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7.25(일)
늘 그렇듯이 오늘 아침도 아내는 침대에 늘어져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일기를 정리한 후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기껏 힘들게 라면을 끓여놓았는데 경신이는 아침부터 라면을 먹기 싫다며 반찬도 없는 찬밥을 꾸역꾸역 먹고 있다.
국물이라도 말아서 먹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11시쯤 아내가 일어나 싱크대에서 어른거리기에 가족회의를 소집하였다.
아이들에게 학원을 다닐 필요성에 대하여 토론을 시켰다.
먼저 내가 보는 관점을 이야기 하였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비는 아내가 하루 종일 다리품 팔아서 장만한다는 것도 말해 주었다.
그렇게 다니는 학원인데 오히려 아빠의 눈을 피하고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학원을 다닌다는 것을 아이들은 인정했다.
시험 볼 때 공부방식도 엄마에게 의존하는 것이 너무 많으니 스스로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최근에 발표된 논문 등을 인용하고 내가 자랄 때의 공부 환경 등에 비추어 스스로 학습법을 제안하였다.
아이들도 모두 그걸 찬성하였다.
단지 어려운 것은 부분적으로 엄마의 지도편달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가족회의 이후에도 아이들에게서 진득하게 앉아서 계획적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또 짜증이 밀려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영어단어 외우기는 근근이 3챕터씩 하고 있다.
답답한 현실이지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아이들은 내가 집에 있으면 계속 내 눈치만 본다.
낮에는 지나치게 잠을 잔다.
점심밥은 아내가 먹다 남은 찬밥에 김치를 넣고 볶아주었다.
꾸역꾸역 점심을 때우고 소설 풍수를 읽고 '릴로 앤 스티치' 영화를 보았다.
아내가 저녁밥 짓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며 궁시렁 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가족을 위하여 음식을 장만하는 즐거움을 이야기했던 미경이가 생각났다.
그러는 아내가 미워 더욱 외식이 싫어졌다.
저녁은 집사람이 먹다 남은 찬밥에 김치찌개를 만들었는데 돼지고기를 듬뿍 넣어 놓고는 아이들에게 고기를 건져먹으라고 했다.
아이들은 신이 나가지고 찌개 냄비를 휘저으면서 고기만 건져먹기 시작했다.
그런 식습관이 아이들을 형편없이 만들어 버렸다고 생각하니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공동으로 먹는 음식을 그렇게 매너 없이 먹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야단을 쳤다.
회사는 회사대로, 집은 집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모든 게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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