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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0730 조광조의 피

by 굼벵이(조용욱) 2022.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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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7.30(금)

옥돌집 아줌마가 처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삼계탕을 끓여 놓았으니 거기서 점심을 먹으라고 해서 오늘 점심은 L과장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옥돌집으로 가서 먹었다.

주인 아줌마는 정성을 들여 잣도 넣고 보양이 될만한 것들을 이것저것 많이 넣어 신경을 써서 점심을 준비하였다.

참 고마운 사람이다.

오늘 저녁 6시가 파견자 발령의 Dead Line이다.

지난번 분신소동을 벌였던 C씨가(OO화력 통신OOO) 지팡이(내 눈에는 몽둥이로 보였다)를 들고 사무실에 나타나 잠깐 긴장을 했다.

그의 눈빛을 보니 무언가 일을 저지를 사람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한수원으로 전적할 수는 없느냐고 물어왔다.

KD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리를 알아보는 등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의 전화통화 내역을 들으며 한수원으로의 전적이 곤란하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그냥 남동으로 전적하겠다고 한다.

그런 돌출행동을 보였지만 그는 무척이나 단순하고 착한 사람이다.

족보를 따져보니 나와 본도 같고 파도 같으며 나보다 3대가 앞선 형(행)자 돌림이다.

CY과장이 사무실로 와서는 내게 눈물을 보이며 힘들어했다.

오랜 시간 동안을 망설이다가 그의 전적발령을 취소했다.

그러나 전적동의서는 내가 보관하고 있다가 월요일에 한수원 쪽을 다시 한번 알아본 후 발령정정 해 주기로 하였다.

그들이 나를 향해 욕을 해대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인다.

그들은 나를 산자부의 지시를 받아 개처럼 달리는 주구로 여긴다.

나를 일제 식민통치하의 조선인 밀고자와 비슷한 역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처장 말 맞다나 나도 정말 나쁜 놈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에게도 달리 방법이 없다.

그 때 그자리에 내가 우뚝 서있을 뿐이다.

대의를 위하여 누군가는 희생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재수 없이 내가 걸려든 거다.

어차피 세상이 공정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HYP부장이 전적동의서를 쓰겠다고 해서 한참동안 통화를 하다가 당직실을 통하여 접수시키라고 했다.

 

김영미 노무사가 왔다.

발령을 끝내고 통발이라는 장어구이집 음식점에 가서 그녀와 소주를 마셨다.

김 노무사는 매사 확신에 찬 나의 모습이 그렇게 인상적일 수 없단다.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가 확신에 차 있다며 나의 제스쳐를 흉내까지 내가며 이야기를 하였다.

조광조의 피가 흐르니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전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이길 수 없으면 사건을 수임하지 말라고 했던 나의 요구가 무척이나 불쾌했던지 지금도 술만 먹으면 그 얘기다.

음주 중에 여러 가지 유머가 난무했고 나의 유머감각이 처장을 즐겁게 해 준 모양이다.

처장님은 매우 흡족해 하면서 음식점을 나섰고 우리는 옛 한전다방 자리 전통찻집에서 맥주를 두병 더 마시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KT과장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데 술이 취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내가 처장이 탄 차에 택시비로 3만원을 넣어드렸는데 KT과장은 우리 차에 차비를 넣어주었다.

먹이사슬 아니 차비사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