을 강조하며 우월적 자세를 견지하려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점심때가 되었으므로 식사하러 가겠다고 일어서는 그에게 L노무사가 점심식사를 함께 하자는 주문을 했다.

그는 그러면 큰일 난다며 그의 동료와 지하 식당으로 내려갔다.

우리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를 먼저 환송하는 성의를 보였다.

사무실로 돌아와 처장 전무에게 조사받은 내용에 대해 보고했다.

자칫하면 전무님이 노동사무소에 출두하여 진술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런 데라곤 다녀본 적 없는 전무는 약간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혹시 모르니 미리 대비하라며 지난 9월에 작성한 국회 답변자료 한 부를 드렸다.

 

OOOO팀 망년회를 한다.

S가 나에게 와서는 망년회를 함께 하는 게 어떻겠냐고 묻기에 어차피 곁방살이하는 놈이라 나는 더운 밥 찬 밥 가리지 않으니 과장들 생각을 한번 알아보라고 하며 그 사람들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Y는 회사 종무식 사회를 봐야 했으므로 전날의 과음을 핑계 삼으며 술을 정말로 한잔도 입에 대지 않았다.

나는 노래방을 전전하며 마지막까지 자리를 함께해 주었다.

시간이 늦어지니 배가 출출해 L과장 파트와 신의주 찹쌀순대집에 가서 술국과 모듬 순대 한 접시를 놓고 소주 2병을 나누어 마셨다.

아마도 내가 1병 이상 마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