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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1212 부모를 잡아먹으며 살아온 이기적인 자식놈들아!

by 굼벵이(조용욱) 2023.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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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2(일)

아침 새벽부터 영화를 보고 밀린 영어공부를 하였다.

11시 10분 쯤 되었을까 KNS 전화를 해 테니스 코트에 자리가 비었다며 나오란다. 

곧바로 나가 3게임을 하고 점심을 같이 먹었다.

주말에만 하는 운동인데 그렇지 않았으면 운동을 못할 뻔 했다.

거기다가 P사장이 점심을 사주어 점심까지 얻어먹었다.

*************

 

집에 오니 집사람이 호신이가 그동안 사고 친 이야기를 한다.

지나칠 정도로 잔소리도 많이 하고 몽둥이로 타작 까지 하였는데 게임중독 앞엔 모두 허사였다.

결국 학원에서 100원짜리 동전들이 든 저금통을 훔쳐오고 말았다.

그걸 집사람이 발견했고 어찌할 바를 몰라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끙끙대고 있기에 일단 내가 모른 척 하고 있을 테니 그걸 들고 학원 선생한테 가서 이실직고 하라고 했다.

내가 알게 되면 아이에게 또 한번 몽둥이를 들고 난리를 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기 떄문이다.

하지만 집사람이 이미 아빠한테 이야기 했다고 호신이에게 말해버렸다는 것이다.

저녁 8시 반 즈음에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 옷을 입고 호신이에게 갔다.

말로 해도 안 되고 때려도 안 되니 이젠 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감옥에 가면 추울 테니 옷을 두툼하게 입으라고 했다.

일단 파출소에 가자며 그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녀석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참느라고 목소리가 달라 있었다.

둘이는 교대역 1번 출구에 있는 파출소 앞에 잠시 섰다가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 먼저 들어갔다.

바닐라 음료 한잔을 사주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부터 네가 가야 할 길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지금 파출소로 가 자수하고 감옥에 갈 것인지 아니면 일단 집으로 가서 내가 말 한대로 실천할 것인지를 결정하라고 했다. 호신이는 당연히 후자를 택했고 앞으로 달라질 것처럼 보였다.

며칠이나 갈지 모르겠지만 일단 마음으로 느끼고 변화의 의지를 다졌다면 무언가 조금이라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집사람에게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어

지금 파출소로 들어가 자수하고 감옥에 갈 것인지 아니면 일단 집으로 가 다른 길을 찾을 것인지 네가 결정하라고 했어

많이 느꼈을 거야

지금 너희 나이에 명품이고 핸드폰이고 그것들 아무 소용없다고 했어

그런 것들을 가진 아이들은 부모가 아이들을 잘못 키우고 있는 거라고...

부모들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는 것인데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나중에 네가 크면 아빠의 이야기가 옳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아빠는 너희들이 허욕을 쫓기보다 근면 성실한 마음가짐을 갖도록 애쓰고 있다고

책을 많이 읽으라고

아빠가 너에게 너무 실망이 크다고

크든 작든 도둑질은 도둑질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문제라고

사람이 큰 산이나 바위에 걸려 넘어지는 게 아니고 하찮게 여기는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고

항상 작은 것에서 부터 문제가 발단되는데 그게 다 마음에서 생겨 자라난다고

너의 현재도 과거에서 비롯되었고 미래도 현재에서 결정된다고

그러기에 현재 네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가 네 인생을 결정한다고

우선 지금의 생각(목표를 세우고)을 바꾸어야 하고

바뀐 생각이 요구하는 대로 행동을 바꾸어야 하는데 그 행동이 축적되면서 습관으로 이어지고 습관이 너의 인생을 결정한다고

네가 얼마만큼 간절히 원하고 행동하는가에 따라서 네 꿈의 실현가능성이 결정된다고

(아내가 시큰둥해 하기에)

마음이 바뀌면 모든 게 바뀌는 거야

강요해서는 안 되거든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고 안 해주고가 중요한 게 아니야

다음 주부터 매주 아침 일찍 산에 간다고 했어

유부장과도 많이 상의 했어

재청이 녀석도 지금까지 말썽이거든

유부장 말로는 때려도 보고 타일러도 보고 별의별 것 다 해보았는데 정답이 없대

그러니 우선 스스로 마음을 바로잡아야 해

아이가 게임에 빠지면서 성격이 많이 삐뚤어져 있어

호신이는 이미 초등학교 때 게임중독을 통해서 잘못된 생각회로가 고착되어 버렸어

(평생을 자식이라는 짐을 걺어지고 고난의 길을 걷다가 결국은 그 짐으로 인해 죽게 될 아버지들의 가련한 삶

연어도, 황어도, 심지어는 사마귀까지도 자식의 늪에 빠져 아버지의 목숨을 내놓는다.

새로운 탄생 앞에 부모의 희생적 죽음은 자연법칙인 듯하다.

죽을동 살동 끝까지 이기적으로 살다가 이기적 유전자가 손을 떼는 마지막 죽음 앞에서야 겨우 이타적 본성을 찾아간다.

애비를 잡아먹으며 살아온 이기적인 아들놈들아!

네놈들도 똑같은 애비의 길을 가게 될거라는 걸 명심해라!

안 그러려면 이타심부터 배워라.

가장 가까운 거리의 부모를 향한 이타심부터 배우고 익혀 점진적으로 확장해 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