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1130 먼저 흥분하는 놈이 지는 거다

by 굼벵이(조용욱) 2022. 12. 29.
728x90

 

2004.11.30(화)

노조에서 8직급으로 전환된 계약직원의 정기승호와 관련하여 상용원과 같은 승호체계를 유지해 달라는 부탁이 있어 노조로 하여금 우리에게 공문을 보내도록 협의하라고 KT과장을 보냈더니 P국장이 박흥근이란 녀석이 KT과장에게 고함을 치면서 난리통을 벌였단다. 

욕만 잔뜩 얻어먹고 왔다고 김과장이 씩씩거렸다.

그래서 징계처분자의 사회봉사제도와 함께 그들이 우리에게 보내주어야 할 공문의 내용을 적은 메모지를 들고 내가 올라가 O처장과 상의하였다.

O처장은 내가 찾은 이유를 모두를 이해했지만 P국장에게 지시하는 것을 무척 꺼려했다.

KJH 국장하고는 그나마 말이 통하기에 김종환이를 통해 공문을 보내주라고 했다.

처음에는 크게 반발하는 것 같더니 나중에는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서 대신 내게 다른 건 하나를 들어달란다.

나는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겠노라고 했다.

 

KT과장에게 P국장 예를 들면서 먼저 흥분하는 놈이 지는 것이라는 교훈을 확실히 심어주었다.

먼저 흥분하면 이미 싸움에서 진 것이다.

상대방이 흥분할수록 냉정해져야 이긴다.

P가 내 책상을 깨 부순 이후 여기저기 내 욕을 하고 다니지만 그 이후 나를 대하는 모습이 조금 조심스러워진 것은 사실이다.

 

OO지방노동사무소 H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5시에 사장을 대리한 기초조사에 응해달란다.

그가 요구하는 자료를 준비해 노동사무소에 갔다.

나보다 늦게 도착한 다른 사람을 5분이면 끝난다며 나에 앞서 조사했는데 무려 한시간이나 걸려 조사하며 시간을 끌었다.

지난번의 사례도 있고 해서 기분이 나쁘고 좋지 않은 감정이 끓어올랐지만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오전에 KT과장에게 했던 말을 기억해 냈다.

먼저 흥분하는 놈이 지는 거다.

차분한 마음으로 조사에 임했고 H반장은 사장 현지조사와 관련하여 감독과장에게 부탁해 볼 것을 권하며 감독과장 방에 들어가 머리를 조아리란다.

더럽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버린 자존심이다.

그는 나중에 H반장과 상의해 보겠다고 했다.

퇴근길에 H반장이 저녁식사를 제안하자 그가 머뭇거리기에 내가 끼어들어 그를 도왔다.

군산집에 가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군산집은 한 끼에 5만원이나 해 비씨지만 그만한 가치를 맛과 양으로 증명해 준다.

결과적으로 분석해 보면 모든 게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식사 중에 나는 파견자에 대한 그동안의 경과 따위를 입에 침을 튀어가며 설명했다.

그들은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차 공감의 범위를 넓혀갔다.

감독과장은 회사가 일 있을 때만 찾아오지 말고 주기적으로 만나며 노동사무소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해달라는 부탁까지 하였다.

어쨌든 일은 내 뜻대로 성사되었다.

 

필리핀에서 R부장이 왔디기에 다시 회사 앞으로 가 R부장과 술 한 잔 더 나누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