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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401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내곁을 지켜준 KT

by 굼벵이(조용욱) 2022.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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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4.1(목)

아침 새벽에 샤워를 하기 위하여 체력단련실로 내려갔다.

문을 여는 순간 투쟁 복을 입은 파견자들이 득시글거리는 것을 보고는 수건 한 장만 집어 들고는 얼른 나와 버렸다.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였지만 적당히 얼버무리고는 불이 나게 당직실로 향했다.

당직 책임자가 눈이 휘둥그레 가지고 경계의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기에 적당히 상황을 설명하고 거기서 샤워를 했다.

어제 밤늦도록 만든 보고서를 새벽에 처장과 전무에게 보고하고 10시 30분부터 실무회의를 시작하기로 하였으므로 일찌감치 회의장에 내려갔다.

파견자 대표들은 회의시작 시간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나타나서는 일방적으로 결렬선언을 하고 나가버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파견자들이 온실동에 모여 자기들끼리 투표에 붙여 이미 그렇게 결론을 내린 모양이었다.

처장은 전 직원을 사무실에 대기하도록 하였다.

오늘 저녁 12시 이전까지는 파견연장 발령을 내야 한다.

밤 8시쯤 무렵에 단식을 단행하던 파견직원들이 사장실로 가려다가 문이 닫혀있자 인사처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갑자기 나를 찾더니 나를 에워쌌다.

분위기가 격앙되어 있어 긴장감이 돌았다.

나는 곧바로 “여러분들이 사무실로 들어와 이러는 것은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어 범법행위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있으니 사무실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칠점사를 자칭하는 OOO란 녀석이 내게 험한 말을 해대기 시작하였다.

그는 내게 “당신이 우리를 해고한다고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나는 누가 그러더냐고 되물었다.

그는 제3자한테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 제 3자가 누군지 몰라도 그를 데려오라고 했더니 그는 말꼬리를 흘리며 “내가 여기 온 것은 당신 같은 부장급 하고 이야기 하러 온 것이 아니고 사장을 만나러 왔다”고 하면서 파견자가 얼마나 힘들게 생활하는지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다.

우리측 노조분회위원장이 나서서 그들을 설득하였다.

그들은 고맙게도 아무런 폭력적인 행동 없이 조용히 사무실 밖으로 물러서 주었다.

내가 봐도 참 착한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을 구조개편이란 미명하에 이지경으로 만든 나라가 참 밉다.

군중심리로 험악한 폭력적 분위기가 고조되어 나에게 폭력을 행사하려 하자 KT과장이 내가 다칠까봐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내 옆으로 바짝 다가서는 모습을 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들 겁이나 조합원들이 에워싸고 있는 내 주변에 다가설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 보였다.

영 엉터리 같은 친구인줄 알았는데 그는 또 다른 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가 쓰는 보고서는 엉망이지만 나를 보호하려는 그의 마음은 참으로 숭고했다.

나중에 술 한 잔 사주면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주어야겠다.

예정대로 밤 10시를 기하여 발령을 내었다.

정확히 10시 50분경에 발령에 관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

밤 12시경 쯤 되었을까 처장님이 집에 들어가서 옷이나 갈아입자고 했다.

KY과장을 회사에 남겨놓고 집으로 들어갔다.

마침 이를 대비하여 엊그제 차를 가져왔으므로 차를 타고 집에 가서 한숨 눈을 붙이고 다음날 새벽 6시에 출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