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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7

20070912 색즉시공 공즉시색

by 굼벵이(조용욱) 2024.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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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과 견지, 여울사랑, 여섯줄의 선율 2007.9.12)

개야리로 향하는 새볔 아침은 간혹 비까지 뿌리는 흐린 날씨였다.

검은 구름까지 산자락에 걸쳐있어 혹여나 예보와는 달리 우중출조가 되지 않을까 우려 되었다.

홍천방향으로 갈라지기 직전에 있는 양평 해장국집에 들러 해장국을 먹었다.

사람들이 바글거리기에 마음속으로는 지난번 신내천 서울해장국 집에서 먹었던 해장국이 나와 주기를 기대했지만 서울해장국집 주인장 말마따나 그 집 맛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침식사 후 꼬부랑 꼬부랑 산을 넘어 개야리에 도착했다.

처음 가 본 개야리 아래 여울은 밑으로 회도는 소가 있어 견지터로는 제격이었는데 불어난 수량으로 물살이 너무 세고 본 골로 들어갈 수 없어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추남님이 먼저 도착해 수장대를 박고 줄을 흘리고 있다.

그는 덕이를 3만원어치나 사왔다고 했다.

깻묵도 한 장이나 빻아왔단다.

덕이를 제대로 흘려 누치를 줄 세워 꼬여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특수 제작 수장대까지 가지고 있는 전문 대물 Sniper다.

고인돌 김군학선배님으로부터 특수 비법을 전수받아 남들이 꽝을 칠 때에도 여러 수를 올리는 조과를 종종 보이곤 했다.

나와 함께 하는 견지에서도 그랬다.

내가 계속 헛손질 하고 있을 때 그는 여러 마리의 돌돌이로 손맛을 톡톡히 보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도 행운이 올라와 멍에는 못 미치지만 대적비가 강한 물살을 타고 끌려왔다.

어찌나 저항이 심한지 하마터면 터뜨릴 뻔 했다.

견지가 즐거운 건 파이팅 하는 모습을 주변 사람들이 흥미진진하게 바라봐 준다는 것이다.

내가 한참동안 파이팅 하고 있을 때 초보 견지가족 대 여섯 명이 입을 벌린 채 긴장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강가에 앉아서 한담을 즐기던 할머니까지 벌떡 일어나서는 나랑 한 마음이 되어 녀석이 라이징하는 모습과 내가 그 녀석을 끌어내는 모습을 긴장감 있게 바라보고 있었다.

물살이 빠른 곳에서 뜰채도 없이 그런 녀석들을 잡아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워낙 저항이 심하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급한 마음에 자칫 아가미에 손을 넣어 물고기에게 치명상을 입히기 쉽다.

지난번에도 멍짜를 걸면서 급한 마음에 그만 손이 아가미로 들어가고 말았었다.

아가미에 손상을 입으면 물고기는 얼마 안가 죽고 만다.

아가미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아가미 뚜껑을 잘 덮어줘야 하는데 미끄덩 거리는 몸으로 펄펄 뛰는 녀석을 얌전히 제압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도 똑 같다.

자신의 잘못된 과거 경험에 비추어 아이들만큼은 그런 실수를 면하게 하기 위해 제대로 된 길을 가르쳐 주려 하지만 아이들은 그 길을 따르지 많고 마치 펄떡이는 물고기마냥 과거의 나처럼 자신의 길을 고집한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국 선현들이 가르쳐준 길이 옳다는 것을 깨닫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

아가미가 손상된 물고기와 같다.

녀석을 들고 물가로 나와 돌 어항에 넣자 할머니와 열대여섯 먹은 처자가 달려와 신기한 눈으로 물고기를 바라본다.

“아저씨들은 전문가분들인 모양입니다.”라고 말하는 할머니는 내가 처음 자동차를 여울 가에 세울 때만 해도 심히 기분 나쁜 어조로 자동차가 노는 아이들의 시야를 가린다고 자동차를 치워줄 것을 요구했던 분이다.

점심식사를 한 후 또 다른 여울을 탐사하기위해 일어섰다.

개야리 윗여울은 광활하게 흐르는 강물의 연속이었는데 수위만 조금 낮았다면 딱 좋았을 명당이다.

수장대를 들고 들어가다가 도저히 더 이상 들어갈 수없어 멈춘 곳은 물 흐름이 정말 약했다.

한여울의 오포고문님께서 주신 잠수찌를 흘려보지만 더 이상 반응이 없다.

돌돌이 한 마리 물고 달아날 뿐 입질도 별로여서 팔봉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심 여울사랑 식구들이 있는 여울을 들러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동행이 있는 데에다 계획된 만남이 아니어서 수줍음이 많은 내게 선뜻 발길이 돌아가지 않아 팔봉으로 향했다.

꼬불꼬불 비포장 산길을 넘어 돌아가는 길은 적막 그 자체여서 혼자였다면 무섭기까지 하였을 것이다.

도로변에서 바라본 팔봉 여울 센 물살은 내가 선뜻 들어설 자리가 아닌 듯싶었다.

추남도 별로 내키지가 않는 모양이다.

시간이 늦었으니 차라리 왕박골이나 가서 차박 할 수 있는 한적한 자리를 잡는 게 좋겠다는 나의 제안에 추남도 흔쾌히 응한다.

왕박골에 도착하니 해는 지고 뉘엿뉘엿 어둠의 그림자가 여울 가득하다.

덕이 똥꼬가 보이는 순간까지는 견지가 가능하기에 얼른 물에 들어 줄을 흘려보지만 마자나 피라미 종류만 달라붙는다.

견지를 접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라면을 끓였다.

추남님이 아침 일찍 지어왔다는 밥과 함께 허기를 메우고 골벵이와 곶감을 안주삼아 약주를 마시며 강물에 가득 쏟아져 내린 별빛을 바라본다.

여울 물 흐르는 소리가 마치 별빛처럼 반짝인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별들이 총총하다.

그 별이 만일 50광년이 넘게 떨어진 별이라면 아마도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별을 지금 이 순간에 바라보고 있는 것일 게다.

어쩌면 현재 이 순간에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色卽是空, 空卽是色이다.

술기운 오를 때 잠자리에 드는 게 상책이다 싶어 얼른 자동차에 들어가 오리털 침낭 안에 몸을 눕힌다.

나는 왜 강을 그토록 그리워하는 걸까?

아마도 아주 어린 시절 직업군인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강원도 어느 개울가에서 살았던 경험이 각인되어 나를 그렇게 살라 하는 모양이다.

알을 깨고 나와 처음 몇 시간 동안 사람 얼굴을 본 병아리가 사람이 제 어미인 양 평생을 졸졸 따라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삶은 그렇게 세월 속에 미련스런 반복이 이어지는가 보다.

 

 

 

개야리 윗여울 명당

강과 산과 하늘이 하나가 됩니다(개야리)

왕박골에 도착했습니다

이렇게 보여도 물살이 엄청 셉니다.