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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4

20041222 처장님, 잠은 집에서 주무셔야죠

by 굼벵이(조용욱) 202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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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2(수)

21년 전 마포여자중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할 때 만났던 영문과 C가 사업상 우리의 인맥을 뚫어보고 싶다며 나를 만나잔다.

그녀는 은행을 그만두고 보험중개사 자격을 가지고 강남에 사무실을 차렸는데 우리의 인맥을 자신의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모양이다.

점심시간에 동창회 일을 보고 있는 후배와 함께 사무실로 왔기에 그녀들을 데리고 라스칼라에 가서 점심을 대접하였다.

그녀들은 일단 라스칼라의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공통주제라고는 학교와 관련된 것들이었으므로 학교 주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J이라는 이름의 예쁘장한 후배는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이 동문회의 총무를 맡고 있는데 동문회 모임에 내가 나와 주었으면 했다.

 

처장이 술을 드시고 밤 10시경에 사무실로 들어오셨기에 어쩔 수 없이 붙잡혀 밤늦은 시간까지 야근할 수밖에 없었다.

처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의자에 앉은 채 그대로 잠이 들었는데 일어날 생각을 안했다.

누구도 그를 깨워 집으로 보내드릴 생각을 못하므로 내가 들어가 일어나기 싫어하는 그를 흔들어 깨워 억지로 신발을 신기고 부축하여 엘리베이터에 태웠다.

그 와중에 처장은 풀린 눈으로 엘리베이터로 배웅을 나오는 KY과장을 보고는 나오지 말라는 손짓을 하였다.

그것은 남들로부터 오해받지 않으려는 일종의 faint이다.

내가 너를 밀어 줄 테니 남들에게 절대 표시나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표현이다.

내가 그만큼 공을 들였는데 처장이 KY를 쳐버리면 일면 나를 배신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청경들 눈이 무서워 현관을 나갈 때까지는 혼자 걷게 하고 나가서는 얼른 그를 부축하여 기다리고 있던 H과장 차에 태웠다.

 

12시경에 KC부장 차를 타고 퇴근을 하였다.

집 앞에서 나를 내려주면서 KC부장은 와이프랑 한잔 먹고 자겠다며 세븐 일레븐에서 캔맥주 2개를 사달라고 했다.

이사람 어지간히 술이 고팠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