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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1207 내부평가 결과를 수긍 못하는 처장 달래기

by 굼벵이(조용욱) 2022.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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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7(화)

아침 일찍 어제 밤 늦도록 검토한 통합심사에 따른 심사방법 및 절차에 관한 보고서를 들이 밀었다.

처장이 시큰둥해 한다.

맥이 탁 풀린다.

경영정보처에서 평가한 내부평가 잠정 결과가 나왔는데 우리 처가 꼴찌를 했기 떄문에 처장 눈에 아무것도 들어오는 게 없는 거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지표도 중간수준 정도인 87%수준에 머물렀다.

인력개발 지표도 87% 수준에 머물렀고, 인사운영은 85%, 문서관리는 82% 수준이다 보니 처장이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서는 전무에게 항의하고, 부사장에게 항의하며 사장에게도 어필하겠다고 협박했다.

본사에서 가장 적은 인원을 가지고 달달 볶아대면서 사장지시사항 이행을 위하여 그만큼 일한 결과가 꼴찌라면 사장 지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그렇다면 더 이상 사장을 위해서 일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일면 맞는 이야기이다.

복수심에 불타 경영평가 심사위원들의 리스트를 뽑고 여기 저기 알아보며 난리가 아니다.

팀장들을 연신 불러 앉혀놓고 조져댔다.

내게는 그간 일했던 내용들을 깡그리 복사해서 건건이 플라스틱 표지에 담아 오라고 해서 그렇게 해 주었더니 그걸 들고 KH 부장은 전무님께 가서 어필하고 나는 비서실장에게 가서 어필하고 오라고 했다.

비서실장에게 가서 어필하니 비서실장은 내게 경영정보처장이 했다는 이야기를 내게 그대로 전해왔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한들 수능 시험장에서 시험을 잘못 보았으면 그걸로 끝이 아니냐는 논리다.

자기들이 평가 보고서를 잘 못 써서 평가자가 나쁘게 평가한 사항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면서 욕하면 그 욕이 결국 자기에 대한 욕으로 돌아온다는 논리다.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심정적으로 모두들 인사처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겉으로는 해해거리지만 뒤 돌아서는 주먹감자를 먹이는게 인사처라는 KH부장의 이야기가 오히려 호소력 있다.

그도 인사처에 오기 전까지는 인사처에 대한 반감이 엄청나게 많았었다.

그런 저런 이유들로 내년에는 나도 인사처를 떠나 꼭 교육을 가고 싶은 것이다.

처장 생각엔 필시 기획본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이 들어있을 것이다.

M처장과의 관계 때문이다.

화가 나서 필펄 뛰는 김처장을 달래준다고 관리본부장실 SS와 HS부장, KH부장 그리고 OO지원처 OOO실 식구이 모두 동원되어 우일관에서 술판을 벌였다.

녹스에서 2차까지 이어졌고 처장이 취해 먼저 자리를 뜨자마자 나는 그자리에서 완전히 black out 되었다.

아마도 극도로 긴장된 상태에서 분위기 맞추기 위해 정신없이 마셔대다가 갑자기 긴장이 풀리자 정신을 잃는 듯하다.

돌려 마시는 폭탄주를 여러 배 돌다보면 모두 맛이 가게 되어있다.

전철을 타고 들어온 기억이 가물가물 나지만 어찌 들어왔는지 기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