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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무들기 농장

내 낚시친구 사이버 준

by 굼벵이(조용욱) 2023.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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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아주 특별한 낚시 친구가 있습니다.
그는 침향같이 안으로 꽉 채워진 보석입니다.
손이 얼마나 매서운지 맥가이버는 저리가라 입니다.
견지 낚시대를 만들면 얼마나 정교한지 피라미 숨소리까지 감지해 낼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견지대를 만들수 있는 오타쿠입니다.
(하여간 낚시꾼 뻥은 알아줘야 합니다.)
그런 그가 가끔 귀한 술을 담급니다.
그런데 정작 그는 술을 한 방울도 못 마십니다.
언제나 말 없이 자기만의 특별한 그 무엇에 빠져 혼자 놉니다.
십여년 전 그가 군 시절에 캐서 담갔다는 수십년 된 더덕주를 두고두고 조금씩 나혼자 다 먹었던 적도 있습니다.
미쿡 시민권자이고 진정한 오타쿠여서 얼마 전 이 나이에도 미쿡에서 쉽게 취업해 그동안 꿈꿔오던 농장이 딸린 하우스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번 볼 일 있어 잠깐 나왔다가 나를 찾아 내게 또하나의 선물을 주고 갔습니다.
바로 이 보드카로 담근 침향주 입니다.
그는 매우 귀한 자연산 침향을 가지고 있었는데 너무 귀한 것이어서 귀한 술 보드카로 담근 것이지요.
요즘 그걸 반주로 마십니다.
너무 귀해 딱 한잔씩 마시는데 밥 한그릇 다 먹도록 한 잔을 아주 조금씩 나누어 마십니다.
한방울도 오줌되어 허투루 나가는 일 없이 뼈로, 피로, 살로 스며들어 친구의 마음처럼 내 몸을 보하게 하기 위해서지요.
이제 거의 다 먹어갑니다.
이거 다 먹고나면 뇌졸증 걱정은 안해도 될것 같습니다.
현역시절 그랑 전국의 강이란 강은 모두 찾아 다니며 흐르는 강물에 함께 몸을 담그고 피라미와 놀던 시절이 파노라마가 되어 행복으로 펼쳐집니다.
늙으니 이렇게 친구를 그리며 추억을 먹고 살게 되네요.
갈수록 서로 제가 잘났다며 나대는 지나친 이기주의가 세상을 어둡게 합니다.
맹구우목(盲龜遇木) 이란 말처럼 귀하게 태어난 인생이고 만남인데 인연의 끈을 좀더 소중히 여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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