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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모임,취미생활/여행기

농업기술센터 베트남 다낭 연수기4(221109)

by 굼벵이(조용욱) 2022.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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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9(수)
간밤엔 다낭시 멜리아 리버프론트 호텔 27층 17호실에서 잤다.
곰팡내도 없고 온수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멍탄호텔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모던하다.
호텔 앞에 강이 있는데 우리나라 장마철에나 볼 수 있는 황토색 강물이 흐른다.
하지만 여기도 비데가 없다.
과민성 대장 증상이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겐 여행할 때 비데가 없는 것만큼 불편한 게 없다.
대학시절 한참 예민한 나이에 변비가 심해지더니 치질이 생겼는데 그걸 얼마 전 정년을 맞을 때까지 데리고 살았다.
정년을 앞두고 몸을 보링을 해 놔야 남은 여생을 조금 더 편안히 살 것 같아 전문병원에 가서 그놈과 이별했다.
누구나 이별 뒤엔 아픔의 고통이 따르게 마련인데 그 때 두 가지 고통이 생겼다.
하나는 똥꼬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이다.
애를 낳아보지 않았지만 ‘애 날 때보다 더 아프다’는 젊은 여성의 수술 후기를 읽은 적도 있다.
두 번째 생긴 고통은 과민성 대장 증상이다.
시도 때도 없이 화장실을 찾는다.
개나 닭이 시도 때도 없이 수시로 아랫도리를 까듯 밤이고 낮이고 시도 때도 없이 신호가 오면 아랫도리를 내려야 한다.
개나 닭이 대장염이나 대장암이 안 생기듯 그런 사람들은 대장암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대장염이나 대장암은 보통 노폐물이 쌓여 썩는 숙변 때문에 생기는데 그런 사람들은 노폐물이 쌓일 겨를이 없기 때문이란다.
어쨌거나 동남아를 여행할 때 호텔에 비데가 없어 나 같은 사람들은 많은 불편을 겪어야 한다.
하지만 자동 비데 대신 수동식 비데가 있다는 간단한 상식 하나만 알면 비데걱정 안 해도 된다.
호텔마다 대부분 변기 옆에 작은 샤워기가 별도로 달려있는데 그게 바로 수동식 비데다.
그거 의외로 효능이 끝내준다.

어디에 가서 무엇을 먹던 호텔 조식 만큼 맛난 식사는 없었던 것 같다.
자신이 선택해 먹는 뷔페식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이곳 음식점들이 호텔만큼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전문화나 세계화가 덜 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호텔 조식을 꼼꼼하게 챙겨 먹으라고 권한다.
넉넉하게 8시 10분 경에 체크아웃을 하고 대기중인 관광버스에 올랐다.
귀국 비행기를 타러 가기 전에 영응사 해수관음상을 구경하러 갔다.
가이더 말로는 월남전 당시 패망한 정부의 부자들은 대부분 죽임을 당했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보트에 몸을 싣고 보트피플이 되어 바다를 표류하다 죽거나 어찌 어찌 다른 나라 배에 구조되어 살아남은 사람들이 미국 등 해외로 빠져나가 성공을 했단다.
그 사람들의 후원을 받아 그 때 죽은 보트피플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건립한 것이 영응사고 해수관음상은 그래서 모두 바다를 바라보고 있단다.
나라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들이 합의하여 만든 거다.
나라를 잃으면 생명과 재산을 보전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것은 국민의 숭고한 의무다.
나라는 나무와 같다.
나무는 작은 가지들을 흔들어대면 물이 오르고 나무가 건강해 진다.
하지만 뿌리나 몸통을 흔들면 나무가 죽어버린다.
해수관음상은 내가 어딜 가나 나를 응시하며 이런 교훈을 전해주는 듯하다.

이어 집단쇼핑에 들어갔다.
나라에서 위탁을 받아 운영한다는 노니센터에서 침향 기름이든 캡슐을 파는데 오백불이나 천불은 있어야 살 수 있다.
침향 좋은 건 다 알지만 베트남 여행 경비보다 비싼 선물을 산다는 건 아무래도 무리였는지 아무도 사지 않았다.
찌그러진 가이더 얼굴을 보니 조금 미안했다.
이어서 잡화상에 갔다.
거기서는 왕성한 구매력을 보이는 분들이 조금씩 보였다.
여행사를 이용해 해외여행 할 때 내게 가장 불편을 주는 것이 바로 이런 집단쇼핑이다.
남자는 바가지 써가면서도 필요한 것만 사지만 여자는 바가지를 쓰진 않지만 싼 맛에 불필요한 것까지 산다고 한다.
나는 필요한 게 없어 파도처럼 구매행열에 휩쓸려 다니기만 할 뿐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옆집 할매가 걱정되어 공항에서 간단한 과자나 한 봉지 사가려 했었는데 마침 공동경비로 깨과자를 한 봉지 사주어 그걸로 대체했다.
우리과 총무로 미순씨를 뽑은 건 참 다행한 일이다.
이어 다낭공항에서 대한항공을 타고 닭장 안에 갖힌 닭처럼 쪼그리고 앉아 기내식을 먹으며 다섯 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평소 같으면 전철이나 리무진버스시간 때문에 많이 불편했는데 럭셔리 버스가 공항에 대기하고 있어 한 시간도 안 걸려 농업기술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를 몰아 집에 오니 밤 12시가 조금 넘었다.
정말 럭셔리한 여행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