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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417-18 소설 속 주인공 같은 우리 처장님

by 굼벵이(조용욱) 2022.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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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4.17(토) ~ 4.18(일)

오늘은 비번임에도 아침 새벽부터 출근하였다.

어차피 오늘 오후부터 당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처장이 요구하는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가 원하는 방향대로 힘들게 정리하여 보고하였지만 그가 끝까지 만족하지 않으리란 것을 나는 잘 안다.

그는 마지막까지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보고일자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4.23일 보고를 드리겠다고 사장님께 말씀을 드린 모양이다.

처장님은 힘들게 만든 내 보고서에 또 한 차례 메스를 가하기 시작하였다.

만드는 사람이 힘들어서 그렇지 하기는 내가 보아도 자꾸 손을 대면 댈수록 좋은 보고서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단어 하나라도 다듬기 때문이다.

오늘은 내가 당직 책임자인데 당직 상황을 제대로 서지 않고 사무실에서 일만 하는 것이 미안하여 일단 당직실 직원과 과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밤 9시가 넘도록 보고서를 다듬었다.

처장은 나만 남겨둔 채 K부장과 L과장을 데리고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가면서 조금 미안해했다.

당직을 핑계대고 나만 홀로 남겨두고 자기들만 좋은 음식 먹으러 가기가 조금은 안돼 보였던 모양이다.

혼자 잡탕밥을 시켜 먹으면서 마음이 씁쓸했지만 어차피 즐겁게 일하기로 했기에 마음을 가볍게 고쳐먹었다. 마침 회사에 정전이 되어 계속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으므로 전기가 들어올 때를 기다리다가 저녁 9시가 넘어서는 그냥 당직실로 내려가 당직상황을 보았다.

10시 반쯤 되었을까 몸이 너무 피곤하였으므로 먼저 잠을 자겠다고 양해를 구한 후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새벽 4시쯤 일어나 혼자 의자에 기대어 잠자고 있는 직원을 수면실로 들여보내 잠을 재우고 산자부 보고 등 이후 상황은 내가 처리하였다.

 

“한밤중 개에게 일어난 의혹의 사건” 소설을 읽었다.

지난번 신입사원 워크숍 때 준비한 도서인데 읽어보니 재미가 있다.

15세의 편집증 환자가 1인칭 주인공이 되어 등장하는데 문장을 편이하게 구성하여 읽기도 편하다.

독특한 소설 전개 기법을 구사하고 있다.

아침 8시 반이 조금 넘으니 당직책임자 후임으로 LH부처장이 나타났다.

그에게 인수인계하고 나는 잠실 테니스장으로 갔다.

HBS, NSM, PDW 세 사람이 나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과 어울려 3게임을 하고 점심식사를 하였다.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 보고서를 다듬기 시작하였다.

KY과장과 LJ과장에 이어 K부장이 도착하였다.

저녁 9시가 넘어서야 어느 정도 일을 마칠 수가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읽다 만 '개에게 일어난 사건' 소설을 마져 읽었다.

 

“나는 내가 충분히 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혼자 힘으로 런던까지 갔고 누가 웰링턴을 죽였는가 라는 미스터리를 풀었으며, 혼자 엄마 집을 찾아냈고, 게다가 용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책까지 썼다.

그 말은 내가 뭐든 할 수 있다는 뜻이다”로 소설은 끝을 맺었다.

편집증 환자의 이야기에 대한 결말 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