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 9(금)
1. 24일이 계속되는 설 연휴에 이은 토요일이다.
요즘 말로 샌드위치 데이다.
그날을 휴무일로 해 달라는 노조의 주문을 받고 간단한 보고서를 만들어 처장님에게 올렸다.
구미가 당기는 보고서였는지 처장님 눈빛이 다르다.
같이 올린 전력연구원 운영규정 개정 건은 새로운 사장이 오시면 시행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결재를 보류했다.
내 생각도 같다.
사장이 없는 틈을 타서 전력연구원에 근무하는 연구원 연구비를 인상하고 나아가 연구원이 아닌 행정지원인력 까지 연구비를 지급하겠다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를 조장하는 OO처는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결과적으로 보면 OO처가 이를 부추긴 꼴이다.
심지어 전력연구원의 인사와 관련된 규정 개정이 자기들 목적달성에 방해가 될 것 같으니 우리를 skip하고 자기들끼리 진행하자는 제안까지 하였다고 하니 말 그대로 도둑놈 심보도 그런 심보가 없다.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절차를 무시해도 된다는 무소불위의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다.
노는 토요일인 내일 아침 8시에 테니스 회원들과 시합을 맞추어 놓았는데 김처장이 아침 일찍 출근할 것을 명했다.
김처장은 밤이고 낮이고 노는 날이고 일요일이고 가리지 않고 회사에 출근해 일하기를 바란다.
자신의 과장시절 과거사가 그랬다.
나도 그랬었기에 받아들이고 참아낼 수 있다.
직원시절 주말도 없이 수년간 거의 매일 밤 12시가 넘도록 일했고 어떤 날은 사흘 밤낮을 꼬박 새워 일한 적도 있다.
그러고도 시간외 근무수당은 월 15시간만 받았다.
사실상 시간외 근무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공평하게 나누어주는 임금성 수당이다.
퇴근길에 KT과장과 족발 집에서 둘이 소주3병을 마셨다.
소주를 마시면서 그는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하여 이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이번 주말에 집을 한번 알아보겠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아버지 이야기가 주제가 되어 내 아버지의 역사를 더듬어 보았다.
6.25때 종전무렵 소위로 임관하여 군대생활 하시다가 할아버지 병환 때문에 종가를 이어가기 위해 대위로 예편해야 했던 이야기,
아버지의 사랑 방식,
강원도 임지에서 평택으로 오면서 한밤중에 아버지가 걸머진 더블백 위에 올라타고 산길 낙엽 밟는 아버지의 발자국 소리를 듣던 기억,
내가 고등학교 시절 운전을 잘못해 경운기를 망가뜨렸을 때 나를 혼내기는 커녕 “다친 곳이 없느냐”고 물었던 이야기 등을 나누며 아버지를 그렸다.
안중초등학교 시절 6년 내내 반장을 하고 전교 회장까지 하다보니 남들보다 자존심이 강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게 짐이 된 나의 과거사까지 나누었다.
몸이 많이 피곤하였으므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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