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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0302 내 고집을 꺾다/송별식

by 굼벵이(조용욱) 2023.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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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3.2(목)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집사람에게 문자를 날렸다.

목석같은 그녀가 이메일이라도 사용하면 좋으련만 그녀는 그런 것하고는 담을 쌓고 지내 구체적인 감정을 글로도 교감하기 어렵다.

여러가지 면에서 그녀와 언로가 막혀있다.

제한된 문장이지만 핸드폰 문자서비스라도 사용하기로 했다.

“생명과 바꿀 정도로 절실하다면 당신 뜻대로 하소,

다만 아이들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시오.

당신은 어느 것 하고도 바꿀 수 없는 나의 보물이오” 라고 쓴 문자를 날렸다.

그 문자가 나름 효력을 발휘한 것 같다.

집사람의 표정이 달라졌다.

부부간에는 늘 대화를 해야 한다.

사랑을 마음에 담고만 있으면 안 된다.

비록 마음에 없더라도 늘 듣기 좋게 사랑 표현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미국사람들이 왜 늘 그렇게 매일 낯간지러운 말을 하면서 살겠는가?

그들은 이미 우리보다 먼저 풍요로운 사회를 거쳤고 그렇게 사는 것이 가정평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입에 발린 사랑 언어라도 나누어야 한다.

그게 작은 일 같지만 실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난 그걸 제대로 못한다.

집사람도 못한다.

어쨌거나 부부간에 작은 사랑의 언어라도 서로 나누며 서로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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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송별식을 했다.

KT이는 해외 경영자 과정 교육 발령을 받았고, LJB이는 OO지점 총무과장으로 발령이 났으며, LSK과장은 OOO지점 총무과장으로 발령이 났다.

승진한 JMY이는 OO지점 봉사실장에, BCS는 OO지점으로 발령이 났다.

다섯 명이 떠나는 자리를 축복하기 위하여 인사처 식구 모두가 삼겹살 집에 모여 소주를 나누었다.

테이블 당 한사람씩 부장들이 나누어 앉았는데 나중에 보니 내 테이블에는 술꾼들만 득시글 거렸다.

KTH가 나타나 형이 제일 인기가 좋다며 내 등을 쓰다듬는다.

그러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질투할지도 모른다.

KYK과장에게 말실수를 했다.

그의 잘못된 점을 지적해 준 것이다.

그러지 말았어야 함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항상 말조심을 해야 한다.

말은 늘 부드럽게 정화시켜야 한다.

충고는 완전한 사이가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한다.

완벽한 신뢰가 구축되어 있는 사이라도 엄청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도 못한 상태에서 내가 시건방을 떤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다.

나중에 술 한 잔 사며 사과를 해야겠다.

내가 인사 전문가가 되기로 한 것은 나 자신이 스스로 겸손해지고 늘 노력하는 자세를 지니도록 하기 위해서도 잘한 일인 것 같다.

순환보직도 안 하면서 잘난 척 설쳐대면 금방 입방아에 오르고 누군가의 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늘 한 템포 낮추고 감정을 누른 채 정제된 생각과 언어로 책임 질 수 있는 말들만 밖으로 내어 놓아야 한다.

술 한 잔 더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 같아서 우리 식구들을 데리고 텐텐으로 갔다.

거기서 폭탄을 세잔씩 마셨는데 KT가 우리 집까지 가야한다고 우겨대는 바람에 결국 우리 집 앞 레스토랑에서 생맥주 500CC씩 더 마신 후에야 술자리를 파했다.

KT는 우리집에 가서 라면을 먹어야 한다고 고집해 집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라면을 주문했다.

다른 과장들이 쑥스러운지 선뜻 내 집에 들어서지 않으려 해  그냥 각자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