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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217 인사제도 전문가는 언제 희열을 느낄까?

by 굼벵이(조용욱) 2022.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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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2. 17(화)

초급간부 임용고시 합격자 발표가 났다.

내가 될거라고 믿었던 KS가 예상대로 합격하였다.

우리처에서는 KS 외에 CY, PJ가 같이 합격했다.

전산직군을 없애면서 특수직군으로 분류한 후 모든 직군 초간고시에 응시가 가능하도록 하고 4직급 이상부터는 응시직군으로 성장 할 수 있도록 해 주었는데 그게 참으로 훌륭한 생각이었다는 것이 입증되는 순간이다.

당초 정보화추진실에서는 전산직군이 사무직군으로 시험 보는데 애로가 있으니 별도로 전산중심의 초간시험을 치르게 하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게 잘못된 주장임을 여실히 증명해 주었다.

어차피 전산직군을 없애야 한다면 그들이 다른 직군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불편하지만 초간고시를 통해서라도 해당 직군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구축하지 못하면 그들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

제도는 당장의 이익보다 좀 더 먼 곳을 바라보고 만들어야 한다.

이로써 정보화추진실과 나와의 견해차는 나의 완봉승으로 일단락 지어졌다.

 

(이후 KS는 사무직군으로 인사관리팀장까지 하며 현재 처장으로 승진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심성도 고와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그를 사랑해 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제도가 멋진 결실을 맺은 거다.

정책이나 제도 담당자들은 이럴 때 희열을 느낀다.)

 

계약 관련 서류를 작성하기 위하여 K노무사가 들어왔다.

K노무사는 B노무사와 마찬가지로 용역계약에 약간의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

하지만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그녀의 말대로 상당기간을 두고 파견자에 대한 해고과정 일체를 자기들이 전담하여 진행하고 그 댓가를 받는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되어 그러는 것 같기도 하다.

암튼 K처장이 벌려놓은 일을 내가 뒤치다꺼리 하기 위해 진행하는 일이지만 그 마음속을 모두 알 수가 없어 어렵다.

K처장의 생각도 알아내기가 정말 어렵다.

자기가 못하면 믿고 맡겨야 한다.

자신이 벌인 일이고 진도가 한참이나 진행되었는데 서류를 틀어쥐고 앉아있으면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K노무사와 K처장 방에 가서 오랜 시간을 노닥거렸다.

난 바빠 죽겠어서 그런 아이들링이 정말 싫은데 K처장은 언제나 바쁜 내 시간까지 죽이면서 의미없는 킬링타임을 즐긴다.

요즈음 처장에게 간 서류가 계속 정체된다.

당신이 지시해 놓고도 그냥 뭉개고 있다.

내가 요즘 인사에 관한 불만도 많고 여러 가지 노사간 갈등도 생겨 인사권 확립이 필요하므로 인사처를 사장 직속으로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자 그는 또 새로운 오더를 내렸다.

그런 내 생각을 극비리에 보고서로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다.

아울러 3직급 승진권을 사업소에 위양하는 사항에 대한 검토보고서도 부탁했다.

그는 매일 매일 생각나는 대로 나를 불러 검토서를 주문하지만 결말 있는 추진이 정체되고 있다.

결국 나는 늦은 시간까지 남아서 보고서를 작성하여야 했다.

나는 그냥 보고서를 만드는 기계일 뿐이다.

G는 과장에게 업무를 지시해 놓고 제 책상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나홀로 컴 앞에 앉아 골머리를 썩히고 있자니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KS가 같이 저녁을 먹고싶어 했지만 야근을 해야 해서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