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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7

20070831 귀향해 농부가 되길 참 잘했다

by 굼벵이(조용욱) 2024.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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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8.31(금)

승격소요인원을 승격 유자격자를 기준으로 하자는 내 제안에 모두 동의했지만 막상 근거로 삼을만한 문서가 없자 안과장과 김병옥 과장이 고민을 하기에 그냥 사장에게 한 장짜리 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하자고 했다.

막힌 곳을 뚫어주니 김병옥 과장이 신이 나서 보고서를 만든다.

 

엊그제부터 매일 아침 처장 출근과 동시에 아침인사를 드리기로 했다.

인사는 그 사람에 대한 존중이기에 누구나가 좋아한다.

그 좋은 것을 왜 안하려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유난을 떤다고 할까봐 처장 방 출입을 삼갔었다.

하지만 총무팀장과 나누는 대화 중에 문안 인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었고 총무팀장은 문안인사에 대하여 누가 무어라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다음날부터는 아침문안을 드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나도 기분 좋고 인사를 받는 처장도 기분 좋아하는 것 같다.

아침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승격소요인원 산정 기준에 관한 이야기를 했고 처장은 흔쾌히 그렇게 하자는 제안을 해 아침부터 곧바로 부사장까지 결재를 내었다.

 

강민석과장이 가져온 비정규직에 관한 보고서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친구가 집요한 고집으로 작정하고 대들 때는 내 감정도 치밀어 올라 견디기 어렵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잘 참아내었다. 

노조에서는 나보고 맷집이 엄청 센사람이라고 하지만 나도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 때가 많다.

어쨌거나 인간관계에서는 그걸 잘 조절해야 한다.

 

LWK부처장이 저녁을 산다고 해 처장과 백부처장을 모시고 예원에 갔다.

L부처장은 KWK영업실장과 NCS 과장을 데리고 나왔다.

나가보니 누가 저녁을 사는 건지 모를만큼 정말 애매모호한 자리가 되어버렸다.

KWK 그 자리에 왜 나와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밥을 얻어먹으러 온 것 같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승진에 목이 매인 불쌍한 NCS과장이 사는 밥을 모두 같이 얻어먹는 우스운 꼴이 되었다.

윗분들 힘들게 모셔놓고 집으로 가는 택시비조차 넣어주지 않아 미안한 마음에 내 얼굴이 화끈 거렸다.

불쌍한 내 동기 NCS...

(돌이켜보면 LWK나 KWK나 NCS나 순수한 영혼을 가진 시람들이다.

우리가 세속에 닳고 닳아 위선을 선으로 착각하는 못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런 순수한 영혼을 가진 분들은 우리회사에서 하나같이 성장에 한계가 있다.

아니 우리 회사 뿐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얽히고 섥힌 세상살이에 한계가 있다.

세속은 세속의 룰이 있어 아무리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어도 그 룰에서 벗어나면 속세에서의 삶은 고달퍼진다.

어떻게 사는 게 바람직한지 모르겠다.

귀향해 농부가 되길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