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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7

20070923 인생 한 방, 포인트를 찾아라!

by 굼벵이(조용욱) 2024.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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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를 찾아라! (2007. 9. 23)

 

 

중간에 더러 잠이 깨기는 하였지만 다른 견지전야에 비하여 비교적 잠을 편히 잔 것 같다.

새벽 여섯시에 예외 없이 사이버준과 만나 예의 24시간 숯불갈비 집에서 아침으로 김치전골을 먹었다.

양푼이 비빔밥을 먹으려 하다가 옆 손님들이 먹는 김치전골이 무척이나 맛있게 보여 메뉴를 바꾼 것이다.

김치찌개를 좋아해 여러 군데를 먹으러 다녀보았지만 김치찌개를 숯불에 내어오는 집은 처음이다.

역시나 묵은 김치의 강한 신맛이 어린시절 그리움을 자극하는 바람에 아침 정량을 초과하고 말았다.

살면서 때론 먼저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주는 대목이다.(제1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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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준과 두런두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임진강에 도착한 시간은 8시 조금 넘어서다.

임진강 물은 이미 견지의 한계를 넘어 있었다.

서울 상회 앞에 차려놓겠다던 여울사랑의 베이스캠프도 보이지 않는다.

여견의 큰물 조상덕 선배님의 권유에 따라 한탄강으로 기수를 틀었다.

한탄강 역시 물빛이 별로지만 그나마 임진강 보다는 나은 편이다.

내가 아랫여울에서 마자 몇 마리와 돌돌이 한 마리를 잡는 동안 큰물님은 혼자 다리 밑에서 멍짜를 한 수 건져내셨다.

멍짜의 행운은 그냥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남이 가지 않는 길을 인내심을 가지고 홀로 묵묵히 걸어갈 때 찾아오는 것이다.(제2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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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왔는데 여울사랑 번출 모임에 안 들르면 예의가 아니다 싶어 점심 식사 후 다시 임진강으로 달렸다.

하지만 임진강에도 여울사랑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미리 입력해 놓았던 개뿔 총무의 전화번호를 찾아내어 전화를 하니 차탄천에 있단다.

미리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없었다면 여울사랑에선 나를 작은 약속도 지키지 않는 아주 나쁜 사람으로 여겨 퇴출시켰을지도 모른다.(제3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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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과 합수되는 차탄천 하류지점은 C자형으로 휘돌면서 작은 바위섬을 중심으로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임진강과 거의 맞닿는 지점에 여울사랑 팀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내가 봐도 그곳은 대물을 한번 노려볼만한 포인트인 것 같다.

이미 여울이 꽉 찬 상태였으므로 다른 포인트를 한번 찾아보았다.

작은 섬으로 갈라지기 직전의 한 부분에서 흘리면 그래도 무언가 물어줄 것 같아 포인트를 찾기 시작하였다.

수장대를 박고 썰망을 설치한 다음 줄을 흘리는데 웬걸 낚시 줄의 방향이 썰망의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추를 수없이 바꾸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지만 도저히 그 방향을 맞출 수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물이 C자형으로 회돌면서 겉 물살과 속 물살의 속도나 흐름의 방향이 완전히 달랐다.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세 군데나 옮겼다.

마지막에 그럴듯한 포인트를 찾아 줄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줄도 일정 위치를 벗어나면 다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의 정확한 위치까지만 줄을 흘려야 했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인생 포인트라도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자신의 포인트를 찾아 옮겨야 한다.(제4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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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 끝에 찾은 포인트에서 제대로 한번 승부를 볼 거라며 줄을 흘리고 있는데 사이버 준님이 신호를 보낸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보아 여울 상황이 좋지 않으니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그나마 그곳에서 적비 한 수 건졌다.

거기서 계속 했다면 그래도 한 두 수 더 올렸을지도 모른다.

인사도 드릴 겸 아랫 여울에 들어선 사람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오기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져보겠다며 그 자리로 옮겨보았다.

계속되는 입질로 긴장 속에 기다려 보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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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다.

인생의 포인트를 잘 찾아야 한다.

내 스타일에 맞는 인생의 물골을 잘 찾아야 하고 내 낚시 바늘의 위치도 대물이 물어줄만한 곳에 놓아야 한다.

우리는 종종 하늘을 원망한다.

나는 왜 이리 기구한 운명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느냐며 애꿎은 하늘 탓을 한다.

내 짧은 인생 소견으로는 아마도 이는 전혀 포인트가 아닌 곳에서 줄을 흘리며 대물 누치를 바라는 견지꾼과 똑같다는 생각이다.

인생의 행운은 결코 거져(for nothing)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견지꾼이 여러 여울을 다니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물골과 포인트를 보고 줄을 흘리는 방법을 알아내듯 고된 훈련과 노력을 통해 자기만의 성공방정식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행운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찾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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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용 전 회장님은 정말 마음 푸근한 옆집 아저씨 스타일이다.

한 시간 뒤면 매운탕이 끓을 테니 그때쯤 나오라는 귀뜸을 살짝 해 주시고는 여울을 나가서 매운탕을 끓이신다.

한 시간 쯤 후에 견지를 접고 나오면서 캠프에 들렀다.

사이버준도 나도 모두 수줍음을 많이 타서 선뜻 나서지를 못하는데 이회장님이 내게 오셔서 계속 소주를 권하시며 고시레도 안한 매운탕을 안주로 내어놓으신다.

열심히 식사 중이셨던 다른 회원 분들은 아마도 조금 기분이 상하셨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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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모임에나 그렇게 정이 넘치고 특별한 희생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늘 모임을 주도하며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간다.

이회장님이 우리를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 소주잔을 주고 또 주고 하는 바람에 그 짧은 시간에 나는 거의 반병이 넘는 소주를 마셨다.

전쟁 같은 삶도 있지만 구석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여울소리' 들으며 이렇게 정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 인생이 아름다운 거다.

여울사랑 현 회장님은 견지학당에서 뵈었을 때부터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여울소리'처럼 그렇게 조용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분이신 것 같다.

그런 조화 속에서 이루어진 아름다운 번출의 모습을 보면서 부러움 반 기대 반으로 오늘의 견지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