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6.14(월)
처장이 아침부터 나를 찾았다.
사장님이 필리핀 다녀오신 후 필리핀 사업소에 근무하는 직원으로부터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직군간 벽허물기와 관련된 말씀을 또 하셨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처장은 무언가 이와 관련된 보고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거다.
보고서를 만들어 우리가 헤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잔다.
이와 관련하여 나는 조심스럽게 나의 생각을 이야기 하였다.
당장 사장님 생각이 맞다 틀리다를 정의하는 보고서를 만들어 가면 일종의 변명이나 항명처럼 보일 우려가 많으니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현행 규정상 사장님 생각대로 할 수 있는 근거조항도 이미 마련되어 있다는 보고를 드리고 직군에 구애받지 않고 발령을 내면서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방법이 가장 좋을 듯싶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처장은 내 이야기를 한참동안 경청하다가 그래도 당장 무언가 보고서를 만들어 올리잔다.
M가 죽든 자기가 죽든 어느 한 놈이 죽어 자빠질 때까지 붙어보자며 결기를 드러냈다.
체구는 작아도 한 성질 하며 깡다구에 승부근성도 강하다.
그래 당신이 원한다며 한번 제대로 붙어보자.
나도 작지만 강한 놈이다.
직군을 없앴을 때의 문제점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다가 처장은 또 내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다.
사업소 경력이 부족해서 그렇다며 핀잔을 주었다.
그러면서도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는 내 눈치를 본다.
점심시간에 처장과 함께 아구찜을 먹었다.
원래는 노사 실무위원회가 있는 날이어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주 40시간 근로 관련사항을 논해야 하는데 처장님이 같이 가자고 하여 회사 근처 아구찜 집에서 아구찜을 먹었다.
처장은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
술 마실 때는 안주도 거의 안 먹는 사람이 갑자기 점심밥으로 두 공기나 먹는 것을 보고 놀랐다.
'뭐지?'
오후 내내 회의와 결재로 바빴다.
KT 과장에게 일용원 채용연령 연장관련 서류에 대하여 부사장님 결재를 내오라고 했더니 결재서류를 빼앗기고 돌아왔다.
이 친구가 보고서 내용의 개념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완전히 천방지축이다.
전기원 채용시 일용원 근무경력을 합산해 주자는 것인데 그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결재를 갔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부사장에게 논리가 밀려 서류를 빼앗긴 채 돌아왔다.
내가 얼른 부사장에게 다시 찾아가 그가 의아해하는 내용들을 모두 설명한 뒤 결재를 받아 서류를 찾아왔다.
KT가 작성한 서류를 보면 짜증이 난다.
좀더 나아지지 않고 왜 계속 그 모양인지 모르겠다.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덕분에 오늘도 그의 보고서를 수정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저녁은 중국집에서 유산슬 밥을 시켜 사무실에서 먹었다.
10시 가까이 되어서 K부장과 함께 전철을 타고 퇴근하다가 교대역 앞 카페에서 중국맥주 칭따오를 2병 반씩 마시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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